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올해로 개관 20주년을 맞는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오는 3월 25일(금)부터 4월 3일(일)까지 핀란드의 거장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작품 12편을 모아 ‘재개관: 희망의 건너편- 아키 카우리스마키 회고전’을 개최한다.
서울아트시네마의 개관 20주년이자 정동길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 기념으로 열리는 이번 회고전에는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독특한 스타일로 표현한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대표작을 12편을 상영한다. 핀란드 출신의 거장인 아키 카우리스마키(Aki Kaurismäki, 1957-) 감독은 실업자, 부랑자, 난민 등 하층민들의 삶에 관한 따뜻한 애정, 예측 불허의 엉뚱한 상황 전개, 무뚝뚝한 표정을 한 배우들의 어딘가 귀여운 연기, 희망과 서글픔이 공존하는 유머, 삭막한 공간을 부드러운 빛으로 채운 미장센, 자본주의 체제를 향한 집요한 문제 제기를 스무 편이 넘는 장·단편 속에 담아낸 감독이다.
이번에 상영하는 <성냥공장 소녀>(1990), <어둠은 걷히고>(1996), <르 아브르>(2011) 등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은 현실의 가장 어두운 모습 속에서 조금 더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는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개성을 확인할 수 있다.
모두가 극장의 미래를 근심하는 요즘이지만, 영화관은 여전히 영화를 체험하는 최적의 장소이자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특별한 공간이다. 평론가로 시작해 시나리오 작가, 배우 등의 다양한 활동을 했던 아키 카우리스마키는 핀란드 헬싱키 중심부에 영화관 ‘키노 안도라(KINO ANDORRA)’를 운영하기도 했고, 재개발로 극장이 폐관한 뒤 지난 해에는 고향 카르킬라의 옛 제철소 부지에 영화관 ‘키노 라이카(KINO LAIKA)’를 다시 개관했다.
이민자, 공장 노동자, 부랑자 등 모든 부류의 사람들이 불가능한 방식으로 섞이는 카우리스마키의 영화처럼 그에게 영화관은 다른 공적 영역에서는 불가능한 다양한 차이를 보이는 사람들이 서로 섞이는 예외적 장소다. 특별히 혐오와 불관용, 낙담과 절망의 시대에 카우리스마키의 영화는 지금 이 세계 어딘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에 희망의 빛을 비춘다.
또한 이번 아키 카우리스마키 회고전 기간에는 지난해 신설된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엑스트라 부문 관객상을 받은 핀란드 영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를 상영하고 테무 니키 감독과의 온라인 토크가 진행될 예정이다.
‘재개관: 희망의 건너편- 아키 카우리스마키 회고전’은 2022년 새롭게 이전한 서울시 중구 정동길3 경향아트힐 2층(경향신문사)에 위치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진행된다. 관람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