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배경으로 재탄생한 'La Traviata(라 트리비아타) · 춘희'
경성 배경으로 재탄생한 'La Traviata(라 트리비아타) · 춘희'
  • 김다인 기자
  • 승인 2024.04.07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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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Traviata(라 트리비아타) · 춘희' 포스터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더프리뷰=서울] 김다인 기자 = 서울시오페라단은 올 시즌 첫 작품으로 주세페 베르디의 <La Traviata(라 트라비아타) · 춘희>를 오는 4월 25일(목)부터 28일(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1853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초연된 <La Traviata(라 트라비아타)>는 1948년 우리나라에서 첫 선을 보였는데 당시 공연명이 <춘희; 동백 아가씨>였다. 서울시오페라단은 파격적인 해석과 연출로 이 작품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

시대적 배경은 1900년대 초반 경성. 여주인공 비올레타는 기생으로 위장해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는 강인한 여성이다. 순수한 청년 알프레도와 사랑에 빠진 그녀는 나라를 구하려는 열망과 사랑의 열병 사이에서 방황한다. 1853년 베르디 초연작의 배경은 1800년대 프랑스 파리 사교계였지만 서울시오페라단은 이를 1900년대 초반 혼돈과 열망이 만나는 시공간, 경성으로 옮겨왔다.

혼돈과 열망이 만나는 시공간, 1900년대 초반 경성

일제강점기 경성은 많은 예술작품에 영감을 준 장소이다. 새로운 서구문명과 전통의 가치가 충돌하고, 일본의 식민지배에 순응하는 나약함과 독립을 향한 열망이 강렬히 부딪히는 곳. 이 때문에 2018년 <미스터 선샤인>, 2023년 <경성크리쳐> 등 경성을 배경으로 대중의 큰 관심을 모으는 작품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조선 최초 테너와 최초 오페라 공연을 소재로 2023년 초연된 창작 뮤지컬 <일 테노레>도 경성이 배경이다. 이 뮤지컬 작품에 영감을 준 테너 이인선은 1948년 우리나라 최초 전막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공연한 실제 인물이다. 이번 작품은 국내 대표적인 프랑스 희곡 전문가로 손꼽히는 조만수 충북대학교 교수가 드라마투르그로 참여, 오페라 고전의 재해석에 힘을 보탰다.

여성 예술감독, 여성 연출자, 여성 지휘자가 만들어낸 작품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은 이래이는 현재 독일을 중심으로 활발한 오페라 연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23년 <투란도트>에서 손진책 연출과 함께 협력연출로 뛰어난 감각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휘는 국내 대표적인 여성 지휘자로 현재 대전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는 여자경이 맡는다. 여자경은 오케스트라 지휘는 물론이고 성악가의 호흡을 이해하며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는 지휘자로 정평이 나 있다. 2022년 취임한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은 2023년 <마술피리> <투란토트>, 광화문 광장 야외오페라 <카르멘> 등을 성공시키며 뛰어난 오페라 제작 능력을 입증했다. 특히 최초로 테너 이용훈을 국내 오페라 무대에 데뷔시키는 등 놀라운 캐스팅 능력으로 오페라의 대중화를 위해 열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여성 단장이다.

국내 최고의 성악가들이 꾸미는 무대

이번 공연에서도 최고의 성악가들이 함께한다. 2023년 서울시오페라단 <리골레토>의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공연에서 질다 역으로 오페라단과 호흡을 맞추었던 이혜정이 비올레타 역을 맡는다.

또 다른 비올레타는 독일 아우구스부르크 오페라극장 소속 가수인 이지현이 맡아 국내 오페라 데뷔 무대를 갖는다. 이지현은 유럽에서 체칠리아 지현 리(Cecilia Jihyun Lee)로 활동하며 2022년 아우구스부르크 오페라극장에서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역으로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알프레도 역은 한국 최고의 성악가 중 한 명으로, 서울시오페라단과는 처음 작업을 함께 하게 된 정호윤과 지난 해 한국인 테너로는 최초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손지훈이 맡는다. 특히 이지현과 손지훈은 모두 한국 오페라 무대에 주인공으로 처음 서게 되어 의미가 깊다.

제르몽 역에는 관록의 바리톤 유동직과 BBC 카디프 콩쿠르에서 역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김기훈이 2023년 <마술피리>에 이어 서울시오페라단과 다시 한 번 인연을 맺는다. 플로라 역은 메조소프라노 신현선과 김순희가 맡아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이밖에 지난 2월에 열린 서울시오페라단 2024년 정기공연 출연진 오디션을 통해 선정된 많은 배역들이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미 강조, 한복을 입은 오페라가 온다

무대 위 성악가들이 입을 한복은 김영석 디자이너의 손끝에서 완성된다. 김영석은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각국 대통령 부인에게 한복을 입히며 한복의 미를 널리 알린 한복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서울시오페라단의 <La Traviata(라 트리비아타) · 춘희>는 전통의 격조를 지키며 현대성을 가미한 한복 디자인으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그가 최초로 선보이는 오페라 의상 디자인 작업이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은 “경성이 배경인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등을 보면서 <La Traviata(라 트리비아타) · 춘희>를 떠올렸다. 순수하고 병약한 여주인공 대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신분을 위장한 강인한 여성이 순수한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베르디 음악과 너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이번 공연을 통해 K-Opera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은 “서양문화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오페라가 이제 한국의 미와 교감할 때가 되었다. 한옥, 한복 등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이 서양 고전의 정수인 오페라와 만나 한층 깊은 차원의 감동을 전 세계 관객에게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관람권은 SUITE석 17만원, VIP석 15만원, R석 12만원, S석 10만원, A석 8만원, B석 5만원이며, 예매는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공연시간은 목·금 19:30, 토·일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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