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모니터] 응어리진 인간의 몸(The Mixture of Human Body) '벌집(HIVE)'
[공연모니터] 응어리진 인간의 몸(The Mixture of Human Body) '벌집(HIVE)'
  • 이다연 기자
  • 승인 2024.10.17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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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시댄스(SIDance 2024) 폐막작
2024 Sidance 가브리엘 피에트로 벌집(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2024 Sidance 가브리엘 피에트로 벌집(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더프리뷰=서울] 이다연 기자 = 우리의 몸은 여러 요소와 성질들로 응어리져 있다. 그중에서도 이번 작품에서 안무가가 제시한 ‘은유로서의 신체’의 뜻을 보이진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 타인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히 무언가 상상하고 있다는 것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올해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댄스) 폐막작으로 9월 13일과 14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 가브리엘 피에트로 마룰로의 <벌집(HIVE-our hydorological need of cosmic lines)> 이야기다. 

처음 작품을 마주했을 때, 틀 안에 갇힌 가족관계 속에서의 갈등상황 혹은 획일화된 일상에 대한 작품일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의 창작 배경에서 미켈란젤로의 <성가족> 그림에 영감을 받은 부분이나 가족 개념에 대한 인류학적인 고민 등 그가 ‘벌집’이라는 제목을 정한 이유를 고려해 다시 생각해본다면 무언가 새로운 방식으로 움직임을 바라보는 안무가의 시선을 찾아볼 수 있다. 

무대가 시작되면 큐브 프레임을 덮은 천을 가지고 움직임을 시작한다. 푸른 빛의 천이 처음에는 자연적인 바람에 의해 움직이는 듯했으나, 안에서 무용수들이 의도적으로 천의 움직임을 생성하고 있었고 이후에는 무용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천이 추는 춤을 보게 될 정도로 믿기 어려운 높이의 위치까지 천이 마음대로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24 Sidance 가브리엘 피에트로 ‘벌집’(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2024 Sidance 가브리엘 피에트로 ‘벌집’(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공연이 계속됨에 따라, 정육면체(큐브 프레임)에서 8개의 꼭짓점이 정교하고도 온전한 위치에서 그림을 그리며 기하학적 도형의 꼭짓점을 마구 늘리고 줄이는 모습을 시각화한다. 기존의 안정감 있는 꼭짓점을 불완전하게 변화시키고, 어두운 무대 위 천과 음악으로 긴장감을 유발하는 전략은 인간관계 속의 내부와 외부, 자아와 타인 사이의 경계가 무너짐을 암시한다. 기하학적인 몸과 큐브 프레임의 모습과 움직임을 넘어 시각예술로 보이는 천의 움직임은 관객의 흥미를 끌어오며 무대를 연다. 

한바탕 움직임의 폭풍우가 지나고 난 뒤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천 안에서 무용수 5명이 손부터, 발부터, 머리부터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천으로 벌거벗은 몸을 가리고 등장한다. 모든 무용수가 나체로 무대에 섰지만, 앞서 만들어놓은 배경 때문인지 이질적이지 않고 오히려 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우리에게 벌거벗은 몸은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원초적인 인간의 모습, 이성을 벗어던진 인간 본성의 모습, 아무런 치장 없는 순수한 몸, 날 것의 몸. 

이번 무대에서 5명의 무용수는 천으로 모두를 엮기도 하고, 일렬로 선 모습에서 자신의 손을 앞사람의 등에 두며 서로 떠밀려서 나아가는 동작을 구사한다. 안무자가 사용하는 소매틱(Somatic) 기법은 사람의 몸을 감정과 동일하게 보는 안무법이다. 무용치료 방법으로도 많이 쓰이고, 소매틱 기법을 하다 보면 내면에 집중하게 되어 마치 명상을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번 작품에서도 눈을 감고 몸의 모든 숨어있는 감각들을 보면서 정신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게 객석에서도 느껴진 점이 놀랍다. 에로틱한 몸, 성(性)적인 몸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에서 영감을 받은 미켈란젤로의 시대처럼 느껴졌으며, 당시에 존재했던 성(聖)적인 몸을 바라보게 된다. 

2024 Sidance 가브리엘 피에트로 ‘벌집’(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2024 Sidance 가브리엘 피에트로 ‘벌집’(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무용수들은 무대 위에서 마음껏 뛰어놀기도 하고 몸과 바닥을 때리기도 한다. 또한 무대 중간에 큐브 속으로 내려오는 전구의 불빛은 마치 불을 처음 발견한 프로메테우스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창조한 신으로 설명된다. 선지자(先知者, 미리 아는 자)라는 뜻을 가진 예언자로서 올림포스의 신들보다 한 세대 앞서는 신이기도 하다. 그는 인간을 위해서 신의 산에 올랐고, 천상의 불을 훔쳐다 인간에게 주었다. 불을 가진 인간은 그 어떤 동물보다 강해졌으며, 인간을 사랑해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는 금기에 도전한 죄로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벌을 받는다는 신화이다.

