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르포] 안전하고 풍요로운 대게잡이를 위한 안전기원제
[축제르포] 안전하고 풍요로운 대게잡이를 위한 안전기원제
  • 조춘영
  • 승인 2025.03.21 0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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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영덕대게축제 현장을 찾다
영덕 차유마을 달과 바다
영덕 차유마을 달과 바다 (사진=조춘영)

[더프리뷰=영덕] 조춘영 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문화연구소 연구원 = 문화예술은 굿과 제의가 포함되며, 근원적으로 굿과 제의에서 예술이 파생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우리 민족은 의식과 무의식에서 사람이 활동하는 공간은 자연의 공간이며 동시에 신들이 거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결국 우리네 삶과 동떨어진 예술을 생각할 수 없고 일상과 분리된 축제를 꿈 꿀 수 없다. 사람과 자연과 신이 굿과 놀이로 어우러지는 현장을 소개한다.  바로 '2025 영덕대게축제'의 안전기원제다.

대게 하면 경상북도 '영덕대게'가 첫손으로 꼽힌다. 3월 이즈음이 대게 철이라 영덕은 대게축제로 관광객과 미식가들을 이끌고 있다. 음력으로 2월 보름인 3월 14일부터 17일까지 영덕대게축제가 있다. 필자는 하루 전 도착하여 바닷바람과 밝은 달을 영접하며 마을과 나라의 평안을 간절하게 빌었다.

춤으로 판을 여는 안전기원제
춤으로 판을 여는 안전기원제 (사진=조춘영)

축제는 풍요로운 만선과 안전하게 생업을 이어갈 수 있게 기원하는 안전기원제로 시작을 알린다. 안전기원제는 앞서 풍물패와 탈춤꾼이 마당판을 다지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들은 차유마을 이장(박성태), 마을민들과 함께 마을 제당으로 향한다. 마을 가운데 중턱 바닷가를 바라보는 터 좋은 곳에 제당이 위치하고 있다. 제당 위로 당산나무가 영험하게 자리하고 있고 제당에는 골맥이신이 모셔져 마을 사람들을 수호한다는 믿음이 있다. 

마을 제단 위의 당산나무
마을 제단 위의 당산나무 (사진=조춘영)
골맥이신을 모신 제당
골맥이신을 모신 제당 (사진=조춘영)

전통적인 마을에서 별신굿, 당산굿, 지신밟기 등 마을굿을 할 때는 제일 먼저 마을에서 가장 높은 신격에게 고하고 나서야 굿이 시작된다. 마을 이장이 신대를 들고 풍물패 행렬과 함께 제당에 당도하고 부정굿을 한다. 부정굿은 제당을 정화하고 안전기원제와 축제가 무탈하게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올해는 마을의 여건상 제당의 문을 열지 않고 그 아래 공간에서 조촐하게 진행되었다.  

제당 앞에서 조촐하게 진행된 부정굿
제당 앞에서 조촐하게 진행된 부정굿 (사진=조춘영)
부정굿을 마치고 돌아오는 이장과 풍물패
부정굿을 마치고 돌아오는 이장과 풍물패 (사진=조춘영)

마을 골맥이신께 고하고 본격적인 안전기원제가 이루어진다. 전체 제의식이 1시간이 채 되지 않지만 간결하고 상징적인 절차들이 '대게'와 '바다'와 '인간'이라는 핵심 주제로 일맥상통하였다. 제의식 사이마다 춤과 소리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첫번째 절차는 9개 읍면의 합수와 어촌계장님의 대게 상향이 연결되어 어루어진다. 영덕에는 9개 읍면이 있는데 영덕읍, 강구면, 남정면, 달산면, 지품면, 축산면, 영해면, 병곡면, 창수면이다. 

영덕의 9개 읍면장들
영덕의 9개 읍면장들 (사진=조춘영)
영덕 9개 음면의 청수가 담긴 잔
영덕 9개 음면의 청수가 담긴 잔 (사진=조춘영)

영덕대게축제의 성공과 대게잡이의 안전을 위한 기원제에 9개 읍면장이 다 모였다. 물론 군수와 군의원, 조합장 등 내외빈이 많이 참석했지만 9개 읍면장이 한마음으로 자리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사회자는 각 읍면의 역사와 자랑거리를 소개하며 한 명씩 읍면장을 불러내고, 큰 항아리에 합수의 의식이 이어진다. 뻘쭘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시공간을 무용수와 반주단이 이어주고 채워주고 있다. 

