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4의 주인공 박세은과 친구들
[인터뷰]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4의 주인공 박세은과 친구들
  • 한혜원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4.07.19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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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답고 섬세하고 짜릿한 춤의 제전"
기자회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는 에투알 발랑틴 콜라상트, 박세은, 폴 마르크(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기자회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는 발랑틴 콜라상트, 박세은, 폴 마르크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더프리뷰=서울] 한혜원 칼럼니스트 = 7월 20-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별들이 뜬다!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4>가 이보다 더 화려할 수 없는 레퍼토리로 국내 관객을 만나는 것이다.

지난 2012년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 입단해 2021년 아시아 무용수 최초로 에투알로 임명된 발레리나 박세은을 위시해 발랑틴 콜라상트, 폴 마르크, 레오노르 볼락, 한나 오닐, 기욤 디오프 등 6명의 에투알, 그리고 프르미에 당쇠르와 쉬제 등급의 뛰어난 무용수들이 무려 18개 작품을 선보인다. 2022년 이후 2년 만에 고국의 무대에 서는 박세은이 고심해서 구성한 프로그램이라고.

예술의전당과 공연기획사 에투알 클래식 공동주최인 이번 공연을 앞두고 7월 17일 예술의전당에서 박세은과 발랑틴 콜라상트, 폴 마르크가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4 기자회견 모습(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4 기자회견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13년 전에 많이 섰던 무대라 그때의 벅차고 설레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지금 동료 무용수들도 굉장히 신나있는 상태라 좋은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세은의 2년 만의 내한 소감이다. 박세은은 딸을 출산한 지 18개월이 지났다. 출산 후 6개월 만에 이른 무대 복귀에 성공했다.

“제게는 출산이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출산 6주부터 천천히 연습을 했고 신나게 춤을 추고 집에 돌아와서는 바쁘게 육아를 하다 보니 다른 것에 신경 쓸 틈이 없었습니다. 무용수로서 성공적인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것은 틀림없습니다. 너무 바쁘게 활동하다가 딸을 보면 ‘내가 언제 이런 딸을 낳았지?’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니까요.”

그녀는 임신했다는 것을 알자마자 “춤을 멈춰야 하는 것일까” 덜컥 걱정이 들었다고 한다. 다행히 의사는 배 근육이 두터우니 춤을 춰도 된다고 했고, 그래서 출산 3개월 전까지 무대에 올랐다고 한다. 만삭에도 연습과 스트레칭을 쉬지 않았으며 토슈즈를 신었다. 배가 나와서 의상이 잠기지 않을 때도 춤을 추었다.

이번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갈라 공연은 A·B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7월 20-21일은 A프로그램으로 호세 마르티네스 안무의 <들리브 모음곡> 파드되, 롤랑 프티의 <카르멘> 침실 파드되, 조지 발란신의 <보석> 중 다이아몬드 파드되, 케네스 맥밀런의 <마농> 침실 파드되, 루돌프 누레예프의 <신데렐라> 2막 파드되, 윌리엄 포사이드의 <정교함의 짜릿한 전율> 등 9개 작품을 선보인다. 이어 23-24일은 누레예프의 <돈키호테> 3막 파드되와 <백조의 호수> 흑조 파드트루아, 발란신의 <차이코프스키> 파드되, 앙줄랭 프렐조카주의 <르 파르크> 3막 파드되 등이 올려지며 미하일 포킨의 <빈사의 백조>에서 박세은이 극한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예정이다.

내한 공연을 위해 총 18개 작품을 선정하고 캐스팅을 구상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입장권을 사려 할 때 두 날 다 사실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레퍼토리를 구상해서 프로그램북에 올리기까지 시간이 다른 때보다 세 배는 든 것 같아요. 자려고 누워도 무슨 작품을 할까 생각이 나더라고요.”

에투알 박세은(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박세은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박세은은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서 지낸 13년 동안 가장 좋았던, 혹은 꼭 하고 싶었던 작품들을 골랐다. 동료들과도 충분히 의견을 나누며 캐스팅까지 마쳤다. 여러 작품을 올리기 때문에 작품마다 저작권 문제가 만만치 않았으나, 예술의전당과  에투알 클래식 한정호 대표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이번 무대가 성사됐다. 한 대표는 “좋은 작품 해야죠” “좋은 작품이 비싼 건 당연합니다”라며 박세은의 구상을 구체화시켜 주었다.

“갈라에서는 일반적으로 관객들의 흥을 돋우려고 돌고 뛰는 기교적 무대를 보여주곤 하는데, 그런 갈라 무대를 피하고 싶었습니다. 테크닉 자랑이 아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어요.”

