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리뷰] 서동철의 ‘역사를 찾아가는 발걸음’
[신간리뷰] 서동철의 ‘역사를 찾아가는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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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02.2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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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양서와 전문서 사이, 국가유산 전문기자의 문화유산 기행
신간 '역사를 찾아가는 발걸음' 표지
신간 '역사를 찾아가는 발걸음' 표지 (제공=서연비람)

[더프리뷰=서울] 이용준 문화기획자 = 전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책에 의지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끌리는 시공에 대해서는 답사를 떠난다. 이런 류의 책으로는 전 국민에게 유명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가 있다. 그러나 유홍준의 베스트셀러 이전에도 놀라운 명저들은 존재했다.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가 쓴 『조선과 그 예술』과 홍이섭의 『조선과학사』, 전상운의 『한국과학기술사』, 최순우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같은 선배 역사학자들의 커다란 업적은 분명 유홍준의 저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나는 여기에 국가유산 전문기자 서동철의 『역사를 찾아가는 발걸음-서동철의 문화유산 기행』(서연비람, 2025년 1월)을 전통문화 명저의 반열에 추가하고 싶다.

저자 서동철은 서울신문 재직 중 대부분 문화재(이하 국가유산) 기자로 활동하였으며, 전문성이 대단했는지 국가유산청 문화재위원, 여러 국립박물관의 자문위원으로 활약했다. 경향신문 이기환 기자, 도재기 기자, 중앙일보 정재숙 기자 등 신문별 국가유산 전문기자도 많지만 솔직히 서동철 기자는 생소하다. 그러나 이번 서동철의 신간을 읽으며 그의 존재감과 역사와 국가유산에 대한 혜안이 얼마나 높은 지를 간파할 수 있었다. 『역사를 찾아가는 발걸음』은 단지 국가유산에 대한 설명만을 담고 있는 책이 아니다. 국가유산 해설은 물론이요, 관련 역사적 사실, 학계의 여러 설, 심지어 고전문학까지 연계하여 종합적 인문교양까지 연결시키는 교양학술서이다.

전에 정재왈의 저서 『안다 박수와 추임새』를 소개하면서 저자의 지향점이 ‘교양서와 전문서적의 중간지점을 지향한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서동철의 이번 신간도 딱 그런 책이다. 엄청 재미난 교양서이면서도 높은 수준의 내용이 정말 맛있게 비벼진 비빔밤이면서 볶음밥 같은 느낌마저 준다. 평소 명저라고 생각하는 책의 기준이 있다면 그 책 자체도 재미있지만 그 책으로 인하여 연계학습의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기준에도 부합하는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평소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을 다듬어 3부 54편으로 구성한 것이다. 시간적으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현대에 이르는 내용이며, 공간적으로는 전국 거의 모든 지역을 살피고 있다. 내용에서는 역사, 문학, 불교문화, 자연환경 등 국가유산 전 장르를 아우른다.

겉핥기 수준이 아니다. 오래 학습과 답사, 깊은 정리가 버무려지지 않으면 쓸 수 없는 내용이다. 글쓰기 수준도 요즘 젊은 기자들의 내공으로 흉내 내기 어려운 역량이다. 솔직히 나의 짧은 필력으로 이 양서를 소개하는 것도 민망할 정도이다. 그래도 이 명저가 많이 알려져 최대한 많이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감히 책을 소개하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의 놀라움은 우리에게 정말 생소한 국가유산과 역사를 생생하게 들려주는 데 있다. 평소 나름 각지의 국가유산과 역사는 좀 안다고 우쭐댔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까불지 않기로 다짐한다. 강릉 굴산사, 백제 불비상, 홍대용과 파이프 오르간 이야기는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완주 화암사도 처음 접했다. 특히 이 절의 하앙식 구조에 대한 내용도 처음 알게 된 전통건축양식이다.

이제 곧 따뜻한 봄이다. 저자와 함께 답사를 떠나고 싶다. 만약 출판사 사장이라면 후속 책 빨리 출간하자고 조르고 싶은 심정 억누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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