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중앙에 오른 한국 현대무용" 뉴욕 타임즈 보도
"무대 중앙에 오른 한국 현대무용" 뉴욕 타임즈 보도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4.10.27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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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지원과 예술가들의 협력정신으로 전국적 활기
2024 서울세계무용축제_댄스있송 (c)박상윤 (제공=서울세계무용축제)
2024 서울세계무용축제_댄스있송 (c)박상윤 (제공=서울세계무용축제)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뉴욕 타임즈의 기고가 데이비드 벨처(David Belcher)가 한국 현대무용계에 대한 기사를 게재했다. 그간 외신들이 특정 작품을 소개하며 ‘독특한’ 한국무용에 대해 흥미 어린 관심을 보인 적은 종종 있었지만 한국 현대무용 전반에 대해 언급한 글은 드물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문화적 자신감이 피어나는 이 때, K-팝과 K-문학에 이어 한국 현대무용이 세계인의 보편정서 속에 뚜렷이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다음은 기사 전문.

한국에서 현대무용, 무대 중심에 오르다.

정부지원과 무용단들의 협력정신으로 전국에서 활기
데이비드 벨처, 2024. 10. 23, 서울

K-팝 비디오가 보여주는 순도 높은 안무가 전 세계에 한국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는 한편으로 한국 국내에서도 현대무용이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무용은 한국 예술계의 대단히 중요한 부분으로 신세대 무용수, 안무가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소리없이 뻗어나가고 있다.

지난 9월에 열린 서울세계무용축제(Seoul International Dance Festival, 시댄스)는 현대무용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을 증명한 행사로, 한국은 물론 캐나다, 호주, 유럽의 무용단들이 2주간 공연을 펼쳤다. 또한 올가을 예정된 몇몇 공연들은 글로벌 무용계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인기와 파급력은 한국 전체에 뚜렷이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서울과 다른 도시들의 수십 개 무용단들은 서로의 무용수들과 안무가, 디자이너를 공유하고 있다. 몇몇 무용단들은 해외에도 이름을 알리고 있으며 저명 안무가들을 한국에 초청하기도 한다.

한국 국립현대무용단은 아시아 유일의 정부기금으로 운영되는 현대무용단이다. 일부 단원들은 일본 안무가 시모지마 레이사의 2021년 작품을 리바이벌한 <닥쳐 자궁>을 오는 11월 15-1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할 예정이며, 더불어 또 다른 단원들은 11월 16-20일 아부다비에서 한국문화 특집 프로그램으로 <정글>을 공연할 예정이다.

<정글>은 2023년 10월 서울에서 초연되었으며 올 여름에는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탈리아, 카자흐스탄에서 공연됐다. <정글>은 2025년 11월 미국의 저명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드의 <하나의 평평한 것, 복제된>과 더불어 한 프로그램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신임 예술감독인 김성용에게 있어 이러한 국제 투어는 그의 조국에서의 무용의 성공과 잘 훈련된 다양한 무용수들에 대해 접근할 수 있음을 말해 준다.

김성용 감독은 자신의 서울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무용단들이 안무가와 무용수를 공유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일입니다. 예컨대 저희 무용단에는 상임 무용수가 없거든요”라고 말했다. “각 작품과 안무가들마다 스타일이 달라서 우리는 무용수를 계약제로 고용합니다.”

김성용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c)Baki(제공=국립현대무용단)
김성용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c)Baki (제공=국립현대무용단)

김 감독은 또한 정부 및 무용과가 있는 여러 대학이 조성해 준 창작환경의 공도 인정했다. 이 강력한 양면 지원 덕분에 수십 개의 소규모 무용단이 도움을 받고 있는데 개별 안무가들도 1인 무용단 운영체로서 기금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는 알기 어렵다.

김 감독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한국의 무용부문에 대한 정부 지원이 많이 있지만 또 교육에도 많은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에는 많은 대학들이 무용과를 두고 있어서 전문적으로 무용을 하고 싶어하는 새로운 무용수들이 늘 있습니다.”

