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나림의 프리즘] 소유를 넘어, 존재로서의 예술

- 2024 키아프리즈의 미학적 성찰

2024-09-08     선나림 칼럼니스트
이배

[더프리뷰=서울] 선나림 칼럼니스트 = 여전히 여름의 열기가 사그라질 줄 모르는 9월, 그보다 더 뜨거운 예술의 열기가 서울을 휘감았다. 4일부터 8일까지 열린 2024 프리즈 서울(Frieze Seoul)과 키아프 서울(KIAF Seoul)은 '국제 아트페어(International Art Fair)'라는 현대미술시장의 최전선으로서 막을 올렸다. 전 세계의 갤러리 운영자와 컬렉터, 큐레이터들이 집결해 서울을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로 더욱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이번 아트페어는 광주와 부산, 서울에서 열리는 다양한 미술 행사를 유기적으로 잇고 통합 홍보하는 전국 규모의 '2024 대한민국 미술축제' 중 하나였다. 올해는 전국 300여 개 미술관, 화랑, 아트페어, 비영리 전시기관 등으로 참여 혜택을 연계하고 전문 해설사와 함께 전국 6개 권역 17개 코스를 함께 여행하는 <미술 여행 주간>을 운영, 내외국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우리나라 대표 미술 행사이자 세계적인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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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키아프리즈의 패러다임

110여 개의 세계 주요 갤러리 중 아시아 갤러리의 63%가 대거 참여한 이번 프리즈 서울에 한국은 31개의 갤러리가 참여했다. 활기차고 역동적인 미술 현장을 세계 유수의 갤러리들과 함께 폭넓게 조망할 기회를 마련한 프리즈 서울은 한국화랑협회가 운영하는 키아프 서울과 함께 3년째 개최되고 있으며, 광주비엔날레 및 부산비엔날레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의 창의적인 커뮤니티가 하나로 모이는 세계적인 예술 중심지로서의 '서울'을 선보였다. 컨템퍼러리 아트페어에서 생동감을 탐구하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디렉터의 취지 때문일까? 2024 프리즈 서울은 해를 거듭하며 추상의 표현과 퍼포먼스 부분이 부각되고 있음을 느꼈다.

올해 등장한 <프리즈 서울 2024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에서는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는 예술 작품을 선보이며, 수천 년의 예술사를 독특한 시각으로 조망할 기회를 제공했다. 프리즈 서울의 '마스터스' 섹션에 견주는 키아프 서울의 <Kiaf onSITE> 특별전에서는 영아티스트데이와의 협력작을 통해 '네오-메타-트랜스'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국내외 미술계 인사들에게 한국 미술의 다양한 층위를 입체적으로 소개하고 서로 협업하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 

2024 키아프 서울의 핵심 키워드는 '확장'이다. 탈경계적 시도는 먼저 코엑스 내부 공간 확장과 더불어 외부에서도 영역을 확장했다. 3배 커진 이번 국제 아트페어에서 키아프 서울은 젊은 세대의 컬렉터를 등장시키며 아시아 최고의 미술축제로 성장하는 여정과 그 방향성을 야무지게 보여주었다. 특히, 2023 미디어아트 특별전에서 다룬 환경과 생태 문제는 올해도 이어져, 대만의 로버트 창치엔, 프랑스의 생트오를랑과 함께 '인류세(Anthropocene)와 맞물린 시대의 위기'라는 동시대 주요 현안을 몰입형 콘텐츠를 통해 보여주었다.

20여 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국 미술시장과 해외 미술시장을 잇는 키아프는 기존의 예술과 현대의 예술을 한곳에 담는 글로벌 플랫폼으로서, 세계 미술인의 축제임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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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에서 경험으로, 컬렉팅에서 큐레이션으로

현대미술의 소비에서 ‘소유’의 개념은 더 이상 작품 자체의 물리적 보유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번 아트페어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뚜렷했다. 예술작품을 단순히 구매하고 소유하는 것을 넘어 작품을 경험하는 데 더욱 큰 가치를 두는 소비자들의 경향은 VR 및 디지털 아트를 부상시켰다. 또한 소유 중심의 컬렉팅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큐레이션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고 있는데, 이는 컬렉터들이 단순히 작품을 구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큐레이션하고 재해석하는 경험을 중요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4 키아프리즈에서는 다양한 아트 워크숍, 강연, 네트워킹 이벤트가 병행되었는데, 이 또한 관람객에게 전시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려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유추할 수 있겠다. 여러 글로벌 브랜드가 예술가와 협업하여 팝업 갤러리를 운영하거나 브랜드 경험을 예술작품과 결합한 협업은 미술이 특정한 갤러리 공간을 넘어 다양한 생활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경험을 중요시하는 소비문화를 잘 어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