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프리뷰=서울] 편집자 = 지난 10월 13일부터 16일까지 열린 제1회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usan Performing Arts Market, BPAM)이 국내외 관계자들 사이에서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최고의 유력지 <르몽드 Le Monde>가 BPAM의 성공적인 출범과 아울러 세계 도처에서 각광받고 있는 한국문화(K-Culture)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
행사 기간 부산을 직접 방문한 로지타 부아쏘(Rosita Boisseau) 기자는 <르몽드> 10월 19일(목)자 22면에 실린 ‘한국문화가 공연되고 있다’ 제하의 르포 기사에서 부산의 문화적 매력, BPAM의 성공적인 진행과 아울러 현재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국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도 함께 언급했다.
다음은 기사 번역본 및 원문(필요한 경우 편집자가 괄호 속에 보충설명 추가).
“한국문화가 공연되고 있다.”
-새로운 축제 BPAM이 세계의 프로그래머들을 매료시켰다
르포르타주(한국 부산)
여기서도 부산, 저기서도 부산. 한국에서 수도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부산은 연상호 감독의 2016년 블록버스터 <부산행>을 통해 좀비 영화팬들에게 잘 알려졌으며, 국제 문화지도에도 꾸준히 등장하는 곳이다. 부산은 오는 11월 28일 개최도시 결정투표가 열릴 예정인 2030 세계박람회(EXPO)에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 로마와 경쟁하고 있다. 파리에서는 일부 택시들이 문에 «Busan 2030» 을 표시한 것을 볼 수 있고, 부산공항에는 이 행사를 알리는 광고판이 즐비하다. “Busan is ready”라고 부르짖는 것은 단순한 이유에서만은 아닐 것이다.
10월 13일 금요일, 잘 준비된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의 첫 번째 에디션이 막을 열었다. 나흘 동안 약 100편(정확히는 92편=편집자)의 공연과 다양한 종류의 쇼케이스가 펼쳐졌다. 좋은 분위기와 정확한 시간관리 속에서 매우 잘 짜인 이 흥미진진한 작업은 전 세계 57명의 프로그래머를 한자리에 모았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구 340만 명의 이 거대 항구의 중심부에 집중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문화산업이 다시 살아난다는 증거가 된다.
이 얼마나 멋진 분위기인가! 얼마나 멋진 파티인가! 푸드트럭의 현수막과 리본이 부산시민회관을 둘러싸고 있다. 1973년에 개관한 이 극장 시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공립극장 가운데 가장 오래된=편집자). 여기에는 공연장이 둘 있는데 하나는 1,600석이고 다른 하나는 400석이다. 그 주위로 음악가, 마술사, 무용가, 배우, 인형극과 서커스 예술가들이 공연을 펼치는 작은 야외무대가 있는데, 이는 10년 전에 생겨났다. “우리나라에는 K-pop만 있는 게 아니야!”라며 이종호 예술감독이 웃는다. 1998년에 만들어진 서울의 역사적인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의 수장이기도 한 이 세계 여행가는 아비뇽 오프 축제와 루마니아의 시비우 축제에서 영감을 받았다.
클래식, 재즈, 힙합
한국의 소프트파워 즉 ‘한류’가 20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것은 K-팝, K-드라마와 영화 외에 다른 얼굴도 가지고 있다. BPAM에는 500명의 젊은 예술가들이 참가했다. 그들은 야외의 다소 가혹한 조건에서 그들의 기술, 관대함, 용기로 놀라움과 감동을 준다. 아스팔트 위에서 춤을 추려면 피부가 거칠어야 한다. 현대무용가 김남진은 “우리는 여기서 춤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일을 하고 싶어한다. 대부분의 무용수들은 생계를 위해 수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그는 텔레비전과 영화 활동을 시작했다.
김남진은 그의 명민한 아크로바트 팀과 함께 <산불>이라는 제목의 인상적인 생태우화를 열정적으로 펼쳐보였다. 몇 시간 전에는 써드 네이처(Third Nature) 무용수들이 공중에 매달린 공연을 선보이는 가운데 중앙에 아름다운 하얀 돛을 설치해 최면을 걸었다. 한편, 또 다른 곳에서는 놀라운 차이니즈 폴대 전문가 서남재가 겉보기에는 사소해 보이는 위업을 과시하며 직접적이고 장난스러운 방식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관중은 그가 장대에서 곤두박질치자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질렀다. “한국인들은 자신의 감정을 크고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 여성이 웃으며 말했다.
전통은 많은 시도에 색을 입힌다. 바디토크(bodytalk) 무용단의 <코리얼리티 Koreality>는 일렉트로닉과 타악기, 한국 넷플릭스 좀비 드라마와 형광 수중풍경 사이를 오간다. 경쟁사회에 사로잡힌 젊은 세대의 이 어려운 탐구를 8명의 퍼포머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노래하고 춤춘다. “요즘 공연자들 사이에서는 뭐든 다 할 줄 아는 게 대세”라고 이종호 감독은 강조한다. “더 나아가, 나는 여기서 우리 문화의 뿌리와 오랜 역사를 알리고 싶다. 전통은 음악이든 무용이든 현대 작품 속에 존재한다.”
라이브로 진행되는 북 연주와 함께, 오정화(일명 '빅마담')가 이끄는 마담패밀리(2014년 창단)의 해녀 공연은 해녀들이 해산물을 수확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공연 또한 현대기술, 클래식, 재즈 그리고 힙합장르가 얽혀 있다. 주한 프랑스대사관의 문화과학교육협력참사관인 뤼도빅 기요는 “브레이크 댄스 장면은 정말 다채로웠습니다. 힙합장르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재능이 풍부한 한국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현대무용가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지만, 무용수들에게는 K-pop 공연이 진정한 돌파구임을 언급하고 싶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매년 50개 대학의 무용과에서 약 1,500명의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으며 무용단은 대략 180개(창작중심 무용단=편집자)가 등록되어 있다.