고대 철학자 플라톤은 인간을 올림포스 신들이 만들었다고 했지만, 그 이전에 인간은 프로메테우스가 만들었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인간을 사랑한 그의 마음이 인간을 창조한 이유가 아닐까 하는 추측이 존재한다. 안무가가 표현하고 싶었던 장면 또한 ‘운명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인간’으로 읽을 수 있다. 신들이 인간을 창조했다면, 인간이 서로의 관계 속에서 갈등하고 살아가는 것도 신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한없이 작아 보임을 은유하고 있는 것이다.

분위기가 고조될수록 거대한 큐브 프레임은 무대 위에서 이리저리 변화하면서 맨 마지막에 정육면체 전개도 모양으로 펼쳐져 수직적인 3개 면이 공중에 매달린다. 무용수들은 무대 앞으로 나와 검은 천 밑에 숨겨진 형형색색의 천들을 집어 꺼내며 무대는 마무리된다. 천의 색깔은 모두 미켈란젤로의 <성가족> 그림에서 가져온 것이며, 공중에 매달린 프레임은 수직적인 배경을 형성하면서 마치 하나의 조각품 같은 무대 위 모습을 연출한 점이 인상깊다. 

2024 Sidance 가브리엘 피에트로 ‘벌집’(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2024 Sidance 가브리엘 피에트로 ‘벌집’(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가브리엘 피에트로 마룰로의 <벌집>은 인류학적인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가족’의 개념을 공동체로, 공동체에서 인간으로 나아가며 인간의 정신과 집단의 관계를 벌집이라는 배경 속에서 풀어낸다. 무대 위 거대한 큐빅 프레임은 하나의 우주가 되어 인간정신을 지배하는 틀이 되었으며, 천으로 가려져 있던 틀에서 뼈대로 보이는 날것의 틀, 그리고 완전한 정육면체의 모습에서 해체되는 모습까지 일련의 구조들로 보여주면서 무대 위의 정신적인 것들을 하나로 모아두는 역할을 한다. 

형이상학적인 시선에서 몸을 본다면 정신과 분리된 몸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지각한다는 개념에서 몸을 봤을 때 몸과 정신은 일체화될 수 있다. 무용은 몸으로 하는 예술이지만 기존의 일차원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어떤 인간의 현상으로서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정신과 신체의 관계, 그리고 내면과 외부의 관계, 무대 위 사람들과의 관계, 관객과의 관계. 무대가 이뤄지는 시간 동안 발생하는 수만 개의 관계들을 묶어내며 완전한 도형으로 활용한 작품이다. 

2024 Sidance 가브리엘 피에트로 ‘벌집’(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2024 Sidance 가브리엘 피에트로 ‘벌집’(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추가로 안무가 마룰로의 움직임 워크숍에 참가했던 후기를 남기자면, 그의 안무기법은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현실 속 손에는 공이 없지만 상상으로 만든 공이 손 위에서 노는 것처럼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정신으로 만든 환상 속에서 움직이는 몸은 마치 정신의 흐름에 따라 움직여지는 것처럼 보이는 착각을 일으킨다. 그의 모든 작품이 ‘은유로서의 신체’를 주장하는 이유 또한 인간의 감정과 살아온 경험, 정신과 육체로 응어리진 몸을 하나의 갈래로 풀어내고 싶음이 아니었을까? 우리의 몸은 생각보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 가능성을 실현하는 방법 중 무용이 있다. 몸을 움직이며 현재를 느끼고, 무한한 우주를 느끼고, 상상하는 그대로 우리의 몸은 움직여질 수 있다는 것, 상상하고 느끼는 대로 우리는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 안무가는 정해진 답이 아닌, 답이 정해지지 않은 무언가를 우리에게 고스란히 제시하고 있었다.


The Mixture of Human Body

 -Written by Dayeon Lee

Our bodies are composed of various elements and qualities. In this work, I would like to look at the body as a metaphor as something that is invisible but clearly exists, something that we cannot know what others are thinking, but we are definitely imagining somthing. Gabrial Pietro Marullo’s  'HIVE-our hydrological need of cosmic lines' was performed as the closing work of SIDance 2024  (Seoul World Dance Festival) at Daehakro Arts Theater on September 13 and 14.

2024 Sidance 가브리엘 피에트로 ‘벌집’(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2024 Sidance 가브리엘 피에트로 ‘벌집’(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When I first saw the title of the performance, I thought of conflicts in family relationship or a uniformized daily life. However, when I reconsidered the reasons for the title 'HIVE', including the inspiration of Michelangelo's painting of the 'Holy Family' and the anthropological consideration of the concept of family, I realized that the choreographer was looking at movement in a new way.

