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문화를 유럽식으로 바꿀 순 없어" - 이종호 BPAM 예술감독
[인터뷰] "한국문화를 유럽식으로 바꿀 순 없어" - 이종호 BPAM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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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2.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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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프리뷰=서울] 편집자 = 다음은 이탈리아 일간지 <Il Manifesto> 11월 11일자에 실린 공연예술학자/저널리스트 프랑코 웅가로(Franco Ungaro)의 글이다. 그는 지난 10월 13-16일 열렸던 제1회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을 참관했다.

이종호 예술감독은 이탈리아 현대무용축제와 국제무용행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인물이다. 그는 지칠 줄 모르는 여행자이며 서울과 아시아 및 유럽, 오세아니아, 그리고 남미, 아프리카까지 모두를 연결하는 실타래같은 존재이다. 그는 서울세계무용축제(Seoul International Dance Festival, SIDance, 시댄스) 예술감독 겸 유네스코 산하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의 대표이다. 그는 언론인이자 축제 기획자로, 그의 이력은 한국에서 발간되던 프랑스어 주간지 <Courrier de la Coree>에서 시작되어 이후 약 30년 간 연합뉴스에서 근무하면서 현장기자와 해외특파원 등으로 활동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축제나 극장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역할이다. 그는 한국의 무용가와 무용단체들을  약 40개국 무대에 소개하면서 약 250회의 공연횟수를 기록했다. 그 사이 BPAM의 예술감독이 되어있는 그를 지난달에 만났다.

프랑코 웅가로 = 당신을 이미 시댄스 대표로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BPAM의 예술감독이 되었네요. 왜 하필이면 부산입니까?

BPAM나이트 첫날 참가자들에게 행사소개를 이종호 예술감독(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BPAM나이트 첫날 참가자들에게 행사소개를 하는 이종호 예술감독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이종호 = 인구 3백만인 부산은 한국에서 두번째 큰 도시로, 풍부한 천연자원과 문화유산 그리고 충분한 기반시설을 갖춘 도시입니다. 깊은 산들과 아름다운 바다는 물론이고, 부산항에는 아시아 전체로 수출을 할 수 있는 기반시설이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칸영화제나 베네치아영화제를 부러워할 필요가 없는 수준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부산의 미술축제, 건축 중인 오페라극장, 그리고 국제아트센터 등 충분한 문화예술 기반이 갖춰져 있습니다. 한국전쟁 기간에는 한국의 수도이기도 했습니다. 부산의 시민들은 매우 개방적인 사고방식으로 타인과 함께 공생하는 것에 적극적이며 대화를 좋아하고, 특히 소주를 즐겨 마십니다. 소주는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술, 이를테면 '한국 위스키'로 요즘은 도수가 20도 이하로 낮아져서 더욱 많이들 마십니다. 2030 엑스포에 도전한 후보로서 부산시는 경제적으로 이룬 성과를 이제 문화적으로도 이루려고 합니다.

해외잠가자와 야외공연을 감상하는 이종호 예술감독(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외국인 델리게이트와 함께 거리공연을 감상하는 이종호 예술감독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프랑코 웅가로 = 이렇게 부유한 도시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이종호 = 2030년 엑스포에 부산은 후보로 도전했고 경제적으로 이룬 성과를 문화적으로도 이루기를 염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본격적인 국제공연예술시장 창설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기왕이면 기존의 공연예술마켓들과는 다른 독보적인 가치를 추구하자는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국은 문화적인 밑바탕이 매우 깊은 나라이기 때문에 현대예술과 전통예술이 서로간에 자주 대화를 나누는 편입니다. 유럽도 물론 좋은 전통을 간직하고 있지만 한국은 특히 전통예술과 현대예술의 형식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서로 대립하기도 하고 화합하기도 합니다. 예술창작가들은 각각 다른 이 두 장르를 떼어놓고 다루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융합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처럼 한국도 외세의 지배를 받았고 이를 통해 서구식 근대화를 이루었다는 사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프랑코 웅가로 = 당신을 유럽의 페스티벌에서 자주 만났는데, 유럽의 축제들이 BPAM을 계획하는 데에 영향을 준 측면이 있나요?

이종호 = 당연히 아비뇽이나 에든버러에 매혹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유럽식 축제모델을 뛰어넘을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문화를 유럽화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올해 BPAM 출품작의 약 90%가 한국인 예술가들의 작품인데, 이는 당연히 한국의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이들을 세계에 진출시킬 필요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국제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독일과의 협업으로 무용작품 <Koreality>를 만들었듯이 다른 국가들과의 공동창제작에도 주력할 것입니다.

프랑코 웅가로 = 2024년에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이종호 = 2024년에는 모든 장르, 모든 지역을 총망라할 것입니다. 연극, 무용, 융복합장르, 사운드아트, 월드뮤직, 민족음악, 어린이/가족용 공연, 단막 오페라, 전통예술, 서커스, 마술, 레뷰 등등 모든 장르를 골고루 소개하는 한편,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오세아니아, 유럽, 중남미, 북미, 아프리카 등 세계 모든 대륙의 작품들을 골고루 참여시킬 예정입니다. 관객들은 세계 어느 페스티벌에서도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공연물들을 접할 기회를 얻을 것이고, 예술가와 프로그래머, 프로모터들에게는 진정한 국제마켓이 되어줄 것입니다.

프랑코 = 이탈리아 현대무용을 잘 알고 계신 것으로 아는데 지금까지 계속 교류하시고 최근에도 관심을 가지신 단체가 있는지요? 있다면 왜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지요?

2023년 제26회 서울세계무용축제에 참가한 스펠바운드현대발레단의 '비발디아나'(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2023년 제26회 시댄스에 참가한 이탈리아 스펠바운드 현대발레단의 '비발디아나'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이종호 = 꽤 오래전부터 아테르발레토, 스펠바운드, 로베르토 카스텔로, 실비아 그리바우디, 프란체스카 포스카리니, 루나 체네레, 야코포 옌나, 테오도라 카스텔루치, 마르코 다고스틴, 콜레티보 치네티코, 다비데 발로쏘, 안드레아 코스탄초 마르티니 등을 눈여겨 보았고 이들 중 상당수를 이미 한국에 초청한 바 있습니다. 젊은 안무가들 중에선 피에트로 마룰로, 이레네 루쏠릴로, 다니엘레 니나렐로 등도 있구요. 왜 이들을 주의깊게 보고 있는지는 하나하나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왜냐하면 각자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고, 한편으로는 다른 유럽국가들의 안무성향과 다른 특징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시아에서 이탈리아 현대무용이 다른 서구 무용에 비해 덜 알려져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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