이종호 감독에 따르면 한국문화의 매력적인 인식과 세계적인 성공은 "이 작은 나라에게는 행운"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장밋빛은 아니다. 무대 위에는 폭력적인 사회적 주제들이 전개되고 있다. 이종호 감독은 "우리는 20년 만에(1960년대 이래 수 십 년이라는 짧은 기간에=편집자)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그 대신 현재 많은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다"며 "출산율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자살률은 무서운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청소년들의 자살과 학교폭력은 극단 아티스트릿의 작품 <알고리즘>을 뜨겁게 달구었고, SNS 중독의 심각성은 볼플레이클럽의 <버건디 무키 채널 오프닝 멘트>를 찌릿하게 만들었으며, 이주민들과 남북한 관계 문제는 극단 따뜻한 사람의 작품 <컨테이너>에 대해 시비우 국제연극제의 빈첸티우 라하우를 포함, 많은 프로그래머들의 관심을 폭발시켰다. 이종호 감독은 "마약이 관련된 이민 주제에 더해, 텍스트와 배우들의 연기력이 상당 수준"이라고 말했다.
여러 분야를 다룬 BPAM의 다양성은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호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미국, 이탈리아, 벨기에, 모로코 등에서 찾아온 공연물 배급자 57명의 다양한 목적을 충족시켰다. 그들은 장기적으로 협업을 구축하고 힘을 합치기 위해 부산에서 만났다. 유명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스코틀랜드)의 쇼나 매카시(Shona McCarthy) 감독은 이미 한국과 나누고 있던 대화를 더욱 심화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 예술가들이 에든버러 프린지에서 20년 동안 공연해왔기에 이번엔 반대로 제가 이곳에 왔습니다. 또한 큰 야망을 갖고 문화에 투자하는 이 나라에 꼭 찾아오고 싶었습니다."라고 그녀는 털어놓았다. 대만 국립 카오슝예술센터의 예술감독 조안나 왕(Joanna Wang)은 창립 5주년을 맞이한 그녀의 극장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려 한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외국인 동료들을 만날 수 있는 첫 번째 기회입니다. 한국인들이 그들의 독특함을 어떻게 홍보하는지를 관찰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우리는 항상 그들로부터 배울 것이 있습니다.“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열려있는 제안들
놀랄만한 현상이 하나 있다. 호주에서 네팔을 거쳐 사우디아라비아까지, 특히 넷플릭스 덕분에, 한국문화가 일종의 공통 참고사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카트만두의 에코인더밸리 페스티벌(Echoes in the Valley Festival) 제작자인 부샨 쉴파카르(Bushan Shilpakar)는 한국에 대해 처음으로 삼성, 현대, 방탄소년단, 싸이와 그의 히트작 <강남스타일>(2012) 등 네 가지 기존 참고요소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그는 "한국 공항에 도착했을 때 일자리를 찾는 많은 네팔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제가 온 곳에서 우리는 영감을 얻기 위해 서쪽을 보는 게 익숙했습니다. 그런데 BPAM에 있으면서 방콕, 싱가포르, 요코하마, 일본 등 동쪽에서부터 놀라운 움직임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K-pop 그룹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리야드에서 공연한 바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신디 황과 빌 해리스는 다흐란에 있는 인상적인 킹 압둘아지즈 지식문화센터(Ithra)의 공연 프로그램을 구성하기 위해 함께 일하고 있다. "우리는 예술적 탁월함을 추구합니다. 공연제안은 접근 가능한 것이어야 하고 시각적이어야 합니다. 현재 인구의 80%가 35세 미만으로, 젊은 층이 많습니다. 우리는, 분명히 제약과 한계가 있긴 하지만, 대중의 시선을 새로운 공연형태로 이끌어 세계를 이드라로, 이드라를 세계로 끌어내기를 원합니다."라고 그들은 설명한다. 2019년에는 무라드 메르주키(프랑스 안무가=편집자)의 <픽셀>을 보여주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전략들 또한 벌써 나타나고 있다. BPAM에 참가한 아롤드 다비드 아비뇽 오프 페스티벌 공동대표는 ‘오프를 국제시장으로 발전’시키기를 원하고 있다. "1,500개의 공연 중 외국 단체는 125개뿐이고, 그나마 60%는 불어권에서 온 단체입니다."라고 그는 설명했고 “몇몇 극장은 외국 공연단들의 프로그램을 원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아비뇽에서 공연하기에 적합한 한국 공연물들의 목록도 BPAM과 함께 개발, 작성해 2024년부터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한국 학생들을 초청해 아비뇽 오프에서 집중적인 교육과정에 몰입시킬 생각이다.
프랑스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케이팝
파리에서는 <Frétillante Busan> 전시가 4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 모으며 히트를 친 한국문화원이 계속 행사를 늘려가고 있다. 도자기, 디지털 NFT(대체불가능 토큰) 작품, 전통춤 공연, 한국영화 상영 등 각종 프로그램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10일부터는 케이팝이 프로그램에 올라왔다. 1990년대 유명 가수 유진이 컨퍼런스를 열었다. 2008년부터 연기자, 안무자로 활동해온 대니 박(Dany Park)이 무용수이자 교수인 소반춤(Sovann Chum)과 함께 케이팝 댄스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두 사람은 프랑스 전역뿐만 아니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영국 등지에서도 워크숍을 진행한다. 10월 21일에는 케이팝 아카데미 댄스 수업을 통해 발전시킨 춤과 노래를 케이팝 월드 페스티벌에서 공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