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일곱 번째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이 8월 16일(금)부터 9월 2일(월)까지 총 8개 프로그램과 부대행사(찾아가는 음악회)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IBK챔버홀, JCC아트센터, 코스모스아트홀, 언커먼 갤러리 등에서 열린다.
라틴어로 '여기, 지금'을 뜻하는 '힉엣눙크(hic et nunc)' 축제는 기존의 원칙인 '살아있는 21세기 클래식 음악의 현장을 보여준다'는 점엔 충실하지만, 참가 예술가들의 라인업을 세종솔로이스츠 출신으로 집중, 창단 30주년이라는 역사성에 의미를 부여했다.
첫 날인 8월 16일(금)에는 비바챔버앙상블의 마스터클래스가 마련돼 있다. 비바챔버앙상블은 음악에 재능이 있는 장애청소년 및 청년들을 전문 연주자로 양성하기 위해 창단된 단체이다. 올해는 세종솔로이스츠의 멤버인 바이올리니스트 양지인(1982-)과 김효진(1998-), 31일 리사이틀 무대에 서는 비올리스트 이해수가 10명의 단원(바이올린 8인, 비올라 2인)을 대상으로 레슨 및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8월 21일(수)에는 힉엣눙크!에서 매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NFT 살롱이 진행된다. 기술과 예술이 결합할 때 어떤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지를 보여준다. 바이올린과 사람의 목소리를 사용해 라이브 공연에 AI 모델을 적용한 음악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세종솔로이스츠의 바이올리니스트 설리만 테칼리(Suliman Tekalli, 1987-)와 MIT 미디어 랩 소속의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스트 마나스위 미슈라(Manaswi Mishra, 1991-)가 그 주인공이다.
8월 24일(토)에는 세종솔로이스츠가 자랑하는 선배들의 음악회 <세종솔로이스츠와 Four Concertmasters>가 열린다. 지난 30년간 세종솔로이스츠가 배출한 명문 오케스트라의 악장(concertmaster)은 총 9명. 이 중 4개의 오케스트라 악장이 협연자로 나선다.
전반부에서는 MIT 교수이자 작곡가인 토드 마코버(Tod Machover, 1953-)에게 위촉한 <플로우 심포니(Flow Symphony)>가 연주된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신작으로 강(river)의 소리를 직접 녹음한 음원을 다양한 형태로 변형 및 재창조해 음악의 소재로 사용했다. 공연 30분 전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내부에서 토드 마코버가 직접 진행하는 프리-콘서트(pre-concert) 렉처가 열린다. 연주자가 직접 AI 시스템을 시연하면서 작품에 대한 해설을 곁들이는 시간이다. AI가 생경한 음악 팬들도 부담없이 작품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게 마련했다. 공연 입장권을 구매한 사람은 조금 일찍 공연장에 와서 부담없이 렉처를 즐길 수 있다.
공연 후반부에서는 세계 유명 음악단체들의 지속적 위촉을 받고 있는 샌디에이고 주립대 교수 김택수(Texu Kim, 1980-) 작곡가의 신곡 <with/out(네 대의 바이올린과 타악기를 위한 협주곡)>이 연주된다. ‘고독한 군중’ ‘운명공동체’라는 주제로 세종솔로이스츠 창단 30주년을 축하하는 음악적 메시지를 담았다. 이 작품은 지난 5월 뉴욕 카네기홀에서 세계 초연됐으며 이번 한국 무대가 아시아 초연이다.
8월 25일(일)은 로스앤젤레스(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영화 및 TV 제작자이자 감독, 작가인 타이 킴(Ty Kim)의 장편 다큐멘터리 <얼.(Earl.)>의 사전 특별 시사회가 열린다. 작곡가 얼 킴(Earl Kim, 1920-1998)은 가난한 이민자의 아들로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아놀드 쇤베르크, 로저 세션스, 에르네스트 블로흐 등 당대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던 작곡가들 아래에서 수학한 작곡가이다.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15년, 하버드 대학교에서 23년을 재직하며, 퓰리처상 수상자인 존 하비슨을 포함해 수많은 음악가와 예술가들을 가르쳤다.
