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전통의 본(本)과 실험적 류(流)를 쌍끌이한 기획력이 반짝인 무대
[공연리뷰] 전통의 본(本)과 실험적 류(流)를 쌍끌이한 기획력이 반짝인 무대
  • 김명현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8.1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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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화문국악당 '일무일악'

[더프리뷰=서울] 김명현 무용평론가 = 장맛비가 한창이던 때, 돈화문국악당의 <일무일악(一舞一樂)>(7월 17일, 19일) 무대는 빈 좌석을 찾아볼 수 없었다. 무용수 한 명과 음악가 한 명이 하나의 작품을 창작한다는 기획하에 열린 무대였기에, 그리고 모인 예술가들의 면면이 호기심을 자극할 만큼 훌륭했기에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공동기획자 윤중강은 시대에 따라 늘 변하는 것이 예술이지만 지켜야 할 것은 지키고, 변화시켜야 할 것은 변화시켜 시대, 지역, 사람, 세대에 따라 달라지면서도 지역성을 살리는 동시대의 전통예술을 만들고자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원리를 법본창류(法本創流)라는 말로 요약했다.

그리고 음악과 춤은 같이 가야 한다는 악무일여(樂舞一如)를 이번 기획의 핵심 철학으로 삼아 한 명의 무용수와 한 명의 음악가가 만난 무대를 꾸렸다. 기존의 음악에 얹어진 춤이 아닌 춤, 반주로서 연주되는 음악이 아닌 음악을 꾸려 서로로부터 독립적이면서도 온전하게 서로를 상생시키는 작품을 시도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이런 기획의도와 목표를 분명히 밝힌 두 번의 공연은 첫날엔 제주도 영등굿, 경기도 도당굿, 진도 씻김굿에 기반한 혹은 인연한 예인들로 꾸린 제의성 강한 무대를 올렸고, 둘째 날엔 정재와 민속에 기반한 작품들로 돈화문국악당의 작은 무대를 다양하게 채색했다. 첫째 날 공연부터 순서대로 기록해 본다.

2024 일무일악 '맘궤다림' 김미애, 방지원 (c)신귀만

국립무용단의 수석 무용수 김미애와 올해 초 서울예술상을 수상한 방지원의 <맘궤다림>은 ‘마음의 궤를 드린다’는 제주도 방언을 제목으로 내세운 공연이다. 김미애의 고향인 제주도의 영등굿을 기반으로 하여 동해안 별신굿 이수자인 방지원이 제주도 심방의 장단과 소리를, 김미애가 영등할망으로서 <일무일악>이라는 굿판을 여는 무대였다. 방지원이 요령을 흔들면, 김미애는 멋지게 부풀린 흰색 치마저고리에 나뭇가지와 꽃으로 장식한 무구를 들고 나온다. 방지원의 찰진 심방(제주도 무당을 일컫는 말) 소리에, 허리끈을 질끈 동여매고 무구로 바닥을 쓸거나, 때리고, 빨간 속곳이 드러나도록 치마를 올려잡고 발디딤 사위를 선보인다. 김미애의 움직임에는 춤형들이 많이 생략되어 있었지만 제의적인 몸짓이 무겁고 드라마가 충만하다.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로서, 서울교방의 동인으로서 전통춤을 연마해온 김미애의 기량이 잘 드러났다. 그리고 설쇠, 물허벅 등 영등굿만의 악기를 연주하며 분위기를 더하던 방지원의 노랫소리와 음악은 암전 후에도 길게 이어지며 여운을 남긴다. 춤의 반주를 위한 음악이 아니라고 선언하는 듯하다.

