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용기놀이를 아시나요?"
[현장르포] "용기놀이를 아시나요?"
  • 조춘영
  • 승인 2025.01.29 0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용기훈련 캠프, 바닷길 행군에 다녀오다
손 끝으로 버티고 있는 용기 (바닷가 행군 중)
손 끝으로 용기를 버티고 있는 용기수 (바닷가 행군 중)

[더프리뷰=강릉] 조춘영 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문화연구소 연구원 = 지난 117일부터 22일까지 강릉농악전수관에서 거대한 크기의 기를 놀리는 용기훈련 캠프가 있었다. 필자는 몇 년 전 받은 감동과 은혜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용기훈련 캠프에 기록자로 참여하였다. 전주기접놀이 출신 용기대장 여현수 씨가 처음 주최하고 벌써 7년차를 맞이하여 25명 참가라는 성장을 바라보며...

한국 전통민속과 의례에는 기 관련 문화가 다양하게 전승되었다. 궁궐과 군사 문화에도 기가 많지만 민간의 거의 모든 마을에는 그 공동체를 상징하는 기가 존재하였다. 농기, 용기, 두레기, 영기, 천왕기, 서낭기가 그것이다. 거대한 기는 마을 마당에 세워두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풍물패, 굿패와 함께 직접 들고 다니며 당산제, 당산굿, 문굿, 길굿, 지신밟기, 마당밟이에서 선두를 이끈다.

용기놀이 중 퍼올리기 기술 훈련 중
용기놀이 중 퍼올리기 기술 훈련

기를 대상으로 하거나 놀리는 기고사, 기세배, 기접놀이, 깃절놀이, 기싸움, 기놀이 등 다양한 기문화도 면면히 전승되어 왔다. 이런 기문화를 뿌리에 두고 용기놀이를 현대적, 체계적으로 예술화하고 저변확대하는 중심에 여현수 대장이 있다.

바다 행군 중 용기를 들고 있는 여현수 대장
바다 행군 중 용기를 들고 있는 여현수 대장

전북 정읍, 충남 청양에서 진행했던 용기훈련이 올해는 강릉농악전수관으로 옮겨서 열렸다. 전수관 잔디마당이 훈련장으로 적당했으며, 캠프 마지막 날 용기행군할 바닷가가 가까운 이점이 있었다.

캠프는 여현수 대장이 지도하는 도전반(입문)과 김재현 사부가 지도하는 재도전(상급)반으로 구분하였다. 때때로 전체가 모여 배운 기능들을 몸소 펼쳐보이고 부족한 점을 지도받으며, 새로운 기술과 레퍼토리를 공유해 평가를 주고받기도 한다. 7년차나 되다 보니 초창기 용기수들은 여럿이 편을 짜 새로운 공연 레퍼토리를 완성도 있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김재현 사부의 지도를 받고 훈련중인 재도전반
김재현 사부의 지도를 받고 훈련중인 재도전반

용기놀이는 필수적인 구성물이 몇 가지 있다. 대나무 깃대, 천으로 된 깃발(기폭), 기를 조종하는 기끈, 허리에 묶어 기를 받쳐주는 기받이, 꼭대기에 장식하는 꿩장목과 방울 등이다. 이런 구성물들을 직접 만들고 꾸미는 프로그램도 있다. 장식없는 깃대와 친해지기, 깃발과 기끈 묶기, 꿩장목, 기수건과 방울 달기가 있다. 캠프 첫날 밤에는 여현수 대장이 구해온 생대나무를 불로 굽고 곧게 펴는 교육도 나름 낭만의 시간이다. 10시간 이상 소요되며 엄청 큰 힘이 필요한 기받이 만들기도 개별적으로 진행한다.

생대나무의 진액을 빼고 곧게 펴기 위해 불로 굽고 있다
생대나무의 진액을 빼고 곧게 펴기 위해 불로 굽고 있다
기받이 만들기 교육을 하고 있는 김재현 사부
기받이 만들기 교육을 하고 있는 김재현 사부

 

깃발과 기끈을 깃대에 묶고 있다
깃발과 기끈을 깃대에 묶고 있다
허리에 묶어 기를 받치는 각양각색 기받이들
허리에 묶어 기를 받치는 각양각색 기받이들

용기놀이의 기술에는 기들고 걷고 뛰기, 한 발 들고 버티기, 깔기, 퍼올리기, 파도타기, 여럿이 꽃의 모양을 만드는 연화자와 발등, 어깨, 이마, (가락) 위에 올리고 버티기 등이 있다. 전주기접놀이에서 전통적으로 쓰는 기술 명칭을 그대로 쓰고 있지만 아직 명칭이 없는 기술도 있을 정도로 체계화, 이론화의 성장 과정에 있다.

하늘로 기 던져서 받기
하늘로 기 던져서 받기

용기훈련의 백미는 역시 바다 행군이다. 캠프 마지막 날 인근 바닷가로 나가 용기 들고 바람을 맞으며 10~15km를 행군하는 모습은 감동과 장엄 그 자체다. “바닷가 행군은 바람과 자연과 용기와 내가 하나 되기 위해서 합니다. 용기가 바람을 머금지 않고 흘려보내야 되요. 바람에 저항하고 바람을 읽고 이용해서 기를 놀립니다. 바닷가 행군의 과정을 통해서 기와 하나 되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바닷가 행군에 대한 여현수 대장의 생각이다.

바닷가 용기 행군에 참여한 용기수들
바닷가 용기행군에 참가한 용기수들

이번 바닷가 행군에는 바람이 비교적 약하고 행군의 거리가 길어서 대략 6시간이 소요되었다. 캠프 참여는 못하지만 바다 행군을 위해서 온 용기수도 두 명이나 된다. 옆에서 기록 참여자로 기를 들지 않고 행군만으로도 바닷바람과 모래밭의 자연환경을 버티어내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여성 한 분을 포함하여 스물일곱 명의 용기수가 행군을 무사히 마쳤다. 그 자신감과 성취감은 새로운 일년을 살아갈 힘과 자양분이 될 것이다.

7m 가장 긴 깃대, 태극기 깃발을 든 용기수
7m 가장 긴 깃대, 태극기 깃발을 든 용기수
용기훈련 최고령 용기수(강릉농악보존회원)
용기훈련 최고령 용기수(강릉농악보존회원)
용기훈련 및 바닷가 행군을 완수한 유일한 여성 용기수
용기훈련 및 바닷가 행군을 완수한 유일한 여성 용기수

푸른 뱀의 해인 2025년. 용기 바닷가 행군의 기세와 기운으로 용이 드높게 승천하듯, 국운이 융성하여 온 국민이 춤출 수 있는 신바람이 일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