다큐멘터리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차크 펄먼, 소프라노 베니타 발렌테와 캐럴 베넷, 작곡가 존 하비슨, 폴 살레니, 앤서니 브렌트, 스코트 유, 그리고 얼 킴의 가족들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1985년에서 1993년 사이의 인터뷰 녹음본을 포함해 얼 킴의 여러 인터뷰가 최초 공개된다. 미국에선 저명한 작곡가이자 교육자였지만 정작 한국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일생과 음악적 업적을 기린다. 세종솔로이스츠는 지난 20년간 케네디센터,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 평창대관령음악제 등 수많은 무대에서 얼 킴의 작품을 알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고 그 의미를 담아 이번 시사회를 결정했다.
8월 27일(화)에는 창단 30주년을 축하하는 <세종솔로이스츠의 Pure Lyricism>이 열린다. 공연 전반부엔 소프라노 황수미(Sumi Hwang, 1986-)가 함께하는 오페라 클라이맥스 무대가 준비된다. 황수미는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이후 평창동계올림픽 때 올림픽 찬가를 부르는 등 국제적 커리어로 세계 무대를 누비고 있다. 후반부에는 ‘순수한 서정성’을 담는 음악가로 클래식 음악계에선 보기 드문 팬덤을 만든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Richard Yongjae O’Neill, 1978-)이 후반부 협연자로 나선다.
8월 29일(목) 낮에는 음악계가 소홀하기 쉬운 관객층을 위한 콘서트 <Songs My Mother Taught Me>가 열린다. 이 프로그램은 2023년 제6회 축제에 편성되었고 하루 만에 전석 매진된 화제의 공연이다. 내년에도 꼭 축제에 포함시켜 달라는 양육자들의 요청으로 이례적으로 올 해에도 꾸려진다. 미래의 관객인 영유아를 대상으로 아이들의 감성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연이다. 사회공헌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 전석 1만원이라는 금액으로 관람할 수 있으며, 양육자가 동반하는 영유아는 물론 무료이다.
8월 30일(금)은 축제에 신설된 시리즈로 세종솔로이스츠 출신 유명 연주자를 초청하는 ‘알룸나이 시리즈(Alumni Series)’이다. 바이올리니스트 폴 황은 미국과 유럽 무대에서의 인지도에 비해 한국에선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연주자다. 이번 리사이틀의 특징은 폴 황의 솔로 프로그램과 함께 세종솔로이스츠 단원들과 함께하는 실내악 작품이 함께 연주된다는 것이다. 말러, 아렌스키, 멘델스존의 작품들을 연주한다.
8월 31일(토)에는 ‘젊은 비르투오소’ 시리즈로 비올리스트 이해수(Haesue Lee, 1999-)가 무대에 오른다. 힉엣눙크!는 한국에서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북미나 유럽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신진 음악가를 추천해왔고 역으로 한국에서 주목받는 음악가들의 해외 진출 역시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비올리스트 이해수는 2023년 독일의 유명 콩쿠르인 ARD 콩쿠르의 우승은 물론 청중상, 오스나브뤼크 음악상, 게바 특별상까지 차지한 화제의 연주자이다. 많은 비올리스트들이 애정을 가지고 선택하는 다리위스 미요, 에드윈 요크 보웬의 작품을 들려줄 예정이다. 또한 현존하는 스페인 작곡가 알베르토 포사다스(Alberto Posadas, 1967-)의 <도리포로스>는 2023년 ARD 콩쿠르에서 작곡가에게 위촉했고 콩쿠르 때 연주된 인연이 있는 작품으로, 한국 초연이다. 아울러 세자르 프랑크의 가장 사랑받는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를 비올라 버전으로 편곡해 들려줄 예정이다.
세종솔로이스츠가 지난 30년의 역사를 만들고 유지해 온 방향성에 대한 질문에 강경원 총감독은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
“음악단체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연관성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일지 질문하고요. 그런 과정에서 우리만의 음악을 만들고, 젊은 연주자와 작곡가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나아가게 된 것 같아요. 그게 우리가 무언가를 창조하는 방법이에요. 현재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하고, 세상과 연결되는 방법이기도 해요.”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공연 입장권은 인터파크 티켓(1544-1555)과 예술의전당(02-580-1300), 예스24(1544-6399), 클럽발코니(1577-2266)에서 예매 가능하다. 공연문의는 세종솔로이스츠(02-584-5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