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프리뷰 칼럼]문화예술지원과 뮤지컬 산업진흥법-(2)
[더프리뷰 칼럼]문화예술지원과 뮤지컬 산업진흥법-(2)
  • 조복행 공연칼럼니스트
  • 승인 2024.11.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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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문화예술지원은 세계 최고다

[더프리뷰=서울] 조복행 공연칼럼니스트 = 많은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문화지원이 아직도 부족하고, 그래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문화지원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문화지원은 어느 정도가 적정할까? 세계적으로 문화예술지원의 적정량에 대해서는 합의된 것도 없고, 기준도 없다. 또한 나라마다 문화행정의 범위와 문화예산의 항목이 다르고 문화를 관장하는 정부 부처도 다르다. 문화예산의 총액이나 비율을 중앙정부의 예산만으로 비교할 수도 없다. 연방제 국가의 경우에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보다 더 많은 예산을 사용한다. 또한 문화예산의 쓰임새가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총액만으로 지원의 다과를 비교하기도 어렵다.

문화발전의 초기에 있는 나라에서는 시설건립이나 제도의 설치에 사용하는 비용이 많을 수 있다. GDP 대비 정부지출도 나라마다 다르고, 문화예산은 각국의 문화환경이나 발전속도 , 문화의 전통 등에 따라 전부 다르다. 전체예산 대비 문화예산이나 문화비 지출액이 적다고 해서 그 나라의 전체적인 문화지원이 적다고 말할 수도 없다. 미국은 문화예산의 비율이 세계적으로 가장 적은 나라에 속하지만 그렇다고 국가 전체적인 문화지원이나 문화비 총지출이 다른 나라보다 적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민간지원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문화예산의 다과를 파악하려면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통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문화예산 또는 문화지원에 대한 국제비교 연구들을 보면 사용하는 통계와 기준에 따라 그 결과가 약간씩 다름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어떤 연구는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작성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연구도 있다.

일본 문화청이 매년 간행하고 있는 <문화예술관련 데이터집>에서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알기 쉽게 각국의 문화예산을 비교해 놓고 있다. 이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총예산중 문화예산비율은 세계 최고이고, 문화예산의 증가율 역시 단연 세계 최고다.

아래 그래프는 일본 문화청의 <문화예술관련 데이터집>에 나온 2022년 문화예산의 국제비교다. 가운데 그래프는 정부예산에서 문화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인데, 우리나라가 1.21%, 프랑스 0.81, 독일 0.46, 영국 0.17, 일본 0.10, 미국 0.02%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산 비율이 세계 최고이고 1%를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전통적으로 국가지원이 많은 유럽 국가보다도 월등히 높고, 일본보다는 무려 11배가 높다. 우리에 이어 문화예산비율이 두 번째로 높은 프랑스는 1990년대에 1%를 넘어섰다가 떨어진 뒤, 다시 2012년에 1%를 달성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또 다시 떨어지고 있다.

각국 문화예산 비교(자료=일본 문화청)

<데이터집>의 왼쪽 그래프는 문화예산 총액이다. 우리나라가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그런데 이를 GDP 총액과 비교해보면 우리 문화예산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 수 있다. 2024년 기준 IMF 통계에 의하면 프랑스의 GDP총액은 3조1740억 달러이고 우리나라는 1조 8700억 달러다. 그런데 문화예산 총액은 프랑스 5,828억엔, 우리나라 4,351억엔이니 프랑스가 GDP는 우리나라보다 70%가 많은데 문화예산 총액은 34%가 많다.

오른쪽 그래프는 1인당 문화예산 지출액이다. 역시 프랑스가 가장 높고 우리가 그 다음인데, 그 차이는 크지 않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산은 프랑스 못지 않게 많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문화비 지출이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점 역시 놀랍다. 이 숫자는 문화예산 총액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아래 도표는 문체부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전체예산 중 문화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2020년 1.26%, 2022년 1.22%로 <데이터집>과 유사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산의 신빙성, 즉 예산이 과다하게 부풀려진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문화부의 통계와 일본< 데이터집>의 통계가 거의 일치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아직 문화발전의 초기단계에 있어서 극장 등 하드웨어 예산이 많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극장신축은 2천년대 초반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고 2010년대가 되면 주춤하고 있다. 문화예산이 대폭 늘어난 것은 2010년대 이후이기 때문에 이런 의구심도 근거가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산이 세계 최고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문화예술 예산 변화 추이(자료=문화체육관광부)

아래 그래프는 2012년부터 10년간 각국의 문화예산의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왼쪽 그래프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문화예산은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2년부터 급격히 늘어나서 2016년도에 1.2%를 넘어선다. 이후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다시 1.2%를 회복하였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다시 1.06%로 감소하였다. 프랑스는 2012년에 1%를 넘었다가 그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화예산의 증가추세 역시 우리나라가 제일 가파르다. 위 오른쪽 그래프를 보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2년에 비해 2016년도에 50%가 증가하였고,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2년도에는 10년 전에 비해 234%가 증가했다. 이런 증가율 역시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우리나라에서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DJ정부 시기부터다. 이 시기는 IMF 사태라는 미증유의 경제난 속에서 주로 경제적인 관점에서 문화를 바라보던 때였다. 그래서 콘텐츠 산업이 중시되었고, 문화가 돈이라는 시각이 사회를 지배했다. 문화예산도 이 때 대폭 증가한다. 1999년에 처음으로 전체예산 중 문화예산이 1%를 넘어섰다. 4년 전인 2020년도 일본의 <데이터집>의 통계도 지금과 유사하다. 문화예산비율이 우리나라 1.24%, 프랑스 0.92, 독일 0.36, 영국 0.35였는데 2022년에는 독일을 제외하고는 모든 나라에서 떨어진 것이다. 사실 박근혜 정부 때는 2%가 거론되었고, 프랑스에서도 2% 예산이 거론된 적이 있지만 최근에는 점점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각국의 문화예산 변화 추이(자료=일본 문화청)

프랑스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문화에 대한 공적 지원이 강했던 나라다. 1530년대 프랑수아 1세 시기에 이미 학술원이 설립되었고, 루이 14세는 예술가 지원과 아카데미 설립 등을 통해 예술발전을 중시했다. 이런 전통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1959년 세계 최초로 문화정책을 전담하는 문화부를 신설하였고, 1990년대까지 문화발전을 국가 최고의 어젠다로 설정할 만큼 문화에 관심을 기울인 나라다. 국가가 문화에 강하게 개입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다.

우리나라도 프랑스의 정책을 상당히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개입주의, 예술인 복지, 문화민주주의, 지방분권, 극장 등 하드웨어 신축 등에서 많이 닮아 있다. 이들 특성들은 문화예술의 신성화에 기초한 문화의 제도화로 요약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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