15세에 춤을 시작해 수 년 간 객원 안무가로 활동해온 김성용 감독은 자신의 목표가 국립현대무용단, 그리고 한국 현대무용 전반을 세계 무대에 더욱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무용 안무가들을 더 많이 한국으로 초청해서 다양성을 높여야 해요”라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안무센터처럼 운영되고 있고 국내외 안무가들을 초청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무대에서의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이같은 접근은 서울에서 활동 중인 전혁진 안무가도 공유하고 있는데 그는 2008년에 설립한 그라운드 제로 프로젝트의 예술감독이다. 그에 따르면 한국의 현대무용은 경쟁적이라기보다는 협력적이며 그의 무용단은 오는 10월 31일 공연할 ‘아르코 댄스 & 커넥션’에서처럼 디자이너와 무용수, 감독을 서로 공유하는 많은 무용단 중 하나이다. 이 무대에서 전혁진은 <Extinction>의 확장 버전인 <Extinction ver.2>를 무대에 올린다. 이 공연에서 그는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무용수처럼 움직이면서 공연을 필름에 담을 예정이다. 그는 비디오 작가처럼 무용수 두 명의 동작을 영상에 담아 무대 위 대형 스크린에 띄울 계획이다.

전혁진은 자신의 작품은 한국의 무용가이자 안무가였던 육완순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87세의 나이로 타계한 육완순은 뉴욕에서 혁명적 안무가였던 마사 그레이엄을 사사했으며 한국 현대무용 운동의 개척자로 평가 받는다. 그녀는 수십 년 간 한국의 여러 대학에서 가르쳤다. “한국에서 저희 세대의 안무작품에서는 아직도 마사 그레이엄의 기법을 도처에서 볼 수 있습니다.”라고 전혁진은 말했다. “마사 그레이엄과 육완순 여사 두 분 모두 한국 현대무용에 뚜렷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육완순 여사의 업적은 엄청납니다.” 전혁진은 또한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정부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ts Council Korea)가 핀란드에서 진행한 국제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자신의 객원 레지던시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는 2010년 시댄스에서 핀란드 포리 무용단과 인연을 맺은 후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포리 무용단의 예술감독이었던 리사 노요넨이 “저를 초청해 무용단을 위해 안무했고 정부가 소요 비용의 60-70%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은 또한 한국 남부 도시 대구에 있는 대구시립무용단의 육성에도 기여하고 있는데 대구는 전자산업과 사과재배로 보다 유명하다. 1981년 창단되어 30명의 상근 무용수를 지닌 이 무용단은 1년에 40여 차례 공연하고 있으며 가장 최근으로는 지난 달 타이완의 댄스 나우 아시아 페스티벌에서 공연했다. 예술감독인 최문석에게 성공이란 지역의 정체성을 창출할 뿐 아니라 해외로 확장하는 것이다.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제 목표는 우리가 가진 것을 대구와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늘 간직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교류와 투어를 늘리고 싶어요.”

대구시립무용단은 오는 12월 13일과 14일에 대구를 주제로 한 시리즈의 세 번째 <대구 낙원>을 공연할 예정이다. 앞서 작년에 공연된 두 작품 <대구 보디>와 <그렌츠.랜드 대구>는 대구시와 그 사람들, 즉 원주민이나 보다 최근의 이주민들을 다루었다. 세 번째 작품은 환호와 경계의 비망록을 균형있게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한편으론 대구시와 산 가까이 있는 그 자연환경을 찬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대구의 그 유명한 덥고 습한 여름을 생각하며 지구 온난화를 다룰 것이라고 최 감독은 말했다. 그는 오는 2025년이나 2026년 쯤 대구의 미래에 대한 네 번째 작품을 계획 중이다.