2024 일무일악 '무동춘몽' 정민근, 김준영 (c)신귀만

종묘제례악 전수자 정민근, 거문고 연주자이자 거인아트랩 대표인 김준용의 <무동춘몽>은 조선왕조의 마지막 무동이었던 고 김천흥 선생을 오마주하는 작업이다. 연한 핑크색 바지저고리에 파란 쾌자, 초립동을 쓴 정민근이 커다란 노인 인형을 들고나와 의자에 놓여있던 색동 한삼을 들어 인형의 손에 들려 춤을 춘다. 선생이 무대에 강림하여 춤을 추는 듯한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한동안 이어지던 정적을 뚫고 나직이 김준용의 거문고 소리가 들리며 무대에 숨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구음을 한다. 입을 크게 벌리지 않고 내는 허밍 소리는 뜻대로 춤이 추어지지 않는 선생의 한탄같다. 정민근은 세워둔 거문고 앞의 의자에 인형을 잠시 내려놓고, 현실의 무동이 되어 춤을 춘다. 처음으로 춤을 배우는 듯 조심스럽게 걸음을 딛다가 경쾌한 걸음으로 옮겨가며 점차로 빠르게 연주되는 거문고 산조를 타고 오르는 듯 빠르게 휘몰아친다. 단조로운 음의 패턴을 차근차근 쌓아가며 현대성을 더한 거문고 연주가 정민근의 움직임과 잘 어우러진다. 좁은 무대 공간이 아쉽다. 정민근은 다시 인형을 품에 안고 걷는다. 넘어질 듯 넘어질 듯 걷는 그의 발디딤에 거문고의 안족이 하나씩 쓰러지며 몸이 말을 듣지 않는 무동의 심정을 대변한다. 인형과 하나 된 무동의 춤으로 하늘에서도 춤을 놓지 않는 영원한 무동 김천흥 선생의 혼이 실린 듯 혹은 그날까지 춤을 추겠다는 정민근의 다짐인 듯 불이 꺼진다. 선생과 나 자신(정민근)이 겹쳐지고, 현실과 환상이 겹쳐진 이중세계를 오가는 설정이 매끄럽게 연결되고 선명한 이야기를 전달한 무대였다.

2024 일무일악 '군웅신무' 윤종현, 이민형 (c)신귀만

경기춤연구회 회장이자 국립국악원 무용단 단원인 윤종현과 전통음악집단 셋의 대표 타악주자 이민형의 <군웅신무>는 경기도 도당굿의 군웅거리를 기반으로 한다. 윤종현은 커다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등장하여 빠른 징소리에 맞춰 수건을 떨다가 수건을 떨구는데, 수건이 아니라 큰 소매자락이다. 폭이 넓은 소매와 주름이 풍성한 흰 철릭을 입고 가슴에 빨강 띠를 매고 빨강 모자를 썼다. 풍성한 옷의 실루엣과 함께 단정하게 매듭지은 옷의 맵시가 넉넉한 마음 그릇을 가진 군웅신의 위엄을 보여준다. 동작의 강약, 고저, 급서를 유연하게 받쳐주는 장구 장단에 맞춰 디딜 듯 말 듯하는 발사위, 제자리에서 발을 디디며 회전하거나, 발을 높이 들고 내리거나, 자진 걸음으로 걷거나 옷자락을 넓게 쥐고 성큼성큼 걷거나 회전하는 등의 현란한 발놀림이 멋스럽다. 대단한 기교다. 윤중강은 이를 ‘야질자질’하다고 표현한 듯하다.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지만 경기민요가 지닌 어떤 특질을 표현하는 말이다.) 액운을 몰아내는 군웅신답게 책상 위에 놓여있던 활과 화살을 들고 여기저기를 겨누며 다닌다. 춤을 빠르게 몰아가면서도 맵시를 살리는 맛깔스러운 장단에 이어 규칙적인 타악 리듬에 더해진 악사의 구음에 관객들이 박수로 짝을 맞춘다. 그렇게 다채로운 장구 장단을 넘나들며 우아한 옷자락을 쥐며 풀며, 디딜 듯 말 듯 리듬을 가지고 노는 발놀림의 진수를 한참 보여준 이 매력적인 무대는 장구 위에 옷자락을 던지고 석양 노을이 지듯 어두워지는 조명으로 여운을 남기며 끝이 났다. ‘야질자질’과 비슷한 ‘야질야질하다’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몸이나 궁둥이를 방정맞게 내어 흔든다는 뜻이다. ‘야질자질’의 의미를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윤종현의 춤은 확실히 관객의 애간장을 쥐락펴락하고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힘을 가졌다.