대부분 의상과 사람이 전부인 갈라 무대가 아닌, 전막 작품의 한 장면같은 연출을 위해 많은 부분을 신경 썼다. 발레 마스터 리오넬 들라노에가 함께 내한, 무대와 배경, 조명, 소품까지 파리 오페라 스타일로 섬세하게 준비했다. 손정범의 피아노와 백승연의 첼로가 라이브로 연주되는 무대들도 있다.

“의상에서도 아우라를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정말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공들인 퀄리티 높은 무대를 보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에투알 발랑틴 콜라상트(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발랑틴 콜라상트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에투알 폴 마르크(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폴 마르크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박세은은 옆자리의 동료 폴 마르크와 발랑틴 콜라상트의 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폴 마르크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서 점프를 가장 높이 뛰는 발레리노다. 5미터를 점프한다. “한 번 뛰어오르면 내려오지를 않아요. <백조의 호수>에서 한 번 붕 날면 객석에서 우와~ 탄성이 나옵니다.”

발랑틴의 대표작은 뭐니뭐니 해도 <돈 키호테>다. 2018년 이 작품의 키트리 역으로 에투알에 임명된 바 있다. “키트리를 할 때 발랑틴이 가장 빛나죠. 눈빛부터가 ‘내 작품이다’고 말해줍니다. 저도 객석에서 보고 있으면 정말 발랑틴만의, 무대를 압도하는 게 느껴져요.”

박세은은 7월 22일 폴 마르크와 함께 예술의전당 주최 발레 워크숍에서 2003-2008년생 발레 유망주들을 만난다.

폴 마르크는 “발레를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작업을 해나가는지 나누어주고 싶습니다. 물론 학생 눈높이에 맞추어 진행하겠지만 그 시간에 학생들이 우리의 작업 방식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라고 말했고, 박세은은 “많은 친구들이 파리 오페라 발레단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서는 무엇을 중요시하는가 질문도 종종 받아요. 물론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겠지만 저의 경험을 이야기해주려 합니다”

박세은은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서 13년을 보냈다. 그동안 4명의 감독과 작업했고 감독에 따라 발레단의 스타일도 계속 변화했다. 그래서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정체성을 그녀가 확답할 수는 없으나, 그녀의 춤에 배어있는 자연스러운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스타일을 유망주들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13년 전 발레단에는 박세은 혼자 한국인이었으나 지금은 6명이 있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문은 준비된 무용수들에게 열려 있다.

“프랑스 발레의 스타일이라면, 힘이 많이 들어가지 않고 자연스러운 춤인 것 같습니다. 프렐조카주의 <르 파르크>를 유튜브에서 한 번 보시면 러시아와 프랑스 무용수들의 스타일이 확연히 달라서 완전히 다른 작품을 보는 것 같다고 느끼실 거예요.”

프랑스 발레 스타일에 대한 질문을 받자 박세은은 “아름답고 예쁜 것을 떠나 감정을 먼저 느낀다. 무슨 마음으로 춤을 추나 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고 답했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은 특히 1980년대 예술감독이었던 누레예프의 작품을 많이 올리는데, 동작이 어렵고 테크닉이 많지만, 누레예프가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감정선이다. 인위적인 노력으로부터가 아닌, 저절로 묻어나오는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프랑스 발레 스타일이라고.

“한국 관객은 열정적입니다. 춤을 향한 애정이 굉장해요. 프랑스 관객은 사실 발레에 이미 친숙해서인지 요구하는 것들도 많은데 한국 관객은 좀더 관대해요. 덕분에 저희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을 것 같아 기쁩니다.” 발랑틴 콜라상트는 한국 관객을 만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녀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한국 무용수들 역시 대단히 출중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서 춤추는 것 자체가 용기있는 행동이죠.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니까요. 저희에게 없는 재능 같은데 아무래도 한국 교육의 힘이겠죠.”

2012년 입단해 코리페(2013), 쉬제(2014), 프르미에르 당쇠즈(2016)를 거쳐 2021년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에투알에 오르기까지 박세은의 여정은 얼마나 지난했을까. 브누아 드 라 당스(2018) 수상과 프랑스 문화부 슈발리에 훈장(2023)을 받은 박세은의 원동력은 교과서적이지만 하루하루 긍정적인 미래를 상상하며 성실히 연습한 데서 나온다.

“제가 대단해서 이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요. 단지 저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힘들었지만, 인내해야 하는 시간이 길었지만, 그래도 그만할까 하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나는 될 거야, 잘 할 수 있어, 무대에 설 수 있을 거야라고 언제나 되뇌이며 지냈지요. 지금도 후배들에게 말해줘요. 너만의 타이밍이 올 테니 조급해하지 말고 열심히 해라. 예술은 그런 것이다.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면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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