Performed at the Daehak-ro Arts Theater, the performance begins with a cloth covering a cube frame. At first, the blue cloth seems to be moved by the natural wind, but the dancers inside are intentionally generating the movement of the cloth, and then we see the cloth move at will to unbelievable heights, to the point where we are not watching the dancers, but the cloth dancing. 

As the performance continues, we are visually shown how the vertices of a shape can be extended and contracted at will, much like the eight vertices of a cube are used to create shapes in precise and intact positions. This strategy of imperfectly transforming existing stable vertices and creating tension with dark stage cloth and music suggests the breakdown of boundaries between inside and outside, self and other in human relationships. The piece opens with a geometric body and cube frame, and the movement of the cloth, which could be seen as visual art.

2024 Sidance 가브리엘 피에트로 ‘벌집’(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2024 Sidance 가브리엘 피에트로 ‘벌집’(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After a flurry of movement, in a calm atmosphere, five dancers emerge from the cloth, covering their naked bodies in different ways: from the hands, feet, and head. Although all the dancers are naked, the setting created earlier makes them seem less alien and more sacred. The naked body in dance can be interpreted in many ways. It can be interpreted as a primal human figure, a representation of human nature stripped of reason, a pure body without any decoration, a raw body. 

In this performance, the five dancers are all intertwined with cloth, and in a line, each dancer places his or her hands on the back of the person in front of them, and they float off each other. Gabriel's Somatic technique is a choreographic method that equates the body with emotion. It is often used as a dance therapy method, and when practicing somatic technique, you can focus inwardly and feel like you are meditating. In this piece, I closed my eyes and looked at all the hidden sensations of my body, and it was amazing that the audience could feel that I was moving with the flow of my mind. It felt like Michelangelo's time, inspired by ancient Greece, looking at the erotic body, not the sexual body, but the sacred body that existed at that time.

The dancers are free to run around the stage, slapping their bodies and the floor, and the light shining down on the cube in the middle of the piece. It shows them arguing with each other, like the story of Prometheus, who first discovered fire. Prometheus is described as the god who created humans. He is also a prophet, which means “foreknower,” and predates the gods of Olympus by a generation. He climbed Mount Olympus for humans, stole the fire from the heavens, and gave it to humans. The myth says that humans with fire became stronger than any other animal, and Prometheus, who stole it out of love, was punished by having his liver pecked out by an eagle for challenging the taboo.

The ancient Western philosopher Platon attributed the creation of humans to the gods Olympus, but there is some speculation that humans were created by Prometheus before that, and that his love for humans was the reason for their creation. The choreographer wanted to express the scene, which I also read as 'human beings who are completely weak in the face of fate'. If the gods created humans, it seems to be a metaphor for the fact that humans' conflicts and lives in relationship with each other must have seemed small in the eyes of the gods.

As the mood builds, the giant cube frame shifts around on stage, and finally unfolding into a cube diagram, with three sides suspended in the air. The piece concludes with the dancers coming to the front of the stage, picking up colorful fabrics hidden under a black cloth and pulling them out. The colors of the cloths are all taken from Michelangelo's ‘Holy Family’ painting, and the suspended frames form a vertical backdrop, creating a sculptural onstage appearance. 

2024 Sidance 가브리엘 피에트로 ‘벌집’(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2024 Sidance 가브리엘 피에트로 ‘벌집’(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Gabriel Pietro Marullo's ‘HIVE’ was born out of an anthropological question: the concept of 'family' moves from community to community, from community to human, and the human psyche and group relationships are explored in the context of a hive. The giant cubic frame on the stage became a universe, a frame that governs the human psyche, and served to bring together the mental things on the stage by showing a series of structures, from a cloth-covered frame to a raw frame, and from complete to dismantled. 

If we look at the body from a metaphysical point of view, it can be seen as a body separated from the mind, but if we look at the body from the concept of perception, the body and mind can be unified. Dance is a physical art, but it can be understood as a human phenomenon, free from conventional one-dimensional thinking.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mind and the body, and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inside and the outside,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people on stage and the audience. It is a work that binds tens of thousands of relationships that occur during the time on stage and utilizes them as complete shapes. We still use our bodies and don't know about our bodies, but I want you to close your eyes, awaken your body's hardened senses, and escape from reality for a while. 

Furthermore, having participated in one of Gabriel's movement workshops, I can tell you that his choreographic technique begins with imagination. In reality, there is no ball in his hand, but he creates movement as if the imaginary ball is playing on his hand, and the body moving in the fantasy created by the mind creates the illusion that it is moving according to the flow of the mind. The reason why all of his works insist on the “body as a metaphor” is that he wants to release the body that is composed of human emotions, lived experiences, mind and body as one. Our bodies have more potential than we think, and dance is one of the ways to realize that potential. By moving our bodies, we feel the present, we feel the infinite universe, we realize that our bodies can move as we imagine, and we can see the world as we imagine and feel. The choreographer was not giving us a set answer, but rather something unanswe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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