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용 다시보기-20] 꼬마도 자기 멋이 있다 - 리틀엔젤스와 신무용
[신무용 다시보기-20] 꼬마도 자기 멋이 있다 - 리틀엔젤스와 신무용
  • 유화정 무용칼럼니스트
  • 승인 2025.02.05 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더프리뷰=서울] 유화정 무용칼럼니스트 = 리틀엔젤스는 1962년 5월 5일 창단된 어린이 예술단이다. 당시 국내에서는 '선화어린이무용단' 혹은 '대한어린이무용단'으로, 해외에서는 'The Little Angels'로 다양하게 불렸다. 창립 목적은 '태극기를 세계로', 즉 한국의 문화예술과 평화 정신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며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창시자인 문선명(1920~2012)의 뜻과 한국문화재재단 총재를 역임한 박보희(1930~2019)의 구상으로 창단되었음이 기록되어 있다.

초기에는 17명의 소수정예로 병원, 군대, 교도소 등의 위문공연 중심으로 활동하였으며 이후 방송 촬영, 외교부 초청공연 등으로 확장되었다. 또 1차 해외공연이었던 미국 순회공연(1962.9.27.~1965.12.16.)에서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 초청 특별공연을 포함한 75회의 공연을 수행하고, 이후 거의 매년 3개월이 넘는 장기간의 세계순회공연을 다니며 단체의 규모가 확장되고 정체성 역시 견고해졌다. 이에 6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한국의 전통적 미감을 담은 춤, 합창, 가야금 연주를 무대에 올리며 국내 및 세계순회 공연활동을 활발히 이어오고 있다.

리틀엔젤스와 신무용

신무용의 다각적인 흐름을 읽는 데 있어 리틀엔젤스의 주요 레퍼토리를 톺아보고자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리틀엔젤스의 무대 레퍼토리는 춤, 합창, 가야금 연주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 있으나 창단 초기 단체명이 무용단이었으며 당시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한 무용가 신순심이 단장을 맡았다는 점, 그리고 실제 무대를 채우는 작품의 수를 볼 때 무용 작품에 많은 비중이 할당되었다는 점에서 리틀엔젤스 활동에는 한국무용이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또한 리틀엔젤스는 60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거의 변하지 않는 레퍼토리를 지속적으로 전승, 공연해 왔는데 이것은 여느 무용단의 상황과 매우 다른 특성이다. 국내 대부분의 무용단은 공공 무용단일지라도 단장, 예술감독, 상임안무가의 교체에 따라 예술적 방향성과 작품 스타일 역시 함께 변화한다. 또 국내 무용예술계의 패러다임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대중의 관심사에 맞춰 과거 레퍼토리의 재공연과 신작 장착을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리틀엔젤스만큼의 긴 역사를 가진 무용단이더라도 고정불변하는 레퍼토리를 단원들이 지속적으로 익히며 공연하는 경우는 매우 희소한 것이다. 현재까지 리틀엔젤스 공연 무대에 오르는 레퍼토리의 절반은 창단 시점인 1960년대의 한국 무용계 흐름을 반영한 작품이므로, 당시의 신무용과 민속무용의 스타일을 그대로 읽어내기에 제격이라 할 수 있다.

1920년대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무용계와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신무용은 이 땅에 존재했던 기존의 한국춤과 구별되는 특성들을 몇 가지 갖고 있는데 이러한 특성들이 리틀엔젤스 주요 레퍼토리에 그대로 흡수되어 있다. 1920~30년대 최승희, 조택원을 중심으로 안무되었던 신무용 작품은 무용가 개인의 창의성과 예술성, 그리고 독보적인 매력을 표출하기 위해 다양한 캐릭터를 창안하여 감각적으로 묘사하는 데 주력했다. 봄에 꽃밭에서 놀거나 물을 긷는 시골 처녀, 그런 처녀에게 관심 보이는 나무꾼 혹은 목동, 서로 사랑하는 춘향과 도령, 늙어감을 한탄하며 청춘을 그리워하는 노인, 다리가 불편해 할아버지에게 업힌 채 재롱부리는 손녀, 그런 손녀를 업고 밤길을 걷는 할아버지,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한 깜찍한 인형,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무당, 환상 속 보살, 결혼을 앞둔 어린 신랑, 속세의 유혹에 빠져 파계한 승려 등 수많은 캐릭터가 무용작품의 주요 소재이자 주인공으로 반영되며 무대에 올랐다. 신무용의 이러한 캐릭터들은 1960년대 이후 중대형 무용극의 인물로 흡수되었는데 이러한 흐름에서 신무용은 무용가 개인이 캐릭터의 감각적 요소를 묘사했던 독무로부터 확장되어 무용극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춤의 방법론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신무용의 이러한 특성들은 리틀엔젤스 창단 초기, 어린이들이 수행할 수 있는 무용작품을 구상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였으리라 생각된다. 특히 풋풋한 처녀와 총각, 어리고 철없는 꼬마 신랑, 깜찍한 인형들을 표현하기에 어린이의 몸과 정신은 더없이 알맞고 훌륭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설화나 전통적인 관습으로부터 착안한 극적인 요소들이 무용극으로 승화될 때, 관객은 작품의 내용을 쉽고 즐겁게 이해할 수 있으며 이를 표현하는 어린이들의 연기력과 이국의 문화(해외 관객의 입장에서)에 감동할 수 있다. 또한 전통적인 풍물놀이와 민속춤을 무대화하는 과정에서 본연의 질박하고 성긴 구조를 과감히 덜어내는 대신 프로시니엄 무대에 적합한 깨끗한 춤선과 시선, 명확한 표정을 한껏 살렸는데 이러한 스타일의 춤은 어린이들이 짧은 시간 학습하여 공연하기에 비교적 쉬우면서도 결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격이다.

