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 신작 '내가 물에서 본 것'

- 김보라 안무, 낯선 감각의 신작

2024-10-07     이종찬 기자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국립현대무용단의 신작 <내가 물에서 본 것>이 오는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 무대에 오른다.

김보라 안무의 <내가 물에서 본 것>은 보조생식기술(ART, assisted reproductive technologies) 경험을 통해 기술-몸 집합체의 무용예술적 가능성을 모색한다. 김보라와 제작진은 오랜 기간 세미나를 진행하며 인간과 비인간 요소들이 결합된 포스트휴먼적 몸의 이미지를 탐구해 왔으며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과 페미니스트 과학기술의 관점에서 인간의 몸을 재조명하며 기술과 몸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무대 위에 구현하고자 한다.

작품 제목의 ‘물’은 단순한 물(water)이 아닌, 물질과 문제(matter)의 개념을 담고 있다. 물질(matter)로서의 몸은 기술과 얽히며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고 물의 흐름처럼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구성된다. 다층적 관계 속에서 몸은 기술의 영향을 받아 새로운 형상으로 변화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을 무용의 언어로 표현하고자 한다.

또한 이번 공연은 독특한 사운드 연출로 관객에게 몰입감 있는 무대를 선사한다. 관객석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흐르지만, 무용수들은 연습실의 잡음과 기계음을 들으며 춤을 춘다. 이 설정은 안무가가 병원 복도에서 기다리던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병원 복도에서 한편으로는 클래식 음악이, 다른 한편으로는 기계음이 울려 퍼지며 두 소리가 처음에는 분리되어 들리다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섞여 들리는 것처럼 관객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흐려지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내가 물에서 본 것>의 중심에는 안무가 김보라, 드라마투르그 윤민화, 사운드디자이너 장재호가 있다. 이들은 각자의 독창적인 시각과 감각을 바탕으로 무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며 작품에 깊이를 더한다.

김보라는 몸의 탐구를 통해 춤의 시간을 발견하는 것에 집중하며 다양한 형식과 실험적 안무로 무용의 경계를 확장해왔다. 질문도 대답도 아닌, 독특한 특징을 가진 춤과 실제 몸과의 얽힘으로 비언어적인 것에 무게를 두고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포스트휴머니즘, 페미니즘적인 무용을 고민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번 신작을 준비했다.

드라마투르그 윤민화는 사회적으로 감각이 구성되어온 서사, 감각이 정치적인 힘을 드러내는 사건에 관심이 있다. 이화여대에서 포스트휴먼융합인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과 과학기술학, 다종민족지 분야에서 다학제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기술과 몸의 상호작용을 서사적으로 풀어내며 작품의 개념적 틀을 보완했다.

작곡가이자 미디어 아티스트인 장재호는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지만 네덜란드로 건너가 잡음을 만들고 잡음에 관한 논문을 썼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음악테크놀로지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소리로 무대의 감각적 경험을 확장시켰다.

김보라, 윤민화, 장재호 외 여러 제작진의 창의성과 협업을 통해 <내가 물에서 본 것>은 낯선 신체와 감각의 융합을 무대 위에 펼치며 기술과 몸이 어떻게 새로운 춤의 형태로 재구성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안무를 맡은 김보라는 "<내가 물에서 본 것>은 낯선 공생 속에서 ‘무한히 변화하는 몸’에 대한 이야기이다. 안무의 열쇠는 다중적 존재로서의 몸에 대해 톺아보면서 몸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 삼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물질로 변형된 몸의 움직임을 통해 관객들에게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낯선 새로움을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