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모니터] 인문학적 시선으로 다시 보는 공연, ‘읽는 극장’
[현장모니터] 인문학적 시선으로 다시 보는 공연, ‘읽는 극장’
  • 이다연 기자
  • 승인 2024.09.18 0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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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극장'

[더프리뷰=서울] 이다연 기자 = 9월의 ‘읽는 극장’에는 연극 <-풀이연습>을 읽으려는 이들이 모여들었다. <-풀이연습>은 프로젝트 레디메이트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기획한 공연으로, 8월 24일부터 9월 1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유튜브 채널 ‘ARKO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확인할 수 있는 월간 ‘읽는 극장’은 매달 하나의 공연을 선정해 관람한 후 다양한 직업의 전문가들이 모여 책과 함께 토론하는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이번 ‘읽는 극장’에서는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줄 패널로 양지우 피아니스트, 하명진 변호사가 참여했으며, 사회는 문학평론가 박혜진이 맡아 이야기를 이끌어나갔다. 특히 이번에 선정된 <-풀이연습>은 ‘접근성 공연’으로 진행되었는데, 시각장애를 가진 양지우 피아니스트의 위스퍼링 음성해설 감상후기가 궁금증을 품게 한다. 또한 하명진 변호사는 자신을 ‘방구석 작곡가’로 소개하며, 변호사 일을 하면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갖춰나간 모습을 보여주었다.

‘읽는 극장’은 흔히 공연이 끝난 뒤 진행하는 ‘관객과의 대화’와는 다른 인문학적 성격의 프로그램으로, 매달 인상 깊은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정해 조금 더 깊이 있는 관람 후기를 들어볼 수 있다. 또한 각자 다른 전공을 직업으로 하는 패널들인 만큼 기존 공연에서는 파생될 수 없던 다양한 이야기들이 공유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읽는 극장' 촬영 현장 (사진=이다연 기자)

1시간 30분 가량의 촬영본은 30분 가량의 영상으로 편집돼 ‘ARKO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식 유튜브에 올라간다. 사회자 및 패널 소개부터 각자의 감상 소감, 그리고 공연에서 눈에 띄었던 접근성 요소들, 이동형 공연, 프랑스어 창, 한글 자막 등 다양한 요소들을 다시금 언급하며 각자의 감상평을 들을 수 있다. 또한 공연작품과 관련 있는 책을 각자 두 권씩 선정, 책의 구절들을 읽으며 각자가 느꼈던 부분과 책의 언어, 작가의 언어와 일치하는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이번 ‘읽는 극장’의 제목은 ‘-풀이복습’으로 연극 <-풀이연습>의 뒤를 이어 복습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연극 <-풀이연습>은 5명의 출연자가 각자 다른 배경을 갖고 지금껏 ‘전통’이라는 장르를 풀어온 과정들을 관객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공유하는 무대이다. 열린 객석으로 진행되며, 관객들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요구하는 대로 각자의 자리와 자세를 바꾸어가며 듣는 이동형 공연이기도 하다. 

또한 위스퍼링(실시간 음성 해설), 수어 통역, 한글 자막 등 다양한 부분에서 접근성을 갖추었으며, 담요와 베개, 헤드셋 등을 갖춘 접근성 부스가 따로 마련되는 등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또한 접근성 공연이라는 형식에 맞춰 진행한 것이 아닌, 무대에 녹아드는 요소들로서 이러한 보조장치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무대의 한 부분으로 느껴졌던 공연이다. 양지우 피아니스트는 위스퍼링 음성해설이 기억에 남는다며 이전에 소통이 되지 않던 부분까지 공연장에 있는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번 ‘-풀이복습’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전통’의 개념에 대해 각자가 정의해 보는 시간이었다. 공연에서도 출연자 개개인의 서사를 통해 배경 속에서 엿보이는 다양한 형태와 문화권의 전통이 구성되는 방식, 전통이 가지는 동시대성, 혹은 권위, 한계점에 대해 다소 심도 있는 주제를 내포했다. 여기서 ‘전통’은 우리가 쉽게 한정 지을 수 없는 범주를 지니며, 맹목적으로 수용했던, 흔히 말하는 '보통의 지식’이 과거에 발을 묶어두는 한계점이 아닐까 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양지우 피아니스트는 "제게 전통은 학교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 같아요"라고 말하며 지키지 않으면 큰 일이 날 것만 같아 지키게 되는 것이라고 소개했으며, 음악을 하는 입장에서 악보와 자신과의 규칙적인 관계를 허물며 좀 더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명진 변호사는 전통을 ‘인습’이라고 말하며 후대 이후까지 보존해야 하는 것으로, 예로부터 지켜야 하는 의무와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감상기와 관련 있는 책을 선정했는데, 양지우 피아니스트는 『낯선 여행 떠날 자유』라는 책을 언급하며 공연장에서 시행되는 접근성 공연을 넘어 일상생활 속 장애인들을 위한 이동수단 구비의 문제점에 대해 언급했다. 하명진 변호사는 법정 스님의 『스스로 행복하라』라는 책을 선정했는데, "모든 것은 항상 변함이다, 변화의 흐름 속 순간에 충실하라"라는 구절을 낭독하며 전통 또한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하고 있고 현재와 순간에 충실해야 함을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사회자 박혜진 문학평론가는 김혼비의 『전국축제자랑』 책을 통해 축제가 가진 특성들 중 지역마다 가진 지역성으로 전통과 문화가 달라짐을 깨닫고, 그 차이가 독특한 것이 아닌 사소하고 미세한 차이임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9월에 진행된 ‘읽는 극장’은 8월 마지막 주 공연되었던 연극 <-풀이연습>을 토대로 피아니스트, 방구석 작곡가, 문학평론가까지 다양한 장르의 전문가들이 모여 그들만의 서사를 바탕으로 다시 한번 풀어 복습하는 시간이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월간 ‘읽는 극장’은 ‘ARKO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식 유튜브(https://www.youtube.com/@arkokorea)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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