어린이를 위한 춤 

리틀엔젤스는 '춤추고 노래하는 작은 천사' '평화의 어린이 사절단'과 같은 애칭으로 불리며 어린이의 순수하고 귀여운 춤과 노래가 세계를 평화롭게 한다는 믿음을 강조해 왔다. 이것은 리틀엔젤스가 인지도를 얻고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한 핵심요소인 동시에, 무용작품에 대한 전문적 평가나 연구의 지지를 받지 못하게 한 양날의 검이기도 했다. 물론 리틀엔젤스를 포함하여 신무용에 주력한 다양한 무용가들이 어린이 무용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어린이 중심의 무용발표회, 어린이 무용축제 등의 행사가 전국 각 지역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은 신무용, 그리고 리틀엔젤스의 또다른 사회적 역할로서 특기할 만하다. 어린이에 대한 인식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의 상황에서 어린이 예술교육이자 전통문화의 전승으로 무용이 역할할 수 있다는 인식을 새롭게 심었기 때문이다.

특히 리틀엔젤스는 어린이 무용을 창작하고 무대에 올리는 데 있어 성인 무용으로 나아가기 위한 미완의 학습과정이라든지, 특출난 무용 영재가 귀신같이 보여주는 발군의 무대, 혹은 귀여운 꼬마들의 단순 재롱잔치의 일환으로 보았던 시대적 관념을 깨뜨리는 데 역할했다. 리틀엔젤스 단원들이 수행하는 무용은 어린이가 만드는 전문적인 무대무용을 추구하므로 무엇보다도 어린이에게 최적으로 어울리는 춤이어야 했다. 성인 무용가로 성장하기 위한 학습과정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이미 완성된 상태의 춤이기 때문에, 어른은 그 춤을 추고 싶어도 출 수 없다. 땅으로 내려앉은 무겁고 느릿한 호흡에 수 십 년 반복적으로 연마해온 노련한 몸짓은 그 춤의 목적과 맞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무용작품을 창안한 데는 앞서 언급한 무용가 신순심과 음악가 박성옥이 있었다. 당시 송범의 제자였던 젊은 무용가 신순심은 이화여자대학교 재학 중에 주변인들의 권유를 받아 리틀엔젤스 창단 초기의 무용 교육 및 안무를 도맡게 되었으며 이후 다년간 단장을 역임하였다. 박성옥은 한국 근대의 저명한 무용음악가이자 안무가였으며 최승희, 조택원, 장추화와 같은 신무용가들의 무용발표회, 여성국극의 레퍼토리 음악을 전담했던 인물이다. 그는 리틀엔젤스와 인연을 맺기 전부터 어린이 중심의 무용작품과 음악을 활발히 발표하였으며 신무용에 대한 예술적 이해도가 깊어 리틀엔젤스의 주요 레퍼토리 창안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시집가는 날' (출처=리틀엔젤스예술단 '태극기를 세계로 40년' 팜플렛)

리틀엔젤스의 주요 레퍼토리

현재 공연되는 리틀엔젤스의 대표 무용작품은 무용수의 나이대에 따라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초등학생(3학년부터 5학년 정도)이 추는 작품과 중학생(1학년부터 3학년)이 추는 작품이 분류의 기준이 된다. 작품과 작품 사이 특별한 쉬는 시간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초등학생 단원들이 공연을 하는 동안 중학생 단원들이 다음 작품의 의상을 갈아입고, 중학생 단원들이 공연을 하는 동안 초등학생 단원들이 의상을 갈아입는다. 중학생 단원들의 작품은 <화관무> <부채춤> <북춤> <꽃의 향연> <장고춤> <밤길> <강강수월래> <검무> <길쌈놀이> <신명한판> <> <화검> <진쇠놀이> <바라다> 등이고 초등학생 단원들의 작품은 <처녀총각> <꼭두각시> <시집가는 날> <무사놀이> <탈춤> <춘향이야기> <설날아침> <놀이마당(미얄)>이다. 또 모든 단원들이 함께하는 작품으로 <장난감병정><농악>이 있는데, <농악>에서는 초등학생 단원들이 쌍소고와 소고를, 큰 반 단원들이 쌍소고, 설장고, 상모, 상쇠를 도맡는다.