2024 일무일악 '춤, 만파식적' 박기량, 김동근 (c)신귀만

국립무용단에서 국립남도국악원 안무가로 자리를 옮긴 박기량과 밴드 고래야의 김동근이 뭉친 작업은 <춤, 만파식적>이다. 진도 씻김굿 가계의 막내 박기량이 진도의 대나무 숲을 모티프로, 김동근이 전설 속의 대나무 피리 만파식적을 퉁소로 해석하여 만들었다. 김동근이 여러 개의 대나무를 묶은 다발을 탁탁 두드리면 짙은 초록색 치마저고리를 입은, 마치 대나무 숲의 요정 같은 박기량이 등장한다. 춤을 채근하는 듯한 악사의 장단에 맞춰 춤꾼은 쥘부채를 펴고 춤을 추기 시작하고 악사가 대금을 불기 시작하면 대나무 숲에 바람이 인다. 대금이 저음과 고음을 오가며 호흡이 긴 소리를 내면서 숲의 정령이 춤을 추는 분위기를 만든다. 새벽 숲에 이슬이 피어오르 듯 운무가 춤꾼의 주변을 감싸면 악사는 퉁소를 꺼내어 분다. 대금 소리보다 더 구슬픈 저음이 퉁소의 매력을 전해준다. 둘이 서로를 상대하며 주고 받는 소리와 춤은 조금 단조로운 면이 있었다. 춤꾼은 부채를 내려두고 밥그릇 뚜껑인 복개를 집어든다. 진도 씻김굿의 대가 박병천 선생이 막내딸에게 전수한 복개춤의 춤사위가 등장한다. 길지 않은 장면이었지만 만파식적이 모든 근심을 물리치고 평안을 몰고오고, 씻김굿이 미련과 원망을 해원시키 듯 둘은 무대 가운데서 만나 쨍그렁 소리를 내며 모든 액운을 물리치려는 듯 끝을 낸다. 쥘부채와 복개, 대금과 퉁소가 진도의 대나무숲을 극장으로 불러들여 한여름의 정취를 느끼게 했다.

2024 일무일악 '정재 타령춤' 김현우, 김보미 (c)신귀만

둘째 날은 <정재타령춤>으로 시작했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김현우, 밴드 잠비나이의 해금주자 김보미가 정재의 <무산향>과 <첩승무>를 재구성한 작업이다. 김현우가 은박으로 나뭇잎 문양을 새기고 검은색 끝동을 단 긴 도포 위에 연두색 쾌자를 입고 청포도처럼 상큼하게 등장한다. 정재무에 바탕을 둔 작업답게 좁은 보폭으로 걸음을 옮기며 한삼을 펴고 접는 움직임이 주를 이뤘다. 음악은 규칙적인 박자를 짚어줄 장구도 버리고, 정악의 기본선율을 읊는 피리도 버리고, 해금으로만 음악을 맞췄다. 김보미는 해금을 연주하고 정가를 노래하며 정재가 품고 있는 단정한 분위기를 무대에 펼친다. <무산향>과 <첩승무>에 삽입된 노래를 한 소절씩 읊은 듯하다. <정재타령춤>은 프로그램 노트에 쓰인대로 작은 동작에서 큰 동작으로, 시김새에서 타령의 선율로, 발디딤에서 한삼춤으로, 낮은 음역에서 높은 음역으로, 무대의 끝에서 끝으로 이동하는 형식성이 강조된 작업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좁은 무대에 해금 주자가 가운데에 위치하고, 춤꾼이 1/3로 줄어든 무대의 한쪽에서 절제된 춤사위를 반복하는 구성을 보여 답답함을 느끼게 한 점은 아쉬움이다. 춤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넓은 공간에 화문석을 깔거나 대모반을 만들어 춤을 추는 것과 애초부터 좁은 공간에서 춤을 추는 것은 공간 운용의 맥락이 다르다. 넓은 공간에서 춤의 공간을 제약하는 것은 공간의 여백을 즐기는 것이다. 그럴 여유가 없는 공간이라면 오히려 공간을 크게 활용해야 한다. 창작무대였던 만큼 더 과감한 해체적 접근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2024 일무일악 '첫먹승춤' 박인수, 김소라 (c)신귀만

