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들여다보기-10]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과 함께 춤을"
[춤, 들여다보기-10]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과 함께 춤을"
  • 정지현 (댄스&미디어연구소 이사)
  • 승인 2025.02.22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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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추고, 한번 보면 그만일까? 여기 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한번 해보고자 한다. 이 휘발성 강한 춤을 놓고 무슨 이야기가 가능할까? 그래서 과거에 춤을 추었고 지금은 춤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모여 춤을 통해 가능한 것들을 풀어 본다. 그들은 좁게는 댄스&미디어연구소 연구자들인 동시에 무용수, 무용교육자, 안무가, 비평가, 기획자, 과학자, 전문연구원 등 다양한 직업군과 배경을 가지고 있다. 춤추고 연구한 수십 년의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그들이 지난 2022/23 시즌 연재에 이어 2024년에 연재를 다시 시작한다. 춤으로 논의할 수 있는 다양한 논의와 시선들은 무척이나 다양하다. 춤과 기술, 대중문화, 문화예술정책, 교육, 무용인의 경력전환, 북한문화와 예술, 그리고 역사 등 여러 가지가 가능하다. 그러므로 이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가지고 무슨 이야기를 얼마나 다채롭게 진행하는지를 기대해 주시길 바란다. - 편집자

[더프리뷰=서울] 정지현 칼럼니스트/카이스트 박사후연구원 = 

AI, 예술가, 독창성

인공지능(AI)이 일상에 너무 깊숙이 들어와 있어 굳이 사용법이나 그 활용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미 Chat GPT는 2023년 기준 유료 버전 사용자가 100만명을 넘어섰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2023년 기준으로 개인의 88%가 Chat GPT를 사용 중이다. 이들 중 20대가 41%, 30대가 26%로 전체 유료 사용자의 2/3를 차지하고 있다.1  일상 대화는 물론이고, 요리나 생활 정보, 일정 관리나 취미 및 자기 계발, 정보 검색과 학교 과제 작성시에도 많은 사용자들이 Chat GPT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AI기술이 무용 분야에서는 주로 새로운 안무를 생성하거나 혹은 움직임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활용된다.2  게다가 AI가 댄스 파트너로서의 역할도 수행하면서 무용수는 인간이 아닌 컴퓨터와 함께 춤추고 이전에 없던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AI는 인간이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움직임마저 우리에게 제시하기 시작하였다. 컴퓨터는 늘 새로운 스타일과 양식에 목마른 창작자들에게 전무후무한 독창성을 인간인 우리에게 제안하고 있는 중이다.3

튜링 테스트

1917년 몬드리안 실험(Mondrian Experiment)은 튜링 테스트(Turing Test)4를 참고하여 컴퓨터와 인간의 지각 능력을 비교하기 위해 몬드리안 스타일의 이미지를 사용하였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진짜 몬드리안 그림과 몬드리안 스타일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두 가지 질문을 하였다. 첫 번째 질문은 ‘어느 것이 몬드리안의 작품인가?’였고, 두 번째는 ‘둘 중 어느 작품을 더 선호하는가?’였다.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참가자의 59%가 컴퓨터가 생성한 그림을 선호하였고, 28%만이 몬드리안의 작품을 정확하게 식별했다.5

컴퓨터는 선과 직사각형 형태 등 기하학적 패턴을 가진 몬드리안 작품을 인식하고 학습한 후 동일하거나 유사한 구조의 패턴을 정확하게 만들어냈다. 컴퓨터는 인간이 그리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이미지를 분석하고, 해당 패턴을 학습하여 재생성하였다. AI가 몬드리안 작품의 미적 요소를 정량적으로 해석할 순 없지만, 딥러닝 모델은 몬드리안의 훈련 데이터에서 학습된 미적 특성의 일부를 반영하여 몬드리안보다 더 몬드리안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Manovich, L., & Arielli, E. (2021). Artificial aesthetics: A critical guide to AI, media and design. Manovich. Recuperado de http://manovich. net/index. php/projects/artificial-aesthetics.
Manovich, L., & Arielli, E. (2021). Artificial aesthetics: A critical guide to AI, media and design. Manovich. Recuperado de http://manovich. net/index. php/projects/artificial-aesthetics.

AI는 이제 단순하게 시각예술에 대한 튜링 테스트만 통과하지 않는다. 파리의 소니 컴퓨터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한 ‘딥바흐(DeepBach)’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스타일의 합창 칸타타를 작곡해낸다. 문학작품도 AI에 의해 정복되고 있다. 컴퓨터가 독일 영화제작자 베르너 헤르조그의 작품을 학습하여 만든 다큐멘터리 <영웅에 관하여(About A Hero)>(2024)는 극찬을 받았다.

