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프리뷰=서울] 채혜린 기자 = 유니버설발레단(UBC)이 10월 29일(토)부터 11월 6일(일)까지 드라마 발레 <오네긴 Onegin>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은 예술의전당과의 공동기획이다. 20세기 최고의 드라마 발레로 평가받고 있는 <오네긴>은 두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진한 감동으로 그린 거장 존 크랑코의 대표작. UBC가 지난 2009년 국내 최초로 선보였으며, 이번 공연은 2020년 이후 2년 만이다. 이번에는 코리아쿱오케스트라(김광현 지휘)의 연주로 차이콥스키의 유려한 선율을 생생하게 표현할 예정이다.
어긋난 사랑과 운명을 밀도 있게 그린 작품
이 작품은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순수한 여인 타티아나와 오만하며 자유분방한 도시귀족 오네긴의 어긋난 사랑과 운명을 그린 작품으로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을 확립한 알렉산드르 푸쉬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원작으로 한다. 드라마 발레의 거장 존 크랑코의 안무와 작곡가 쿠르트-하인츠 슈톨제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곡을 편곡해 만든 음악으로 탄생했다. 1965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 세계 초연했으며, 반세기가 지난 현재 그의 가장 성공적인 걸작으로 남아 영국 로열발레단, 아메리칸발레시어터, 볼쇼이발레, 라스칼라 발레 등 20여 주요 발레단의 레퍼토리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클래식 발레에 익숙한 국내 관객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지도 모르지만, 전 세계 발레 애호가들은 이 작품에 열광한다. 그 이유는 <백조의 호수>나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같은 동화 속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진솔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오네긴의 드라마적 요소
존 크랑코는 자신의 작품에 드라마적 요소를 강하게 부여했다. 그는 등장인물의 감정을 점프와 리프트를 사용해 빠른 템포를 반복적으로 표현했다. 이 동작들은 타티아나가 꿈속에서 자신의 사랑에 열렬히 호응하는 오네긴과 함께 추는 1막 거울 속 파드되(Pas de Deux, 2인무)와 뒤늦게 사랑을 갈구하는 오네긴과 이에 번뇌하는 타티아나의 심적 갈등을 표현한 3막 회환의 파드되에서 잘 나타난다. 그의 또 다른 안무적 특징은 인물의 감정 변화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자 스틸 포즈를 삽입한 것이다. 예를 들면 종반부에 타티아나가 오네긴에게 자신을 흔들지 말고 떠나달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장면은 그녀가 오른팔을 힘차게 뻗으며 검지로 문을 가리키는 제스처로 표현된다. 이 장면은 이들의 비극적 사랑이 클라이맥스에 다다를수록 웅장한 스케일의 음악과 절묘하게 떨어지며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홍향기, 강민우, 한상이를 새로운 주역으로 발탁
존 크랑코 재단이 직접 진행한 엄격한 오디션을 거쳐 지난 10월 12일, 수석무용수 홍향기, 솔리스트 한상이가 새로운 타티아나로, 그리고 수석무용수 강민우가 새로운 오네긴으로 최종 확정됐다. 존 크랑코의 독창적 안무와 차이콥스키의 유려한 선율이 빛나는 <오네긴>은 고난도 테크닉과 함께 등장인물의 심리를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는 연기 내공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작품이다. 이것이 바로 <오네긴>이 많은 발레 스타들이 도전하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작품이자 관객들이 기대하는 이유이다. 존 크랑코 재단은 작품의 수준과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매 공연마다 직접 주역을 결정한다. 지난 8월 존 크랑코 재단 관계자가 발레단을 방문, 이들의 연습 과정을 눈여겨 본 후 엄격한 영상 오디션을 거쳐 새로운 캐스트로 최종 확정한 것이다.
배테랑 원조들의 더욱 농익은 춤과 연기
새로 발탁된 주연뿐만 아니라 관록을 겸비한 베테랑 커플의 농익은 춤과 연기를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그 중에서도 2009년 초연 당시 강력한 케미스트리로 객석을 사로잡은 원조 강미선-이현준 페어는 더욱 풍부해진 감정선과 완벽한 호흡의 정석을 보여줄 예정이다. 또한 강미선은 이동탁과도 호흡을 맞춘다. 한편 2020년 <오네긴> 공연에서 실제 부부의 최고 하모니를 보여주며 국내 데뷔를 마친 손유희-이현준의 무대도 기대감을 높인다. 특히 손유희는 이번 공연에서 타티아나와 오가라는 두 역할을 오가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다시 한번 과시할 예정이다.
문훈숙 UBC 단장은 “늦가을과 매우 잘 어울리는 <오네긴>의 매력은 존 크랑코의 천재적인 안무와 마치 이 작품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차이콥스키의 음악, 그리고 드라마의 힘이라는 세 가지 절묘한 무대를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될 것”이라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예매는 인터파크와 예술의전당 홈페이지 및 전화. 재관람 할인 30%, 4인 패키지 25%, 릴레이 할인 20% 등 다양한 할인혜택도 준비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