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빈-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Kammerorchester Wien-Berlin)가 오는 2월 4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2023년 이후 두 번째 방문이다.
빈-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2008년 창단 이래 클래식 음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앙상블로, 빈 필하모닉과 베를린 필하모닉이라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수석 단원들이 주 멤버다. 사실 이 단체는 지휘자 사이먼 래틀의 50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다. 2005년 빈 콘체르트하우스에서 열린 빈 필과 베를린 필의 합동공연이 그 계기가 되었다. 첫 만남에서부터 두 오케스트라 단원들 간의 강렬한 음악적 교감이 이루어졌고, 이후 지속적인 협업으로 이어지며 빈-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라는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다.
가장 큰 특징은 이 오케스트라가 가진 사운드다. 두 오케스트라가 가진 공통적인 특징을 극대화시키고, 동시에 빈 필하모닉 특유의 전통적인 소리와 베를린 필하모닉의 모던한 소리를 조화롭게 융합했다. 이를 통해 또 다른 소리로 나아가는데, 이게 빈-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다. 두 오케스트라의 음악적 전통과 강점을 결합하여 최고의 앙상블을 제련해냈으며, 단순한 오케스트라 간의 물리적 결합을 넘어 최상의 음악적 잠재력을 실현하면서 화학적 결합을 이뤄냈다.
이 중심에 있는 예술가가 라이너 호넥이다. 빈 필하모닉의 악장이자 30년 이상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어온 라이너 호넥이 빈-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을 맡아 음악적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라이너 호넥이 가장 애정하고 공들이는 단체도 바로 빈-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다.
라이너 호넥은 빈 필하모닉의 악장뿐만 아니라 실내악, 독주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특히 이번 공연에서도 빈-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4번>을 직접 협연한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특유의 독보적인 빈 사운드를 들려줄 예정이다. 최근엔 지휘 활동도 더욱 넓혀가고 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기오이 홀 체임버 오케스트라(전 기오이 신포니에타)의 수석 지휘자를 지냈고, 지금도 명예 지휘자로 계속해서 교류하고 있다.
빈 고전주의의 완벽한 균형과 최고의 기량
빈-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연주 레퍼토리도 특별하다. 이 오케스트라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할 수 없는 것들을 해낸다는 것이다. 특히 빈 고전주의 시대 음악에 집중하고 있는데, 완벽한 균형을 지키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소리를 내며 빈 고전주의 시대 작품들의 매력을 전한다. 오랜 시간이 지난 음악이지만, 눈앞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는 연주’로 들리게 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준비한 멘델스존 <현악 교향곡 10번>, 하이든 <교향곡 59번> 그리고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4번>과 <교향곡 29번>이 빈-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레퍼토리다. 오케스트라 곡을 실내악 스타일로 연주하려면 단원 개개인의 상당한 집중력과 노력이 필요한데, 이 앙상블의 멤버들은 최고 수준의 기량을 발휘해 음악을 완성한다.
또 이들은 잘 연주되지 않는 숨겨진 명작들을 발굴하는 데 주력한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연주하는 멘델스존의 <현악 교향곡 10번>, 하이든 <교향곡 59번 ’불(화재)‘>이 대표적이다. 작년 내한공연에서는 하이든 <교향곡 49번 ’수난‘>을 연주했다. 뛰어난 기량과 완벽한 해석으로 이 작품이 가진 매력을 보여주었고, 빈-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야말로 하이든 초기 교향곡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최적의 앙상블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들이 이번 공연에서도 여전히 빈 고전주의 레퍼토리들을 고수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번 한국 순회연주는 2월 3일 제주문예회관을 시작으로, 서울 예술의전당(4일), 울산현대예술관(5일), 대구콘서트하우스(6일), 구미문화예술회관(7일), 전주한국소리문화의전당(8일), 경주예술의전당(9일)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