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프리뷰=서울] 이다연 기자 = '창작하는 소리꾼' 이자람이 신작 판소리 작품으로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 오른다. 4월 7-9일과 11-13일.
2011-2013년 세 해 연속 LG아트센터 서울 기획공연으로 선보인 <억척가>와 2022년 LG아트센터 서울 개관 페스티벌 초청작 <노인과 바다>에서 ‘전회매진, 전석기립’의 신화를 써낸 소리꾼 이자람. 그가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은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단편 「주인과 하인」을 원작으로 한 <눈, 눈, 눈>이다.

이자람이 부르면 원작이 된다! 톨스토이 소설을 인간내면 탐구의 창작 판소리로
브레히트부터 헤밍웨이까지 고전문학을 전통 판소리로 변주하며 판소리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온 이자람이 이번 신작을 위해 선택한 작가는 톨스토이다. 19세기 러시아의 한 시골 마을을 바탕으로 상인 바실리와 일꾼 니키타가 눈보라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여정을 그린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주인과 하인」을 판소리로 재창작했다.
원작에서 바실리는 이윤만을 좇아 숲을 매입하기 위해 길을 떠나지만 결국 폭풍 속에서 길을 잃고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게 된다. 이자람은 간단하면서도 복잡한 이 원작에서 “우리는 내 눈앞의 사람들에게 어떠한 인간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고민과 질문을 발견했고, 여기에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더해 쉽고 명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자람이 직접 대본을 쓰고 작창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대본을 쓰고 작창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기존 작업들보다 한층 밀도 있는 무대를 만들어냈다.

빈 무대 가득 채울 부채와 북, 그리고 이자람의 목소리
이자람은 이번에도 2019년 <노인과 바다>를 시작으로 선보였던 전통 판소리 양식 ‘바탕소리’를 차용해 북과 재담, 그리고 소리만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무대 위에는 부채를 든 소리꾼 이자람과 소리북을 치는 고수 한 명만이 존재하지만,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와 무대 장악력으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전통적인 ‘빈 무대’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빛과 색을 이용해 서사를 풍성하게 표현하기 위해 무대 디자이너 여신동이 공연의 전반적인 미장센을 담당하는 시노그래퍼로 참여했다. 연출은 <이방인의 노래> <노인과 바다>에서 트라마투르기와 연출을 맡았던 양손프로젝트의 박지혜 연출가가 맡았다.
이자람은 전통 판소리의 형식과 음악성을 깊이 연구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담아낸 창작 판소리를 꾸준히 만들어 왔다. “창작을 하지만, 결국 전통을 하고 있는 것”이라 말하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판소리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더한 ‘이자람표 무대’를 보여줄 예정이다.

판소리부터 인디밴드까지 유일무이한 전방위 예술가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이수자이자 판소리, 뮤지컬, 연극, 밴드 등 전방위로 활약하고 있는 이자람은 국내외 문학작품을 판소리로 재창작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과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을 판소리로 재창작한 <사천가>와 <억척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단편 「대통령 각하, 즐거운 여행을!」을 바탕으로 한 <이방인의 노래>, 그리고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원작을 판소리 무대로 옮긴 <노인과 바다>로 국내에서 매진 행렬을 기록하며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한, 프랑스, 루마니아, 폴란드, 영국, 브라질, 대만, 호주 등 여러 문화권에 초청 받으며, 국제적으로도 각광받는 예술인으로 성장해 왔다.
이자람은 창작 판소리 외에도 뮤지컬 <서편제>의 송화 역으로, 인디밴드 아마도 이자람 밴드의 리더 겸 보컬로, 그리고 수필집 「오늘도 자람」을 발간한 작가로 다방면에서 재능을 발휘해왔다. 그가 5년 만에 발표하는 신작 <눈, 눈, 눈>은 시대를 성찰하는 작가이자 탁월한 소리꾼, 다재다능한 배우이기도 한 이자람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무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