[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국립현대무용단은 국립극장과 공동주최로 황수현 안무가의 신작 <카베에>를 공연한다(4월 7-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021년 기획부터 2023년 4월 본 공연까지 장기간 기획제작 과정을 거친 대형 프로젝트이다. 여덟 명의 무용수로 ‘리서치 코어 그룹’을 구성, 총 23회의 워크숍을 거치며 작품을 다듬었다.
무대를 투과하며 전이되는 새로운 감각 체험
황수현 안무가는 도외시되는 감각들에 주목하면서, 예술적 아이디어를 마주하는 장소이자 공동의 경험이 중첩되는 장소로서 극장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을 바탕으로 감각의 잠재성과 실재성을 탐구한다. 관객의 자리를 무대 위로 이동시키고 그 가운데 39인의 무용수가 군무를 선보인다.
무용수 개인이 지닌 고유한 리듬과 색채를 기반으로 고안된 군무는 그 연결 안에서 울림을 일으키며 ‘공동’에 대한 감각의 지형을 펼친다. 이러한 하모니가 창출하는 다공적, 다성적인 공간성은 관객을 미지의 영역으로 안내하는 통로를 마련한다. 그 틈새에서 진동하는 몸의 감각을 통해 가시적 영역 너머로 도약하는 시선의 가능성을 더듬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안무가는 “춤을 춘다는 것은 서로 다른 몸들이 만나 조율하고 적응하고 변형되어가는 과정으로, 자신의 생각과 몸을 바꿔 가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안무가는 동일성을 향한 움직임 대신 차이와 다양성을 그대로 수용하고 곁을 내어주는 춤, 함께함의 감각을 공유할 수 있는 안무를 바탕으로 감각의 전이를 시도한다.
공연의 제작과정을 공유하는 관객 프로그램
지난 3월 20일에는 사전 관객 프로그램으로 ‘오픈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황수현 안무가와 손나예 조안무가 함께 강사로 참여, 작품제작 과정에서 발견된 태스크들을 관객이 직접 참여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참가자들이 서로 짝을 지어 호흡의 흐름을 탐지하면서 호흡의 세기를 맞춰보기도 하고, 신체의 무게를 동등하게 실어 움직여보면서 <카베에>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공동의 감각’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안무자 황수현은 퍼포밍과 관람행위 사이에서 작동하는 감각, 감정, 신체의 관계에 주목하며 그 사이의 새로운 감각 또는 낯선 신체경험의 잠재성을 탐구한다. 2016년 <I want to cry, but I'm not sad>를 통해 눈물의 메커니즘을 찾으려는 시도로 주목받았으며 2020-2021년에는 국립현대무용단 '스텝업'에 초청 받아 그동안 천착해 온 감각 시리즈의 연장선에서 '신체의 감각을 증폭시키는 암흑'을 무대에 구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2019년 <검정감각>으로 한국춤비평가협회 베스트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2020년에는 문화체육부장관 표창장, 2021년에는 <음———>으로 제27회 무용예술상 안무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