<첫먹승춤>은 한예종 전통예술원 교수 박인수와 한국장단음악축제 총감독 김소라가 꾸민 무대다. 이 작업은 1870년대 전라도 소리꾼 손현과 황해도 탈꾼 리익성이 만나 황해도 탈춤을 가극 형식으로 확장시켰다는 민담에서 영감을 얻은 작업이라고 프로그램 노트는 밝히고 있다. 김소라는 정읍우도농악의 가락을 탈춤장단으로 만들었고, 박인수는 황해도 탈춤의 제례성에 목중의 춤사위를 더해 새로운 먹승춤을 만들었다. 김소라가 노랑색 바지저고리를 입고 장구를 치며 등장하여 무대를 깨우면, 먹중의 복장을 한 박인수가 버드나무 가지를 들고 입장한다. 터를 닦듯 무대를 크게 한 바퀴 돈 후에 좌정하고 동작을 한다. 이후 한삼을 시원하게 휘저으며 연풍대를 돌고, 무대의 사방을 향하여 춤을 춘다. 이후 가면을 벗어 장구와 합을 맞추기도 하지만 관객의 시선을 잡지 못한다. 버드나무 가지를 들고나온 모양새며, 공간의 사방을 향하여 동작을 하는 모양새가 제의성에 초점을 맞춘 듯하나 그것은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했다. 짧은 시간 동안의 무대에서는 절차가 중요한 제의의 맥락이 구성되기 힘든 까닭이다. 또한 춤의 구성보다는 연행에 더 치중한 모양새로, 신분은 중이지만 실제로는 세속의 욕망에 사로잡힌 이중적인 성격의 먹중 캐릭터도 찾아보기 힘들다. 반주에 치우친 김소라의 장구도 춤을 반주하면서도 춤과 별개인 하나의 작품이 되어주진 못했다.

2024 일무일악 '나르디' 배민지, 정선겸 (사진제공=서울돈화문국악당)

<나르디>는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원 배민지와 부산의 신민속악회 바디 단원 정선겸이 동래권번 소속 예인들의 애환을 서사적으로 재해석하여 아쟁 선율에 얹은 작업이다. ‘나르디’는 동래권번에서 불렸던 노랫말 중 나비처럼 자유롭게 날지 못하는 권번 예인의 처지를 표현하는 말이라 한다. 아쟁의 구슬픈 독주가 한바탕 무대를 쓸고 나면 흰치마에 검은 시스루 저고리를 입은 배민지가 등장한다. 길게 늘어뜨린 가늘고 긴 자주고름이 어떤 아렴함을 불러일으킨다. 맨손춤을 추는데 큰 키만큼이나 가늘고 긴 손가락이 맵시를 드러낸다. 투박하지 않고 낭창낭창한 손목사위가 날렵하다. 이어서 장구를 메고 춤을 추는데 날렵한 맺고 풀기로 마음을 홀리는 기방춤의 매력을 드러낸다. 기교가 돋보이는 아쟁산조가 멜로디를 넘나들며 신명을 올리고 춤꾼은 시원한 연풍대 돌기로 흥을 돋운다. 장구를 내려놓고 춤을 추다가 갑자기 팔을 벌리고 멈춰서서 무대 뒤를 바라본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하다. 아쟁이 한 음 한 음 줄을 뜯으며 여운을 남기고, 춤꾼은 장구 위에 낮잠 자듯이 기대어 앉으며 끝이 난다. 화려해 보이지만 애처롭고 애잔한 기방의 삶을 그린 듯하다.