읍면장을 인도하는 무용수
읍면장을 인도하는 무용수 (사진제공=영덕문화관광재단)
합수하는 젊은 창수면장
합수하는 젊은 창수면장 (사진=조춘영)

9개 읍면장들이 각 마을에서 가지고 온 청수를 큰 항아리에 합수하는 절차는 경건하게 이루어졌다. 바로 이어서 어촌계장(이 봉)의 대게 상향식이 있다. 기원제를 다 보고도 그 상징성과 의미를 몰라 방영식 예술감독에게 물으니 다음과 같이 답한다. "육지 각 마을에서 흘러간 물은 바다로 흘러간다. 그 물로 영덕 앞바다에서 대게가 자라 마을로 돌아오고 마을 사람들이 먹고 산다. 대게를 상향하는 것, 합수한 물에 대게를 넣는 것의 의미는 대게의 씨를 용왕님께 올리는 것이고 다음 세대에게 전달한다는 의미다."

대게를 용왕님께 올리는 어촌계장
대게를 용왕님께 올리는 어촌계장 (사진제공=영덕문화관광재단)

대게잡이를 통해 생업을 일구고 삶을 영위하는 영덕의 사람들. 육지의 물이 바다로 흘러 결국 영덕의 물이 대게가 사는 앞바다를 이룬다는 말이 거짓인가? 영덕대게의 좋은 씨가 대대손손 이어져야 영덕의 후손들이 오래 잘 먹고 잘 살텐데, 육지에서 바다로 흘려보내는 물이 과연 깨끗하고 안전한가? 속으로 묻고 또 묻게 된다. 이 의식은...

고천문을 낭독하는 영덕군수
고천문을 낭독하는 영덕군수 (사진제공=영덕문화관광재단)

다음으로 영덕군수(김광렬)의 고천문 낭독이다. 영덕의 자랑스런 역사 속에서 영덕군민들의 행복과 발전을 기원하는 내용이리라. 고천문을 올리고 나서는 군의장, 군의원, 도의원, 어촌계장, 조합장 등 단체 대표들이 술과 절을 올리는 시간이다.  대부분 유교제례에서 초헌관, 중헌관, 아헌관이 술을 올리고 절을 하는 사이 제례악이 따른다. 마찬가지로 마을의 당산제나 기원제에서도 굿과 소리가 흐른다. 오늘 용왕굿과 서낭굿은 김천빗내농악의 상쇠이자 굿도 잘하는 손영만 명인이다. 

용왕굿 소리하는 손영만 명인
용왕굿 소리하는 손영만 명인 (사진=조춘영)
용왕굿 중 절하는 단체장
용왕굿 중 절하는 단체장 (사진=조춘영)

손영만 명인의 꽹과리, 용왕굿 소리는 바닷가 찬바람에도 꺾이지 않는다. 바닷가의 날씨는 천변만화한다. 변덕쟁이 뺨 친다. 어제 고요하던 바다가 오늘은 차고도 거세다. 표지석 양 옆으로 세워둔 오색 서낭기는 기원제 내내 허리를 굽혀 꺾인 채로 버티고 섰다.

대동놀이 난장의 풍물꾼들
대동놀이 난장의 풍물꾼들 (사진제공=영덕문화관광재단)
대동놀이 바람의 춤꾼들
대동놀이 바람의 춤꾼들 (사진제공=영덕문화관광재단)

용왕굿이 끝나고 자연스럽게 대동놀이가 이어진다. 그렇게 기원제는 제당의 골맥이신과 용왕신과 바다와 바람과 사람의 소리와 춤으로 엉겨돌아간다. 1300년대 고려조부터 이어져 온 이 마을과 대게잡이는 그 어떤 바닷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연년이 이어져 지금에 이르고 있다. 생업을 영위하며 안전이 최우선이다. 안전하게 일상을 살아갈 날을 기원하며 안전기원제를 끝낸다.  

제가 끝나고 음복의 시간이다. 제사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대게와 음식을 나눈다. 제철음식 바닷바람에 맛나게 들어간다.

맘껏 영덕대게를 먹고 싶다? 영덕으로 오라.       

원조대게마을 표지석
대게원조마을 표지석 (사진=조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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