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프리뷰=서울] 김혜라 기자 = 최근 독일 하노버에서 나온 피아니스트 조재혁의 쇼팽 음반 발매 기념 리사이틀 <쇼팽>이 유럽 4개 도시에 이어 국내 8개 도시 투어를 시작한다. 서울에서는 6월 8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며, 이에 앞서 서귀포예술의 전당(4.29), 천안예술의전당(5.25), 경남문화예술회관(5.26),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6.3)를 거쳐 울산 중구문화의전당(6.9), 전주한벽문화관(6.11), 강릉아트센터(6.18)로 이어진다. 쇼팽 발라드 1번부터 4번, 피아노 소나타 3번이 연주된다.
그의 성장은 멈추지 않는다
지난해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와의 라흐마니노프 2번과 3번 협주곡 음반 발매로 유럽 음악계에서 호평을 받으며 위치를 확연히 구축한 피아니스트 조재혁. 매해 인터내셔널 음반을 꾸준히 발매하면서 영국 카도간홀,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홀,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홀 등 연주자들에게는 꿈과도 같은 저명 공연장에서의 무대는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굵직한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의 단골 협연자이자 이제 세계 주요 공연장의 시즌북에서 그의 이름을 보기가 어렵지 않다. 넉 장에 달하는 인터내셔널 음반을 포함한 다섯 장의 디스코그래피에, 곧 출시가 예정된 모차르트 음반까지. 세계 음악계에서 보여주는 그의 광폭 행보는 이제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
다시 초심으로 돌아와 만나는 쇼팽
<쇼팽>은 피아니스트 조재혁만의 첫사랑이자 영원한 마음의 고향 같은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들로 그가 월드 투어에 이어 한국에서의 첫 전국 투어를 앞두고 있다니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그의 목소리가 궁금해졌다.
“쇼팽은 거의 평생을 피아노라는 악기에만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피아노만이 가지고 있는 악기 특유의 특성, 능력, 그리고 잠재력까지 고려해 음악의 방향과 발전을 이룬 정말 중요한 작곡가였습니다. 그의 음악 일부분을 저도 녹음으로 기록하는 일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에 개인적으로 무척 감격스럽게 느껴집니다.”
“제가 녹음한 이 곡들은 이미 수많은 다른 연주자들이 음반을 남긴 곡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무대에서 많이 연주되는 작품들인데 저를 포함한 청중이 오늘도 연주회장을 찾고 음반을 고르는 건 종이 악보로 전해지는 작곡가의 의도가 바로 ‘연주자’에 의해 완성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주자가 악보를 공부하고 소리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그 연주자 특유의 개성이 담기는데 사람마다 외모도 다 다르듯 음악적 개성이 다 다르기에 오늘도 이 작품들을 연주하며 듣는 이유가 생기는 것이지요. 저는 제 자신에게 자주 얘기를 합니다. 청중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연주회를 찾는데 저는 그분들에게 제 연주회를 찾는 이유를 드려야 한다고요.”
조재혁의 <쇼팽> 음반 발매기념 월드 투어는 3월 독일에서의 연주를 시작으로 6월까지 한국 투어로 이어진다. 세계 주요 공연장을 누비는 그가 이제서야 첫 한국 전국 투어라니, 무언가 순서가 바뀐 듯하다. 그러나 그의 음악처럼 자유로운 숨결을 가진 그에게 무엇이 먼저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조재혁의 피아노를 향한 사랑과 초심이 가득 담긴 이번 무대에서 우리가 만날 개성 넘치는 쇼팽을 기대해보자.
조재혁은 만 5세에 피아노를 시작해 황숙중, 김혜자, 조영방을 사사하고 서울예고에 입학, 1학년 재학 중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뉴욕 맨해튼 음악대학 프리칼리지를 거쳐 줄리어드 스쿨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하는 동안 솔로몬 미코프스키, 허버트 스테신, 제롬 로웬탈을 사사하였고, 이어 맨해튼 음대에서 니나 스베틀라노바를 사사하며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페인 마리아 카날스 콩쿠르 1위를 비롯, 모나코 몬테카를로 피아노 마스터즈 국제콩쿠르, 이탈리아 레이크코모 국제콩쿠르, 스페인 페롤 국제콩쿠르, 미국 뉴올리언스 국제콩쿠르 등 세계 유명 콩쿠르 입상 경력이 있는 조재혁은 1993년 뉴욕의 프로피아노 영아티스트 오디션 우승을 계기로 카네기홀 와일 리사이틀 홀에서 뉴욕 데뷔를 했고 그 후 북미와 유럽에서 꾸준히 연주활동을 펼쳐 왔다. 국내에서도 독주회와 실내악, 오케스트라 협연, 렉처 시리즈 등 다양한 연주활동 외에 음악과 타 예술분야의 결합에도 관심을 가져 국립발레단, 일루셔니스트 이은결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의 협업과 융합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오르가니스트로서의 활동도 활발히 하는 조재혁은 2020년 시즌 롯데콘서트홀, 인천 엘림아트센터, 프랑스 앙굴렘의 성베드로성당 등에서 독주회를 가졌고, 특히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코리안심포니와 요제프 용엔(Joseph Jongen)의 오르간 협주곡 생포니 콩세르탕트(Symphonie Concertante)를 한국 초연했고, 세종문화회관 제야음악회에서 생상스의 오르간 심포니를 협연했다. 맨해튼 음대 프리칼리지 시절부터 부전공으로 오르간을 시작해 뉴욕과 뉴저지 여러 교회의 오르가니스트 겸 음악감독으로 활동, 교회음악가의 경력을 쌓은 조재혁은 미국장로교 주최 전국 예배와 음악 콘퍼런스에 공식 오르가니스트 겸 합창지휘와 예배반주법 강사로도 다년간 활약했다.
조재혁은 2011년부터 6년간 KBS 클래식FM의 프로그램 <장일범의 가정음악> 수요일 코너 ‘위드피아노’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해 ’라이브 렉처 콘서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으며, 2015-16년 스트라디움의 <조재혁의 음악상자>와 수원SK아트리움의 <조재혁의 아침클래식>에서 기획 및 연주, 진행을 맡았다. 2017년부터 2년간 예술의전당의 간판 음악회 시리즈 <11시 콘서트>의 호스트를 맡아 연주와 해설로 활약한 바 있고, 2019년에는 아트센터 인천의 마티네 콘서트 시리즈 <조재혁의 뮤직 인사이트>를 맡아왔다. 2021년 시즌 그의 라흐마니노프 협연 음반 발매와 더불어 런던 카도간홀에서의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연 무대는 전석 매진과 더불어 현지 언론과 관객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최근에는 음반작업도 활발해 2017년 SONY 클래시컬에서 발매된 베토벤 소나타 음반을 시작으로 2019년 아드리앵 페뤼숑(Adrien Perruchon)의 지휘로 로열 스코티시 내셔널 오케스트라와 협업한 베토벤과 리스트 협주곡 음반(SONY 클래시컬)과 파리의 마들렌 성당에서 녹음한 그의 첫 오르간 솔로 앨범이 프랑스 에비당스(Evidence) 레이블에서 발매됐다. 모스크바에서 한스 그라프(Hans Graf)의 지휘로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음반이 2021년 발매됐고 독일 하노버에서 녹음한 쇼팽 솔로 음반이 올해 4월 발매됐다. 또한 2022-23 시즌에는 런던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모차르트 협주곡 음반의 발매를 앞두고 있다.
입장권 R석 6만6천원, S석 4만4천원, A석 3만3천원. 문의 ㈜목프로덕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