독창성 우위

위의 AI 예술들은 독창적인가? 특정 스타일을 따라만 한다면 AI 예술은 위작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AI가 그린 작품을 더 선호했던 사람들의 취향은 진짜 몬드리안의 작품을 선호하는 사람들보다 못한 것인가? 지금까지의 AI와 예술에 대한 예시들을 정리하면 이렇다. (1)기발하고 그 자체로 이전에 없었던 예술작품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예술작품이 무용이든 미술이든 음악이든 상관없다. 그 작품은 AI 기술이 전적으로 스스로 만들어냈을 수도 있고, 인간이 AI의 도움을 80% 정도 받아 창작했을 수도 있다. 이제 이러한 예술작품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전혀 아니다. (2)그 작품이 컴퓨터가 만든 것인지 모르는 누군가가 와서 상당히 높은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우린 아직 의문스럽다. (3)인간의 창의성이 컴퓨터보다 더 우월하고, 컴퓨터는 그저 도구에 불과하다고 여기고 싶기 때문이다.

AI 무용의 패러독스와 딜레마

다행히 아직 무용은 AI 기술이 완전히 사용되기에는 몇 가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다른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량의 동작 데이터에 기반하여 학습된다. 효율적인 AI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품질 좋은 대량의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무용은 특성상 일회성 예술이며 비디오 등 영상매체로 작품을 기록해두지 않는 이상 데이터 자체의 수집과 획득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뿐만 아니라 동작 자체만의 데이터를 수집/획득해야 할 경우에는 모션 센서나 모션 수트, 카메라 기반의 모션 캡처를 사용해야 한다. 문제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 뿐만 아니라 촬영과정과 모션 데이터 전처리 및 후처리가 만만찮다는 것이다.

둘째, 장르나 특정 신체에 한정되어 동작 데이터가 수집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공공 데이터로서 존재하는 동작 데이터들의 다수는 스포츠 동작이나 특정 신체부위 (예를 들어, 손이나 팔)의 데이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예술동작의 경우에도 장르별 구분으로만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단순 학습용이나 데모 버전용 시스템 구축에는 적합할지 모르나 실제 작품에 활용하거나 예술적으로 논의할만한 수준의 결과물은 없다. 즉 동작 데이터 구축 목적과 활용이 동떨어진 경우들이 종종 있다.

셋째, 작품의 독창성 혹은 예술의 주관성 문제를 AI가 해결할 수 있느냐이다. 여러 상황이 있을 수 있겠다. 안무가인 A씨가 유튜브에서 유명한 안무가들의 작품 속 동작들을, 예를 들면 머스 커닝햄(Merce Cunningham)이 만든 동작들을 모두 데이터로 학습시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면 그것은 안무가 A씨의 것인가? 커닝햄? 아니면 새로운 그 어떤 무엇인가? (1)새로운 스타일의 동작이 창작되었고, 그 동작으로 작품은 (2)높은 예술적 가치를 평가받았다면, (3)컴퓨터는 인간의 창의성을 뛰어넘는 우월함을 가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인간의 창의성이 컴퓨터보다 더 우월하고, 컴퓨터는 그저 도구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모순된다.

예술의 창작에 있어 각 시대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새로운 표현방식과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요한 요소다. 기술은 예술의 형태, 제작과정,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방식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고대와 중세의 돌, 나무, 금속, 르네상스 시대의 카메라 옵스큐라, 산업혁명 시대의 사진기, 인쇄기, 철, 유리, 그리고 20세기의 영화, 라디오, 텔레비전에 비춰볼 때 21세기 지금의 AI, VR, AR 등의 기술은 필연적으로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예술의 발전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어야 한다. 지금의 AI는 우리가 주는 데이터에 기반하지만 그 결과물은 예측할 수 없다. 이 점이 이전의 기술 활용과 크게 다른 점이다. 그래서 우린 이전 시대의 예술들과는 달리 딜레마에 빠진다. 기술을 활용하여 나의 독창성을 새로이 하는 데 활용하고 싶으면서도 컴퓨터는 도구로서만 활용하고 싶어한다.

