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국민화가 뷰엔 칼루바얀의 '아모이 아라우: 놀이와 노동의 리듬' -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필리핀 국민화가 뷰엔 칼루바얀의 '아모이 아라우: 놀이와 노동의 리듬' -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 조일하 기자
  • 승인 2025.03.09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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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엔 칼루바얀 '아모이 아라우: 놀이와 노동의 리듬' 
ⓒ Buen CALUBAYAN. Courtesy of the Artist and ARARIO GALLERY

[더프리뷰=서울] 조일하 기자 =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필리핀의 국민화가 뷰엔 칼루바얀(Buen CALUBAYAN, 1980-)의 개인전 <아모이 아라우: 놀이와 노동의 리듬(Amoy Araw: Rhythms of Play and Labor)>이 열리고 있다. 지난 2019년 아라리오갤러리 라이즈호텔에서의 전시회 이후 6년만의 내한 개인전이다. 오는 4월 12일(토)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비판적 교육학과 감각적 실천에 관한 주제의식을 회화, 영상, 설치의 언어로 풀어낸 신작 21점을 선보인다.

뷰엔 칼루바얀은 마닐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로, 그의 작업은 예술, 노동, 교육이 만나는 지점에서 전개된다. 그는 회화, 풍경, 선형 원근법과 같은 제도들을 탐구하고 이로부터 신체의 리듬, 움직임, 감각능력을 살펴보는 다양한 전략과 실천을 이끌어내 전통적인 권력과 억압의 모델에 도전하고자 몸과 세계를 재구성한다. 궁극적으로 그의 작업은 일상생활에서 작동하는 체계와 우리 삶을 구성하고 통제하는 기관들에 주목한다. 칼루바얀은 회화, 드로잉,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와 형식의 작품들을 통해 주입된 서구적 시각체계에 질문을 던지며 대안적 관점을 제시한다.

뷰엔 칼루바얀 '얼굴을 그려 땅을 지우고, 그 반대로도 2' 2025, 캔버스에 파스텔, 아크릴릭
91 x 76 cm ⓒ Buen CALUBAYAN. Courtesy of the Artist and ARARIO GALLERY

태양의 냄새, 움직임의 흔적

이번 전시의 제목인 ‘아모이 아라우(Amoy Araw)’는 필리핀어로 ‘태양의 냄새’라는 의미를 지니며, 야외에서 뛰노는 아이들이나 노동을 마친 노동자의 몸에 남은 움직임, 즉 리듬의 흔적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근작의 주제를 관통하는 ‘리듬’의 개념은 빛의 리듬, 몸의 움직임, 환경과 지형의 변화, 그리고 지식의 생성 및 전승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적인 힘을 지칭한다. 관객들로 하여금 기존 전시에서는 학습, 기억, 나아가 공동체적 경험의 기반을 이루는 동적인 리듬들에 관한 다채로운 탐구의 결과물을 만나볼 수 있다.

새로운 감각적 경험

이번 전시는 뷰엔 칼루바얀의 교육학에 대한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기존의 선형적 인식과 식민주의적 원근법이 우리의 감각과 지식을 얼마나 제한해 왔는지를 살펴보고, 그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작가는 학교가 마치 공장처럼 학생들을 단순 노동력으로 전환하는 신자유주의 교육체제와 예술 속 원근법이 우리의 시각을 평면화해 온 역사적 유산을 비판한다. 대신, 토착민 공동체의 경험과 놀이, 노동을 통한 학습방식을 새로운 지식체계로 제안하며, 감각을 확장해 신체와 감각 중심의 학습이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과 공동체적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전시는 관객들이 기존의 고정된 시각을 넘어 스스로의 몸과 감각을 다시 발견하도록 권유하며, 우리의 인식방식을 한층 더 넓힐 수 있는 대안적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번 전시는 풍경화와 미술사의 제도, 발도르프 교육학, 기억을 되살리는 작업과 심리치료, 토착민의 토지 투쟁과 교육, 그리고 움직임과 감각에 관한 실천 등 여러 연구와 실천을 하나로 엮는다. 영상 작품을 통해 인위적으로 조작된 도시풍경과 자연의 리듬 붕괴를 보여주고, 회화와 분필 드로잉을 통해 신체와 환경의 상호작용을 탐구한다. 또한 다이어그램과 드로잉은 걷기, 호흡, 움직임 등 기본행위들이 감각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드러낸다. 또한, 칼루바얀은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지침서 같은 노트와 스케치를 통해 전시의 교육적 측면을 강조한다.

칼루바얀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의 존재방식을 구조화하고 정의해 온 방식들에 저항을 드러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움직임과 리듬을 학습의 핵심에 두어 ‘기반 다지기(grounding)’ 개념의 일환으로 기존의 학습을 해체하고 다시 배우며 함께 학습하기를 강조하면서 우리 몸과 감각기관을 다시 연결, 몸으로 직접 느끼고 배우는 지식이 만들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뷰엔 칼루바얀
ⓒ Buen CALUBAYAN. Courtesy of the Artist and ARARIO GALLERY

뷰엔 칼루바얀은 산토 토마스 대학에서 문화유산학을 전공했으며 2002년부터 2006년까지 UST미술관에서 보존 어시스턴트, 2010년부터 2013년까지 필리핀 국립박물관에서 연구자로서 활동했다. UP 바르가스 뮤지엄(마닐라, 2023-2024), 아라리오갤러리 라이즈호텔(서울, 2019)을 포함한 다수의 공간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마인드 셋 아트센터(타이베이, 2020), 세계문화의 집(베를린, 2017),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상하이, 2016), 광주시립미술관(광주, 2014), 필리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마닐라, 2013)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출품했으며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지에서 다수의 레지던시에 참가했다. 칼루바얀은 2013년 아테네오 아트 어워즈에서 페르난도 조벨 시각예술상을 수상했고, 2009년 필리핀 문화센터 ‘13인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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