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심청가'로 풀어낸 고려인 이주의 서러움
[더프리뷰=서울] 강민수 기자 =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10월 4-5일 ACC 예술극장 극장2에서 새로운 형식의 전통예술공연 <판; PAN>을 선보인다.
<판; PAN>은 동시대 사회현상과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주체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공연예술 언어로 무대 위에 펼쳐내는 프로젝트 공연이다.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과 그들이 한국에 돌아와 모여 살았던 광주광역시 월곡동을 조명한다.
제28회 한중일 베세토 페스티벌의 한국 참가작인 <판; PAN>은 고려인 강제 이주의 역사를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인 <심청가>의 서사와 연계했다. 공연은 고려인 이주 역사를 심청이 인당수에 빠졌을 때부터 용궁에서 받은 환대까지의 과정에 담아 소리와 안무, 연주가 어우러진 다양한 형식의 예술표현으로 형상화한다. 판소리, 피리, 춤, 영상, 구술 등을 통해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와 고려인을 ‘환대’라는 키워드로 서로 연결한다. 또 서로의 삶을 지탱하고 공동체를 유지하게 하는 환대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강제 이주를 거치며 중앙아시아 현지인들과의 교류와 환대가 어떻게 유지되고 변화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공연의 제작을 맡은 김재훈컴퍼니는 예술감독인 작곡가 김재훈을 필두로 음악과 무용, 텍스트에 특화된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하고 동시대적 논점과 가치를 반영하는 실험적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예술단체다. 김재훈컴퍼니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축적한 스토리와 높은 수준의 음악·음향적 성취를 바탕으로 여러 장르와 기술, 공간과 시간을 꿰어 완성해 낸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는 감동과 감격을, 예술계에는 새로운 관점과 독창적인 감각을 제시해왔다.
이번 공연은 1937년 삶의 터전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의 아픔을 무대에 담기 위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고려인들을 직접 만나고 이를 영상으로 만들어 그들의 현재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한다.
또 이날치 밴드에서 활동했던 소리꾼 권송희의 <심청가>와 강제 이주를 경험했던 세대의 구술이 만나 판소리의 한(恨)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외에도 정지혜의 안무와 전통악기 피리를 동시대 감각으로 풀어낸 김시율의 음악이 더해진 21세기 새로운 판소리를 경험할 수 있다.
ACC 이강현 전당장은 “중앙아시아에 흩뿌려진 고려인들을 둥근빵(리뾰시카)으로 보듬어준 원주민들의 진정한 환대의 의미를 관람객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라며 “강제 이주의 역사를 판소리로 해석한 새로운 공연예술과 동시대 함께 겪고 있는 이주의 정체성 등을 소리와 영상으로 만나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