'꼭두각시' (사진제공=유화정)
'처녀총각' (사진제공=유화정)
'탈춤' (사진제공=유화정)

리틀엔젤스의 대표 무용작품들은 작품의 안무 시기에 따라 나눌 수도 있다. 김희선(2022)과 심정민(2022)의 논문에서는 리틀엔젤스 창단 이후 크게 4기로 시기를 구분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공연되고 있는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시기인 1964년부터 1968년까지는 <장고춤> <탈춤> <부채춤> <길쌈놀이> <무사놀이> <해병대(장난감병정)> <쌍고춤> <북춤> <농악> <밤길> <검무> <시집가는 날> <처녀총각> <강강수월래> <선녀춤> <화관무>가 안무, 발표되었다. 두 번째 시기인 1968년부터 1976년까지는 <꽃의 향연>(1974, 정재만 안무), <선녀와 학>(1976, 김백봉 안무)이 안무, 발표되었다. 세 번째 시기인 1990년부터 2017년까지는 <춘향이야기>가 안무, 발표되었으며 네 번째 시기인 2018년부터 2024년까지는 안무가 배정혜를 초빙하여 <> <화검> <진쇠놀이> <바라다> <설날아침>을 안무, 발표하였고 리틀엔젤스 무용팀장이자 교사인 박규나에 의해 <신명한판>이 재구성되었다. 

'꽃의 향연' (사진제공=유화정)

이상 언급된 작품들을 톺아볼 때, 스타일과 구성 방식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의 작품들이 신무용 내지 신무용 스타일의 작품으로 나타난다. <시집가는 날> <밤길> <처녀총각> <선녀춤> <선녀와 학>은 인물 설정과 관계 구도가 명확하며, 간결하고 쾌활한 무용극 형식을 추구함으로써 한국 고유의 정서와 배경을 담은 대표적인 신무용 작품이다. <부채춤> <검무> <강강수월래> <길쌈놀이> <장고춤> <농악> <탈춤> <쌍고춤> 등은 한국 전통의 민속놀이, 풍물놀이, 무속의식을 반영하여 무대화한 작품들로 이 역시 구성과 움직임 스타일 측면에서 신무용의 특성이 강하다. 비교적 최근에 안무, 발표된 작품들의 경우 궁중정재, 민속춤, 신무용에 내재된 요소들, 그리고 198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한국 창작무용에서 발견할 수 있는 움직임 기법을 융합하여 동시대 한국춤의 미학과도 연결될 수 있는 방식의 작품으로 나아갔다. 따라서 신무용만의 독특성이 완연히 나타나는 작품은 1970년대 이전에 안무되어 고정 레퍼토리로 현재까지 공연되는 작품들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강강수월래' (사진제공=유화정)
'장난감병정(구 해병대)' (사진제공=유화정)

시대의 변화, 관객의 변화

리틀엔젤스는 결과적으로 신무용의 보존과 전승을 그만의 방식으로 해내게 되었으나, 엄밀히 말해 신무용의 보존과 전승을 고집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는 아니다. 어린이 단원들의 사랑스럽고 순수한 모습을 통해 국내와 해외 관객에게 한국 문화예술의 우수성, 그리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므로 신무용 외의 다양한 유형의 한국춤을 융합하여 무대화할 수 있다.

또한 시대가 변하면서 관객도 변했다. 조선시대의 농촌 시골마을, 풍물놀이가 한창인 잔칫날,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는 꼬마 신랑과 같은 과거 배경 소재에 실제로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관객은 이제 극히 소수일 것이다. 또 한국이 전쟁으로 얼룩지고 가난한 줄로만 알고 있는 해외 관객들에게 한국의 새로운 이미지를 쇄신할 필요도 없어졌다. 이제 리틀엔젤스의 무용작품을 관람하는 이들은 실제로 경험해보지 못한 과거 한국의 정서, 옛날 동화책이나 설화에서 읽었을 법한 이야기를 환상 내지 역사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해외 관객의 경우는 한류의 대확산으로 새롭게 인식된 한국의 이미지와 함께 리틀엔젤스의 공연을 받아들일 수 있다. 이것은 리틀엔젤스라는 단체의 무용작품 방향성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리틀엔젤스의 주요 레퍼토리에 흡수되어 있는 신무용이라는 장르 또한 시대와 함께 변한, 전혀 다른 유형의 관객들을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 그 고민은 아주 유사할 것이다.

<참고문헌>

- 김희선(2022), [리틀엔젤스예술단의 공연예술사적 의미 I: 리틀엔젤스 예술단 60년사 시기별 활동과 특징을 중심으로] 무용역사기록학 65.
- 심정민(2022), [리틀엔젤스예술단의 무용 레퍼토리 분석과 특징 연구] 무용역사기록학 66.
- 리틀엔젤스예술단 40주년 기념 팸플릿 '태극기를 세계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