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프리뷰=서울] 강민수 기자 = 극단 동숭무대의 <고도>가 지난 2008년 초연 이후 11번째 시즌을 연다. 동숭무대 창단 25주년 기념공연을 겸해 10월 11(수)부터 22일(일)까지 동숭무대 소극장 무대에 올려진다.
연극 <고도>는 1995년 12월 보스니아 내전이 끝난 직후 두 배우가 당시의 수도 사라예보의 한 소극장에서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을 준비하는 내용으로, 내전 당시의 상황을 연극으로 무대화한 작품이다. 원제는 일본 극작가 히로시마 고야의 <사라예보의 고도>로, 사라예보 내전 중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공연했던 수전 손택의 실화를 모티브로 각색했다. 국가 간 전쟁이라는 큰 소용돌이 속에서 불안정하게 살아가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야기는 고고와 디디가 무대 장치를 만들며 시작된다. 아직 관객이 들지 않은 극장, 여유롭지 않은 무대장치를 손보며 둘의 대화가 오가는 중에 시프가 등장, 고고 선배에게 여자가 찾아왔다고 전하지만, 그는 모르는 사람 취급하며 돌려보내라 하고 여전히 디디와 무대를 만든다. 그러면서 연극계의 현실에 대해 디디와 논쟁한다.
무대 한 구석에 함께 서게 된 마리마와 디디, 마리마는 고고가 얘기한 모든 것들이 사실이 아니며 고고가 전쟁이 아닌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고고가 순회공연을 가던 그 때 파시스트들에게 강간 당하고 아이는 그들의 손에 처참히 죽었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이 갖게 된 뱃속의 아이는 이러한 암울한 현실 속에서 그래도 한 줄기의 희망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서 이미 죽고 없는 아이가 그린 그림을 고고에게 주려고 한다. 고고는 이미 죽은 아이의 그림 한 장을 들고 과연 자신의 희망(고도)은 이러한 암울한 현실 상황에도 잘 자라준 새 생명인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작가이자 연출가, 사회운동가인 수전 손택은 1966년 "해석은 지식인이 예술과 세계에 가하는 복수다"라는 도발적인 문제 제기를 담은 평론집 <해석에 반대한다>롤 통해 문화계의 중심에 우뚝 섰다. 그는 예술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애쓰기보다는 예술을 예술 자체로 경험해야 함을 역설했다. 또한 보스니아 내전이 일어나고 있던 1993년에는 전쟁터인 사라예보로 가서 죽음의 공포에 맞서 겁에 질린 사라예보 사람들 앞에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공연, 전쟁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예술을 창조하고 감상할 수 있는 인간임을 일깨웠다.
<고도>는 임정혁이 연출을 맡고, 대학로 실력파 배우 원완규 서민균 변혜림 권나영이 출연하며, 프로듀서 나일봉, 제작PD 이종일, 기획 김루비, 무대감독 최태경이 함께한다. 입장권은 대학로티켓닷컴, 인터파크티켓, 플레이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공연 문의는 010-2528-26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