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무리 오보에-바순 국제콩쿠르 성료
[더프리뷰=무리] 김경명 기자 = “여러분 환영합니다!” 레나토 비쪼토 조직위원장이 서툰 한국말이 섞인 인사로 결승무대의 시작을 알렸다.
지난 4월 23일 저녁, 스위스 중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 무리(Muri)에서 오보에와 바순 국제콩쿠르가 결선 연주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세계 각국의 오보에, 바순 연주자 400여 명이 비디오 오디션에 참가, 이 가운데 본선 진출이 확정된 100여 명이 열흘 동안 무리에 체류하며 진행되었다. 결선에서는 악기별 최종 진출자 각 3명이 아르고비아(Argovi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결승곡을 연주, 오보에의 레오니드 수르코프(Leonid Surkov, 러시아)와 바순의 엔리코 바시(Enrico Bassi, 이탈리아)가 우승을 차지했다.
이들 우승자들은 각각 5만 스위스프랑(한화 약 7,5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2등과 3등은 각각 2만5천 스위스프랑과 1만5천 스위스프랑으로 여타 국제음악콩쿠르들에 비해 액수가 매우 큰 편이다.
어느새 전세계 오보에, 바순 연주자들의 꿈의 무대가 되어가고 있는 무리 국제콩쿠르는 비교적 짧은 역사에 비해 대회 조직위원회의 효율적인 운영과 지자체 (Gemeinde Muri, Argau)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단시일 내에 세계에서 중요한 국제콩쿠르의 지위를 누리게 되었다. 2014년 제1회 대회를 시작으로 올해 제4회를 맞는 무리 국제콩쿠르는 매회 전세계에서 4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오보에와 바순이라는 악기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매우 많은 숫자이다.
대회 참가자는 비디오 오디션을 거쳐 각 악기당 50여 명의 예선 진출자가 무리에 10여 일간 머무르며 본선 1, 2차와 결선을 치르게 된다.
대회 조직위원이자 심사위원장인 레나토 비쪼토(Renato Bizzotto)는 “무리가 더 이상 스위스의 작은 마을이 아닌 음악적으로 중요한 곳이 되길 희망하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이 대회가 이제 경제적 가치를 넘어 세계적인 수준의 예술을 눈앞에서 경험하게 하는 시간의 되었다”라며 “많은 연주자들이 이 대회를 발판으로 더 많은 음악적 역량을 쌓을 수 있게 되었고, 이제 콩쿠르의 로고는 그들에게 자부심과 영광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의 주요 문화재단과 메세나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향후 25년간 대회의 상금을 보장받게 되었고, 지역경제에 이바지하고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대회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심사위원인 마티아스 라츠(Matthias Rácz,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수석 주자, 취리히 음대 교수)는 무리 콩쿠르는 참가자들에게 최상의 컨디션을 부여하기 위해 지역 전체가 나서는 유일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령 ARD 등 대부분의 대형 콩쿠르들이 참가자들의 대회 중 생활을 책임지지 않는 반면, 무리에서는 참가자들이 지역내 배정된 가정에 머물며 호스트들의 보살핌으로 경연 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마티아스 라츠는 2000년 ARD 콩쿠르 우승자로, 현재 세계 최고의 바순 연주자로 불리고 있다. 그는 비쪼토가 처음 무리 콩쿠르에 대한 아이디어를 들려주었을때 적극 동의하며 지금까지 함께 이 대회를 이끌어왔다. 그는 많은 젊은 음악가들이 이 대회를 발판으로 세계적인 연주자의 길을 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심사위원 중 한 명으로 참석한 이민호 수원필하모닉 수석은 '더블리드의 발전'을 대회의 강점으로 꼽으면서 이 악기들을 위해 새로 위촉된 곡의 연주, 그리고 점점 더 발전하는 연주 테크닉을 보면서 앞서가는 연주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대회라고 평가했다.
결선 연주에 함께했던 아르고비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연주자 사리 에르니-암만(Sari Erni-Ammann)은 "기량이 최고조에 오른 연주자들과 멋진 시간을 보냈다. 매번 발전하는 대회에 함께하는 좋은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여느 경연대회들과는 달리 축제다운 분위기를 뚜렷이 느낄 수 있는 무리 국제콩쿠르는 3년 후에 다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