2024 일무일악 '범피창파' 김진아, 민은경 (사진제공=서울돈화문국악당)

천안시립무용단 상임단원 김진아와 국립창극단 수석단원 민은경이 만든 <범피창파>는 한 편의 음악극을 본 듯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무대였다. 심청가에 등장하는 두 단어 ‘범피중류’와 ‘만경창파’를 붙여 ‘범피창파’라 이름 붙였다. 민은경이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다 꿈이로다”로 시작하는 남도민요 흥타령을 부르고, 작은 북을 소창으로 길게 꼬아 감은 탯줄같은 꼬리를 단 북을 안고 김진아가 등장한다. 흥타령에 이어 부질없는 인생에 대한 한탄의 소리가 무대에 무겁게 흐른다. 김진아는 북을 치며 장단을 맞춘다. 이윽고 북을 바닥에 내려두고 허리끈으로 흰 소복을 단단히 졸라매고 긴 머리도 묶은 김진아가 수건을 진득하고 무겁게 펼치거나 휘저어 가며 춤을 춘다. 범피중류가 시작되면 양팔을 넓게 벌리거나 대각선으로 길게 펴며 물결에 출렁거리는 배의 이미지를 만들고, 부드럽고 유연하게 흐르는 선이 아닌 절도있게 맺는 멈춤의 동작으로 조형성을 강조하며 심청의 결의에 찬 모습을 그린다. 비장한 긴장이 감돈다. 동작의 구성이 스토리를 잘 그려낸다. 그러면서도 죽음 앞에 약해지는 인간의 두려움은 소리꾼이 나서서 읊어낸다. 결의에 찬 심청은 춤으로, 연약한 내면은 소리로 풀어낸 점이 눈길을 끈다. 소리꾼이 ‘어기야, 어기야’ 뱃사공이 재촉하는 소리를 하고 춤꾼은 북 위에 올라서서 뛰어내릴 준비를 한다. 클라이맥스를 향해가는 춤꾼과 그녀를 지켜보며 그 비극의 서사를 전하는 소리꾼, 절체절명의 순간 둘은 마주본다. 이 마주봄이 의미심장하다. 신선한 연출이다. 춤꾼이 준비가 끝났다는 듯 허공을 바라보면 불이 꺼진다. 심청가의 인당수 대목을 구성지게 읊는 판소리와 내용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춤으로 시청각적으로 매우 충족적인 연출을 하여 객석의 열렬한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 작품만 따로 떼어 한 시간짜리로 보고 싶게 만든 하이라이트 무대였다.

전통춤과 음악의 지역성에 숨을 불어넣고자 한 기획은 성공적이다. 지역별로, 장르별로 적합한 예인들을 찾아 합을 맞추는 데 고심한 결과 각각의 작업들이 반짝반짝 빛을 발했다. 기획자인 최해리는 “한국무용과 전통음악이 상생하여 지역춤을 복원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전통 공연예술의 새로운 갈래를 내어 가장 실험적이지만 매끄럽고 안정적인 볼거리를 관객들에게 제공하고자 한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실험적이면서도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업을 선사하고자 한다는 그의 말에 부합하는 작업들이 많았다. 두어 작품은 더 발전시킨 무대에서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구성이나 접근방식이 신선했다. 작은 무대이지만 춤과 음악이 함께하여 새로운 레퍼토리를 탄생시키는 산실로서 <일무일악>이 거듭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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