김성용 안무 '정글' (c)황인모 (제공=국립현대무용단)
김성용 안무 '정글' (c)황인모 (제공=국립현대무용단)

 

대구에서 자라난 최문석 감독은 14년간 유럽에서 솔로이스트로 활동했으며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대구시립무용단의 예술감독이자 수석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는 이 무용단을 보며 자랐고, 이후 유럽에서 완전히 다른 시스템과 무용수 지원방식을 보았습니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런 지원방식을 한국에 도입하고 싶었고 그래서 이 직책에 지원해서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대구시립무용단은 약 260만의 인구가 살고 있는 한국의 네번째 큰 도시인 대구시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최 감독에게 있어 이 무용단은 대구시와 한 몸인데 이는 무용단은 시민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는 “예를 들면 저희는 1년에 열 번 정도 지역 DJ들과 작품을 만들어서 도심지역이나 미술관, 숨은 장소들을 찾아 그 공간을 발전시켜 나갑니다.”라고 말한다. “저희들과 관객 사이에는 늘 거리가 있음을 알았고 그래서 제 생각은 사람들에게로 찾아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우리를 보면 우리는 사람들에게 같이 참여하자고 청합니다. 즉 “사람들이 극장에 오기 싫다면 우리가 그들에게 가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대구시립무용단이 1년에 10-15회 정도 초등학교를 방문한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에게 현대무용을 보여주고 함께 연습하면서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도록 합니다. 그러면 결국 모두 함께 춤추게 되죠.”라고 그는 말했다. “이는 말로 설명하거나 보여주는 것보다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우리의 몸은 정말로 움직이고 싶어 합니다. 사람들이 그걸 느낄 겁니다. 제게 있어 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최문석 안무, '대구보디' (사진제공=대구문화예술진흥원)
최문석 안무 '대구보디' (사진제공=대구문화예술진흥원)

 

Modern Dance Takes Center Stage in South Korea

Thanks to government support — and a collaborative spirit among dance companies — the medium is thriving across the country.

By David Belcher
Reporting from Seoul Oct. 23, 2024

While the high-octane choreography in K-pop videos has helped define South Korea’s image globally, in the country itself, it’s modern dance that’s in the spotlight. It is a huge part of the country’s arts scene, quietly flourishing and influencing new generations of dancers and choreographers.

Its popularity and reach are evident throughout the country, especially among the dozens of companies, in Seoul and other cities, that share dancers, choreographers and designers. And several of those companies are making a name for themselves internationally, performing abroad and inviting major names to choreograph in South Korea.

This year’s Seoul International Dance Festival in September was a testament to the country’s dominance in the medium, with companies from Canada, Australia, Europe and, of course, Korea performing over two weeks. And several performances coming up later this fall display the country’s growing visibility on the global dance stage.

Some dancers from the Korean National Contemporary Dance Company, which bills itself as the only government-funded national contemporary dance company in Asia, are to perform “Shut Up Womb” (Nov. 15-17), a revival of the 2021 dance by the Japanese choreographer Shimojima Reisa, at the Seoul Arts Center right around the same time some of the company’s other dancers are to perform “Jungle” in Abu Dhabi, United Arab Emirates, Nov. 16-20, as part of a program celebrating South Korean culture.

“Jungle” debuted in October 2023 in Seoul, and then traveled to Austria, France, Italy and Kazakhstan this summer. It will return to South Korea in November 2025 in a program that will also include “One Flat Thing, reproduced,” a dance by the celebrated American choreographer William Forsythe.

For Kim Sungyong, the new artistic director of the company, this international touring speaks to the success of dance in his home country, and to the access to a variety of well-trained dancers.

“It’s very natural for dance companies in South Korea to share choreographers and dancers, and in our company, for example, we don’t have permanent dancers,” Kim said during an interview in his Seoul office. “We hire them on a contract basis because each piece and each choreographer has a different style.”

Kim also credited a creative environment created by the government and the many universities with dance departments. Given that strong backing on two fronts, dozens of small dance companies are supported, with an exact number not available since individual choreographers can apply for funding as a one-person dance operation.

“There is a lot of financial support from the government for dance compared to other Asian countries, but there’s also a big focus on education,” Kim added. “In South Korea, there are a lot of dance departments in many universities, so there are always new dancers who want to dance professionally.”

Kim, who began dancing at age 15 and worked as a guest choreographer for years, said his goal is to make the company — and Korean modern dance in general — more visible around the world.

