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프리뷰=서울] 유희성 연출가/칼럼니스트 = 뮤지컬 <왕자대전>은 2022년에 시즌3까지 진행됐던 <창업>(제작 광나는 사람들)의 연작 시리즈의 하나이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부터 태종 이방원에 이르는 역사적인 현상과 인물들에 연계된 사실을 바탕으로 허구가 가미된 팩션 뮤지컬로 만들어, 동시대성을 확보함은 물론 미래의 상태를 유추할 수 있는 일련의 사건들과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태도와 현상들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창업>에 이은 <왕자대전>은 이방원의 캐릭터에 집중해 선대 왕과 왕비, 왕자들과의 입장, 세자책봉과 왕좌를 물려주는 제반 상태를 통한 서사와 캐릭터의 심리적 상태까지 반영한 음악적 구조를 통해 소극장의 공간을 활용한 동선과 움직임을 통해 작품이 지향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풀어냈다.
태종 이방원은 아버지를 하늘같이 믿고, 아버지를 닮고 싶고, 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고, 그저 어떻게든 따르고자 했던 아버지, 그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죽음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의 충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그토록 가족의 사랑을 갈구했지만 결국은 가족의 배신으로 치유할 수 없는 아픔과 상처만 받게 된다. 결국은 두 손에 형제들의 피를 묻히고 왕자의 난을 감행한 후에야 왕좌에 오른 태종 이방원! 결국 씻을 수 없는, 잔인한 피의 군주로 기억되지만, 끝까지 아버지의 인정과 사랑을 갈구하고 아버지에게 단 한 번만이라도 인정받기를 원했지만, 처절하게 외면 받았다.
그로 인해 결코 치유될 수 없는 통한의 상흔에 진하디 진하게 멍들게 되고, 친형제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을 베어 피로 얼룩진 왕좌에 오르고, 결국 왕으로 거듭났지만, 아들들(양령, 충령, 효령)만큼은 한사코 피를 흘리지 않고 오로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과 자세로 길이 기억될 성군으로서 왕좌를 이어가기를 원했다. 순리적인, 축복받는 왕위 계승을 원했던 것이다.
시간은 흘러 양령이 세자로 책봉되고 왕위를 계승하기를 원했으나, 양령은 답답해하기만 하다 결국 궁을 몰래 이탈하는가 하면, 심지어 대신의 첩을 궁으로 들이다가 동생 충령과 마주치게 된다, 결국은 아버지 태종까지 이를 알게 되고, 대노한 태종의 불호령이 떨어지는 가운데 효령, 충령도 은근히 세자의 자리를 탐내기 시작하는데...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왕으로서, 아버지로서, 인간으로서의 태종 이방원의 삶의 모습을 통한 극한의 상태와 다양한 모습을 이 작품은 드러낸다.
그럼으로 인해 동시대에도 관통하거나 시사할 수 있는 우리네 삶의 자세와 지혜를 되새기게 한다. 즉 특별한 자리에서 빚어질 수 있는 특별한 행복만이 아닌, 별 일 없이 별 탈 없이 소소한 일상에서 사랑하는 가족이나 사람과의 관계, 평범하지만 일반적인 삶의 평안함과 때로 그 삶의 치열함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진정한 행복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한다.
작품은 서사와 넘버를 통한 장면의 상황과 캐릭터들의 관계를 통해 주변의 상태들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지향하는 메시지와 귀에 감기는 넘버로 인해, 역사적인 사실과 더불어 동시대적 상황들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상기하게 한다, ‘어땠을까’라는 넘버를 들으며 주변에서 유추할 수 있는 시기와 질투, 욕망의 일상과 그 결과에 대한 상태들을 가늠해 볼 수도 있게 한다.
제작을 맡은 광나는 사람들은 스튜디오 2046과 함께, 총괄 프로듀서이자 한국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배우 중 한 사람인 서범석을 중심으로, 좋은 창작품 개발이라는 목표 아래 신진 창작진 발굴과 차세대 뮤지컬 스타로 성장할 신진 배우들의 발굴을 위해 신념과 집념으로 일하고 있다.
이번 프러덕션에서도 조은아 작가, 김은지 작곡가와 더불어 태종 역의 박상돈, 최근 여러 작품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양령대군 역의 최민우와 더불어 효령대군 역의 최가후, 세종대왕 역의 황성재, 중전 역의 김봄, 어리 역의 오승연 등 차세대 뮤지컬 대세 배우들로 성장할 출연진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관극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지난 6월 1일부터 관객들과 만났던 공연은 이제 곧 막을 내릴 예정이다. 9월 3일까지 대학로 SH아트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