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국립오페라단(단장 겸 예술감독 최상호)이 2023년 관객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라 트라비아타> 앙코르 공연을 오는 11월 23일(토), 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라 트라비아타>는 국립오페라단의 대표 레파토리로 베르디 탄생 210주년을 맞아 2023년 국립오페라단이 새롭게 선보였던 공연이다. 당시 “현대적 연출로 돋보인 음악의 여백(연합뉴스)”, “파격 그 자체, 타임머신 탄 라 트라비아타(뉴시스)” 등 호평을 받았던 작품으로 평단과 관객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예술의전당과 손잡고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른다.

현실을 꼬집는 날카롭고도 아름다운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길 잃은 여인'이라는 뜻으로 코르티잔(부유층을 상대로 하는 고급 매춘부) 비올레타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파리 사교계의 꽃이었던 비올레타는 그녀를 흠모해 온 젊은 귀족 알프레도를 만나고 그를 사랑하게 되지만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의 설득으로 알프레도를 위해 이별을 선택한다. 배신당했다고 생각한 알프레도는 그녀를 모욕하지만 진실을 알게 되고 용서를 구한다. 하지만 이미 그녀에게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청바지와 가죽 자켓을 입은 ‘모던한’ 비올레타
베르디는 당시 귀족들의 향락적 문화, 황금만능주의 등을 꼬집고 코르티잔을 통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묻는다. <라 트라비아타>는 관객의 마음을 매료시키는 음악뿐만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용기가 담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공연은 베르디의 의도에 충실하여 동시대성을 강조한 무대를 만들었다. 비올레타는 오늘날의 성악가로 변신시켰고, 동백꽃을 단 드레스는 가죽자켓에 청바지로 변경했다. 알프레도 역시 깔끔한 슈트를 입고 무대에 등장할 예정이다. 플로라, 가스통 등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프렌치적인 독특함을 선사한다. 하지만 <라 트라비아타> 본연의 우아한 분위기는 그대로 가져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또한 비올레타의 어린 시절, 순수한 마음으로 상징되는 어린 소녀도 등장한다. 연출가 뱅상 부사르는 “피아노, 그 뒤로 보여지는 영상, 어린 소녀 등을 통해 비올레타의 변화하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라며 “'잃어버린 길을 되찾고 싶다'는 마음이 비올레타의 노래를 통해 무대를 채우게 된다'고 말했다.

MZ 마에스트로가 이끄는 사랑의 음악
이번 <라 트라비아타>를 위해 MZ 지휘자 데이비드 이가 포디움에 선다.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로 클래식계의 세대교체를 이끌고 있는 데이비드 이는 최근 국립오페라스튜디오 청년교육단원과 함께하는 오페레타 <박쥐>를 통해 국립오페라단과 처음 손을 잡았다. 유쾌한 언변과 소통 능력으로 청년교육단원들을 이끌며 젊음의 무대를 보여줬던 그가 이번엔 베르디의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낼지 기대가 모아진다.

비올레타 역은 지난 2021년 국립오페라단 <라 보엠> 무제타 역으로 국내 오페라계에 데뷔하여 오페라 애호가들의 눈도장을 찍은 후, 2023년 <라 트라비아타> 비올레타 역을 맡으며 믿고 들을 수 있는 '소영레타(박소영+비올레타)'로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소프라노 박소영이 다시 한 번 비올레타로 완벽 변신한다.

순수한 사랑을 고백하는 청년, 알프레도에는 테너 김성현이 함께한다. 현재 마이닝겐 국립극장 전속 솔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김성현은 탁월한 테크닉과 화려한 음색으로 풍성한 음악을 들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제르몽 역에는 바리톤 이장원이 맡아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이장원은 동양인 남성 성악가 최초로 이탈리아 파도바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으며 베를린 국립극장에서 <리골레토> 주인공으로 데뷔하는 등 유럽 현지에서 바리톤 솔리스트로 각광 받고 있다. 한편 이번 공연에는 국립오페라스튜디오 청년교육단원 5명이 무대에 오르며, 3명은 주역의 커버를 맡을 예정으로 미래의 비올레타, 알프레도까지도 만나 볼 수 있다. 공연문의는 국립오페라단(1588-2514)

이종찬 기자
serkin@thepreview.co.kr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