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프리뷰=서울] 이미우 기자 = 지난 5월 1일 대학로 마로니에광장에서 개막식을 가진 제45회 서울연극제(서울연극협회/서울문화재단 공동주최, 서울연극제집행위원회 주관, 서울시 후원)가 31일부터는 공식선정작들을 무대에 올린다.
올해 서울연극제는 ‘연극, 다(多)름으로 공존(共ZONE)하다!’라는 슬로건이 시사하듯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바탕으로 한 8편의 공식선정작 외에도 자유경연작 30편 등 많은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을 시도한다.
먼저 5월 31일(금)에는 네 편의 공연이 동시에 시작된다. 극단 김장하는 날의 <누에>(작가 박지선, 연출 이영은)는 6월 2일(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누에>는 조선의 제9대 왕인 성종과 폐비 윤씨, 어우동, 월산대군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역사적 인물들의 이야기에 작가의 연극적 상상력을 보태 만든 작품이다. 두 여성 주인공이 마치 누에고치가 자아내는 실타래처럼 서로 맞닿아 엮이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새로운 형태의 역사극으로, 이영은 연출은 처음 박지선 작가의 대본을 읽으면서 본인이 느꼈던 감동이 관객들에게 오롯이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극집단 반의 <미궁의 설계자>(작가 김민정, 연출 안경모)는 6월 9일(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한국 현대건축 1세대인 김수근이 인권탄압으로 악명 높은 남영동 대공분실을 설계했는 사실로부터 시작된 작품이다. 게다가 김수근이 직접 설계했던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을 한다는 점이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안경모 연출은 설계자의 고민들, 이를 해결해 나가는 어려움, 결과에 대한 책임과 반성의 태도 등 다양한 시각을 더해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극단 바바서커스의 <아는 사람 되기>(작·연출 이은진, 공동연출 심재욱)는 6월 9일(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분단의 시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여러 세대와 그들의 왜곡된 마음, 그리고 거기서 빚어지는 갈등을 다루는 작품이다. 분단과 남북관계에 대한 3년간의 연구를 통해 차곡차곡 만들어 온 작품으로, 이은진 연출은 궁극적으로는 이 작품을 통해 ‘어떻게 다른 사람과 함께 잘, 혹은 살 수 있는가’ ‘공존의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가’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드림플레이 테제21의 <자본3:플랫폼과 데이터>(작·연출 김재엽)는 6월 9일(일)까지 미마지아트센터 눈빛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자본3:플랫폼과 데이터>는 플랫폼 자본주의, 즉 흔히 스마트폰으로 운영되는 4차 산업혁명인 플랫폼 자본과 플랫폼 노동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본 시리즈'는 역사와 경제를 테마로 동시대 문제를 이야기하는 드림플레이 테제21의 작업으로, 김재엽 연출은 "이번 서울연극제에서 만나는 <자본3>은 기술적으로 좀 더 확장된 영상 이미지와 플랫폼 노동을 하고 있는 라이더들의 구체적 형상화 등을 통해 보다 역동적인 구성으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네 작품에 이어 극단 신세계의 <부동산 오브 슈퍼맨 2024>(작·연출 김수정)가 6월 1일(토)부터 9일(일)까지 대학로극장 쿼드 무대에 오른다. 한국에서 전세 사기를 당한 슈퍼맨이 벌이는 고군분투 스펙터클 어드벤처 버라이어티 대서사시를 ‘모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극단 신세계는 이 작품을 통해 금융자본주의 시대에서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회적 정의를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고 말한다.
극단수수파보리X컬쳐루트의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작가 김말봉, 각색·연출 정안나)는 6월 7일(금)부터 9일(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는 1930년대 신문소설로 대중에게 크게 각인되었던 소설가 김말봉의 작품을 각색한 연극으로, 김말봉이라는 여성 작가를 재발굴하고 재조명한다. 정안나 연출은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많이 사라진 우리 고유의 연극적 요소들을 작품 안에 녹여내기 위해 만담, 변사, 당대의 다양한 민요, 음악 등을 넣었다고 말한다.
극단 사개탐사의 <다이빙 보드>(작 말레나 페니쿡, 연출 박혜선)는 6월 14일(금)부터 23일(일)까지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관객과 만난다. <다이빙 보드>는 미국 신인 작가 말레나 페니쿡의 2022년 신작으로, 부상의 위기를 경험한 소녀들이 두려움과 불안감을 극복해 가는 고등부 수영선수들의 이야기이다. 특히 이 작품은 유진 오닐재단이 운영하는 플레이라이츠 콘퍼런스 사이트를 통해 박혜선 연출이 직접 발굴, 선보이게 됐다. 박혜선 연출은 다이빙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할지, 다이빙하는 모습을 어떻게 관객에게 보여줄지에 연출 포인트를 두었다.
마지막으로 즉각반응의 <새들의 무덤>(작·연출 하수민)은 6월 15일(토)부터 23일(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딸을 잃은 아버지가 딸을 기억하기 위해서 자기가 살아왔던 긴 연대기를 떠나는 이야기이며, 기억과 희망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다. 하수민 연출은 공연에서 현대사를 다루는 다양한 방식이 있듯이 이번에는 ‘기억’을 이야기하고자 하며, 극장이라는 공간, 그 공간에서 공연이 이루어진다는 자체를 형식적으로 이 작품에 과감하게 투영했다고 밝혔다.
꽉 찬 일정으로 진행되는 공식선정작 8편과 자유경연작 30편 외에도 제45회 서울연극제는 ‘연극인이 모두 함께라면’이라는 콘셉트로 낙산공원을 함께 산책하며 ‘다름’에 대해 소통하는 참여 프로그램 <같이 걸을까>, 사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출적 실험을 시도하는 워크숍 <사물의 연극성>, 연극인 최고의 컵차기 팀을 뽑는 <천하제일 컵차기대회>, 외국국적 연극인, 장애연극인, 비장애연극인이 함께 하는 토크쇼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을까>, ‘정식 공연이 되지 못한 것’들을 펼쳐볼 수 있는 프로그램 <너의 목소리가 들려>, 그리고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과 자유경연작을 주제로 혜화역 중앙통로 구간에 설치되는 전시 프로그램 <혜화역에서 만나는 서울연극제> 등 다양한 참여형 부대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