평균적으로 ‘잘’ 만드는 AI와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려는 인간

현재 AI를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가장 좋은 예는 체육 교육과정에서 ‘표현’이라는 부분, 구체적으로는 주제 표현에서 창작무용이나 창작체조, 실용무용 수업을 위한 교재다. 활용되는 교재는 영국 안무가 웨인 맥그리거(Wayne McGregor)가 구글 아트 앤 컬처 랩(Google Arts & Culture Lab)과 함께 만든 리빙 아카이브(Living Archive)6다. 리빙 아카이브는 웨인 맥그리거가 만들었던 이전 동작 데이터를 모두 디지털화하여 저장하고, AI가 맥그리거의 스타일을 분석하여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맥그리거는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동작을 창작하였고, 2019년 <리빙 아카이브(Living Archive: An AI Performance Experiment)>라는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중요한 것은 창작용으로 만든 AI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에서 체육시간 수업 자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유튜버 키큰쌤7은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리빙 아카이브의 장점은 춤추는 것이 두려운 학생들에게 눈으로 먼저 어떤 동작이 있고, 그 동작을 어떻게 출 것인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K-pop 댄스가 유행한다지만 여전히 춤 추는 게 어색하여 피하는 학생들에게 창작활동을 촉진하는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고 보다 직관적인 동작을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기존의 학습 방식과는 다른 형태의 신체표현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 리빙 아카이브와 같은 AI 기반 안무 도구는, 일단 교육분야에 한해서는, 인간의 독창성이나 창의성을 대체한다기 보다 오히려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도구로 잘 활용되고 있는 듯하다.

리빙 아카이브 홈페이지의 한 장면과 유투버 키큰쌤이 직접 리빙 아카이브를 활용하여 체육 수업을 진행한 결과.
리빙 아카이브 홈페이지의 한 장면과 유튜버 키큰쌤이 직접 리빙 아카이브를 활용하여 체육 수업을 진행한 결과.

앞으로 더 발전한 AI가 미래에 독창성이라는 예술적 가치 뿐만 아니라 작품의 구조에서 새로운 형식과 구조로 미적 가치를 만들어낸다면, 우린 예술계 안에서 그 작품을 ‘잘 만든’ 것이라 칭찬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AI는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이런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다만 여기서 놓치지 않고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은 AI의 결과물은 인간이 준 데이터를 처리한 값이고, 그 범위 안에 있을 것이란 거다. AI가 만든 예술적 결과물은 평균적으로 ‘잘’ 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독창적이라는 것은 기존의 것에서 아직 해결되지 못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거나, 해결하려 했거나 혹은 그런 시도가 역사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는가와 상관이 있다. AI가 잘 만든 ‘표준’의 것과 인간이 제시하는 새로운 ‘대안’은 분명 다른 길을 향하는 것임을 유념해야 한다.

  1. 김주완, “’GPT, 돈 되네’ – 유료 이용자 100만명 돌파”, 한경, 2023.02.15; 남정현, “’GPT 많이 쓰네 결제금액 15억원 달해”, 뉴시스, 2023.11.26
  2. 신경아. (2024). 무용예술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의 역할과 가능성-CNN, RNN GAN 기술의 적용. 한국예술연구, (45), 5-26.
  3. Lauren Wingenroth, “How are dance artists using AI – and What could the technology mean for the industry?”, Dance magazine, 2023.7.24 https://www.dancemagazine.com/how-dancers-use-ai/#gsc.tab=0
  4. 튜링 테스트는 영국의 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의 선구자 앨런 튜링(Alan Turing) 1950년에 제안한 개념이다. 기계(컴퓨터)가 인간과 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심판자가 컴퓨터와 사람 중 누가 누구인지 모르는 채로 텍스트 기반의 대화를 진행한다. 심판자는 질문하고, 사람과 컴퓨터는 답변을 제공한다. 이 때 심판자가 답변에 대해 사람이 대답한 건지 컴퓨터가 대답한 건지 구별할 수 없다면, 컴퓨터는 지능적이라고 간주한다. 1950년대 당시의 튜링 테스트는 기계가 단순히 사람을 흉내내는 것으로 보았고, 따라서 실제로 사고하는 것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최근의 GPT-4와 같은 대형 언어 모델은 인간과 매우 유사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튜링 테스트를 부분적으로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5. “Why we need a better Turing test for AI art”, BIG THINK, 2024.12.9 https://bigthink.com/high-culture/ai-art-turing/
  6. 리빙 아카이브(Living Archive), https://artsexperiments.withgoogle.com/living-archive/?token=1738218714
  7. 키큰쌤, “Living ArchiveAI와 함께 춤 만들기 체육 표현영역 연계수업 자료https://www.youtube.com/watch?v=FVGKAJWz9c4&t=1s
정지현 (댄스&미디어연구소 이사)
정지현 (댄스&미디어연구소 이사)
jh.joung@kaist.ac.kr
춤을 추고 춤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면서,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센서, 햅틱, 카메라, AI 등을 사용하여 무용수들의 창작을 돕는 장비를 개발하는 데 참여하고 있다.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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