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오페라단 공연 대형사고 - 안젤라 게오르규, 공연 도중 "Respect Me!"

2024-09-08     한혜원 음악칼럼니스트

[더프리뷰=서울] 한혜원 음악칼럼니스트 = 9월 8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오페라단의 <토스카> 마지막 공연에서 주역 소프라노인 안젤라 게오르규가 무대에서 지휘자에게 항의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3막에서 테너 김재형이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을 부르자 열렬한 박수가 터져나왔고 김재형이 비스(bis, 앙코르) 요청에 화답해 다시 한 번 ‘별은 빛나건만’을 부르고 있을 때 안젤라 게오르규가 갑자기 무대로 나와 어이없다는 듯 손짓을 하며 서성였다. 그리고 아리아가 끝나자마자 지휘자를 향해 “Excuse me, It’s a performance. It’s not a recital. Respect me.”라고 두 번 외쳤다.

이후 무대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버렸다. 각본대로라면 눈물바다가 되었어야 할 절절한 두 주인공의 대화는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냉랭한 표정으로 스카르피아가 만들어준 통행증을 던지듯 쥐어준 토스카와 그 통행증을 구겨서 바닥에 던진 카바라도시. 카바라도시가 가까이 가면 휙 돌아서 멀어져 버리는 토스카. 연약한 연인이 자기를 위해 스카르피아를 죽였다는 사실을 들은 카바라도시의 충격과 미안함, 연인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걸 수 있는 토스카... 두 사람의 사랑의 대화에서 케미스트리가 증발해버린 것이다.

서울시오페라단

심지어 안젤라 게오르규는 커튼콜에도 나오지 않는 초유의 결례를 범했다. 관객은 나오지 않는 주인공을 기다리며 박수를 보냈고, 나중에는 이상하다며 웅성거렸다. 한참 후에 안젤라 게오르규가 나와서 몇 걸음 무대에 발을 디뎠으나, 이미 마음이 상해버린 관객 몇 명이 야유를 보내자 무대 중앙까지 나오지 않고 다시 들어가 버렸다. 이후 지중배 지휘자와 표현진 연출가,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나와 인사하며 막이 내렸다.

오페라 공연에서 앙코르는 일반적으로 지휘자와 연출자의 허락이 있어야 부르는 것이 관례인데, 특히 ‘별은 빛나건만’은 종종 앙코르 요청이 나오는 곡이다. 한편으로는 안젤라 게오르규가 원래 테너의 앙코르에 민감한 면도 있다. 2016년 빈 슈타츠오퍼에서도 요나스 카우프만이 ‘별은 빛나건만’ 앙코르를 부른 후 한참 동안이나 무대에 등장하지 않아 카우프만이 관객에게 대신 사과를 한 적도 있다. 

서울시오페라단

설사 테너가 앙코르 아리아를 부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해도 그렇게 무대에 뛰어들어 큰 소리를 내고 이후의 공연 진행에 영향을 주는 것이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에게 걸맞은 행동일까? 그녀는 말했다. "Respect me." 그러나 관객은 존중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