“We are asking more contemporary choreographers to visit South Korea, so we can have more variety,” he said. “We work as a choreographic center and invite national and international choreographers.”

This approach to achieving greater global visibility is shared by the Seoul-based choreographer Jeon Hyuck-Jin, the artistic director of Ground Zero Project, which he founded in 2008. Modern dance in South Korea is more collaborative than competitive, he said, and his company is one of many that shares designers, dancers and directors, often collaborating on performances, such as the upcoming show “Arko Dance & Connection” on Oct. 31, where he will stage “Extinction_ver.2,” an expanded version of “Extinction.” Jeon choreographed the piece and will be filming it from onstage during the performance, moving like a dancer as he does so. As videographer, he will capture the movements of two dancers, which will be projected onto a large screen above the stage.

Jeon said that much of his work has been greatly influenced by Yook Wan-soon, a Korean dancer and choreographer who taught at several universities, and who studied with the revolutionary choreographer Martha Graham in New York. Yook, who died in 2021 at the age of 87, is credited with pioneering the modern dance movement in South Korea. Yook taught at several universities over many decades.

“You can still see the Martha Graham technique everywhere in the choreography of my generation in South Korea,” Jeon said. “Both she and Ms. Yook had a significant influence on contemporary dance in this country. Ms. Yook’s legacy is tremendous.”

Jeon also cited the Arts Council Korea, a government agency that supports artists across various genres, as hugely influential, for his guest residency in Finland as part of the council’s international exchange.

Jeon also cited the Arts Council Korea, a government agency that supports artists across various genres, as hugely influential, for his guest residency in Finland as part of the council’s international exchange.

“We have an ongoing collaborative project with the Pori Dance Company through a connection formed at the Seoul International Dance Festival in 2010,” Jeon explained. He said Liisa Nojonen, who was the company’s artistic director “invited me to choreograph for the company, and the Korean government funded 60 to 70 percent of that exchange.”

Government support also nurtures the Daegu City Dance Company in the southern city of Daegu, known more for its electronics and apple farming. Established in 1981 and with 30 full-time dancers, it performs about 40 times a year, most recently at the Dance Now Asia festival in Taiwan last month.

For Choi Moonsuk, the company’s artistic director, success is about creating a local identity but also expanding internationally.

“My goal is that we always keep what we have in Daegu and inside South Korea, but also outside the country,” he said in a recent phone call. “I’d love to add a global exchange and tour.”

The company will produce “Daegu Paradise” Dec. 13 and 14, the third piece in a series about the city of Daegu. The first two, “Daegu Body” and “Grenz.land Daegu,” performed last year, addressed the city and its people, either the history of the natives or the more recent immigrants. The third piece balances notes of jubilation and caution. On one hand, it will celebrate the city and its natural setting near mountains; on the other hand, it will also focus on global warming, given Daegu’s famously hot, humid summers, Choi said. He plans to add a fourth dance, about the future of the city, in 2025 or 2026.

Choi, who grew up in Daegu, danced as a soloist for 14 years in Europe before returning to South Korea as the artistic director and main choreographer for the company.

“I grew up watching this company, and then in Europe I saw a whole different system and how supportive of dancers it was,” he explained. “I dreamed of bringing that back to South Korea, and then I applied for this job and got it.”

The company receives financial support from Daegu, the country’s third-largest city, with about 2.6 million residents. For Choi, the company is an integral part of what defines the city because it involves its residents.

“For example, we create a piece with local DJs about 10 times a year and go to the city center or a museum or a hidden place, and we develop the space as we go along,” he said. “I found that there was always a gap between us and the audience, so my idea was to go to the people. They see us, and we ask them to join in. I thought: ‘If they don’t want to come to the theater, let’s go to them.’” Daegu City Dance Company also visits elementary schools 10 to 15 times a year, he added.

“We show the children contemporary dance, and we do exercises together so that they become interested, and by the end we are all dancing together,” Choi said. “This is a strong message, rather than explaining in words or showing. Our bodies really want to move. The people must feel it. For me, that’s very import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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