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프리뷰=서울] 김영일 기자 = 뮤지컬 <어차피 혼자>(제작 PL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 송혜선)가 지난 9월 6일부터 일주일간의 프리뷰 공연을 거쳐 14일 정식으로 막을 올렸다. 공연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11월 20일(일)까지 계속된다.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2013년 CJ문화재단의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리딩 공연을 통해 처음 공개되었던 작품으로, 인간 본연을 위로하는 휴머니즘을 담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5월, 9년만의 본공연 초연 소식을 알린 <어차피 혼자>는 공연 넘버 중 하나인 ‘그날 아침’의 뮤직비디오 공개를 시작으로 2종의 캐릭터 포스터 공개, 6개의 넘버를 시연한 시츠프로브 라이브를 통해 개막 전부터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어차피 혼자>는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는 산장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독고정순의 숨소리로 막을 연다.
동틀 무렵, 밤새 골목을 지킨 길고양이들의 아침을 챙겨주는 서산, 하나 둘 불이 켜지는 아파트 베란다 너머로 커피를 마시는 사람, 멍하니 TV를 보고 있는 사람, 아침까지 잠 못 들었던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 둘 무대 위에 보여지며 평범하지만 무언가 진한 고독함과 외로움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이다.
<어차피 혼자>라는 제목처럼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혼자 살고 있다. 남구청 소속 복지과 무연고 사망담당자인 독고정순은 자신을 돌볼 여유조차 없이 오로지 죽은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간다.
엄마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다른 이의 죽음을 잘 처리하는 일, 그걸 넘어 외로운 죽음을 막고 싶다는 생각에만 휩싸여 있다. 아버지에 대한 불신과 불만으로 가득 찬 서산이 유일하게 정 붙일 곳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라 생각되는 길 고양이뿐이다.
‘혼자’임을 스스로 선택한 이들은 어쩌다 마주한 서로의 외로운 눈빛, 얼핏 듣게 된 남다른 사연에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이 쓰이게 되고 어느 새 위로의 따뜻함을 알아가고 그 위로를 원동력 삼아 삶의 용기를 내게 된다.
<어차피 혼자>에는 종종 수수께끼가 등장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닥쳤을 때도, 서로 너무 다른 생각에 갈등이 생길 순간에도, 슬픔을 잊어야 할 때도 등장하는 수수께끼를 두고 작품 속에서는 ‘우리의 인생’과 같다고 한다.
알쏭달쏭 풀리지 않지만 정답을 알고 나면 별 것 아닌 수수께끼처럼 고달픈 현재도 지나고 나면 웃을 수 있는 어제가 되는 것, 정해진 답이 꼭 하나여야만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 혼자 풀어도 재미있지만 여럿이 함께 풀면 더 재미있다는 것이 우리 인생과 꼭 닮아있다.
마지막 수수께끼는 “혼자 왔다 혼자 가지만 혼자일 수 없는 것은?”이다. 이 문제의 정답을 무대 위와 객석에서 함께 맞히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이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메시지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들리는 "살아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소리, 숨이 턱까지 차오른 내 옆에서 가쁜 숨을 함께 내쉬며 달리고 있는 사람들의 숨소리가 있기에 우리는 어차피 혼자지만 또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사람’인 것이다.
애써 외로움을 외면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주위를 둘러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것조차 힘겨워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옆에는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있다고 말하는 작품이 <어차피 혼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