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프리뷰=서울] 이다연 기자 = 유니버설발레단(UBC, 단장 문훈숙, 예술감독 유병헌)이 9월 27일(금)부터 29일(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블록버스터 발레 <라 바야데르>로 창단 40주년 기념공연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다. 더욱 성숙한 기량과 화려한 볼거리로 6년 만에 돌아온 이번 무대는 마린스키 발레의 버전을 이어받아 신비롭고 이국적인 배경과 드라마틱한 이야기, 150여 명의 출연진과 400여 벌의 화려한 의상, 황홀하고 매력적인 춤들의 향연으로 호화롭고 웅장한 무대를 자랑한다.
UBC의 <라 바야데르>는 국내 발레 공연사상 최단시간 매진을 기록하며 현재 독보적인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입장권 예매 개시 전, 주역 무용수 선공개로 피케팅이 예고된 가운데 지난 7월 18일(목) 오후 3시, 티켓 오픈 5분만에 9월 29일 저녁 공연(이유림-전민철 주역)이 전석 매진됐다.
이번 공연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발레 팬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주역 캐스팅에 있다.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엘리자베타 체프라소바-이동탁, 홍향기-이현준, 서혜원-강민우, 이유림-전민철(객원)이 바로 그 주인공들. 베테랑 주역인 강미선과 홍향기에 이어 새로운 니키야로 데뷔를 앞두고 있는 수석무용수 엘리자베타 체프라소바, 지난 5월 케네스 맥밀란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의 실사판’이라는 찬사를 받은 솔리스트 이유림과 드미 솔리스트 서혜원이 전격 발탁돼 그들이 선보일 5색 매력이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또한, 삼각구도의 정점인 감자티 역할에는 수석무용수 강미선에 이어 수석무용수 홍향기, 솔리스트 이유림, 드미 솔리스트 전여진이 새롭게 캐스팅돼 팔색조의 열연을 펼친다. 관록과 명성, 패기와 열정이 어우러진 무대가 기대된다.
특히, 이번 주역들 중 단연 눈에 띄는 이름은 내년 마린스키발레단 입단 예정인 객원 무용수 전민철(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3학년). 그는 UBC의 프리미엄 발레교육 브랜드인 줄리아발레아카데미 출신으로 선화예술중학교 재학 시절부터 문훈숙 단장이 지켜봐 온 발레 유망주다. UBC 주니어컴퍼니와 선화예술고등학교를 거쳐 2022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영재로 조기 입학, 각종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그는 문훈숙 단장의 낙점을 받아 이번 공연에서 첫 전막 주역 데뷔를 앞두고 있다.
UBC는 일찍부터 문훈숙 단장의 뛰어난 안목에 의한 파격적인 캐스팅으로 ‘발레 스타 등용문’이 되고 있다. 2010년 <라 바야데르> 공연에도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인 박세은(현 파리오페라발레단 에뚜알)과 김기민(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의 스타성을 눈여겨보고 객원 주역으로 전격 발탁한 바 있다. 설레는 전막 데뷔 공연에서 솔로르가 되어 비상할 그의 무대에 그 어느 때보다도 관객들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둘째, 완벽한 예술성에 더해 화려한 의상과 압도적인 무대가 펼쳐진다. <라 바야데르>는 제작 시스템과 연출력, 무용수의 기량과 인원 등 모든 면모가 갖춰지지 않으면 공연할 수 없는 대규모 작품이다. 특히 2막 솔로르와 감자티의 결혼식 장면에서 높이 2미터, 무게 200킬로그램에 코 길이만 1미터에 육박하는 대형 코끼리의 등장, 무희들의 물동이춤, 부채춤, 앵무새춤, 전사들의 북춤과 고난도 테크닉을 앞세운 황금신상춤까지 시종일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특히, 온 몸을 화려한 황금빛으로 뒤덮은 황금신상은 단 2분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치트키로 수석무용수 강민우, 솔리스트 임선우, 단원 김동우가 맡는다.
셋째, 32명의 무용수가 선사하는 극강의 아름다움, 바로 3막 ‘망령들의 군무’이다. 이 작품의 백미로 꼽히는 ‘망령들의 군무’는 <백조의 호수>의 ‘밤의 호숫가’, <지젤>의 ‘윌리들의 숲’과 함께 ‘발레 블랑(Ballet Blanc, 백색발레)’의 최고봉으로 꼽히며 오직 <라 바야데르>에서만 만날 수 있는 최고의 명장면이다. 새하얀 튀튀와 스카프를 두른 32명의 무용수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정교하게 빚어내는 군무는 전반적으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힘의 안배는 물론 보이지 않는 엄청난 집중력과 지구력이 요구되는 고난도 춤이다.
사랑과 배신, 구원의 드라마 발레
1998년 UBC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올레그 비노그라도프(Oleg Vinogradov)는 1977년부터 23년 간 마린스키발레단의 전성기를 누렸던 명장으로, 취임 이듬해 <라 바야데르>의 총 연출을 맡아 1877년 원작을 착실히 담아냈다. 당시 한국 발레공연 사상 최대 제작비인 8억여 원을 투입했으며, 마린스키발레단의 연출가 나탈리아 스피치나(Natalia Spitsyna)와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무대디자이너로 활동했던 마리아나 젠첸코(Marianna Zentchenko)를 초빙, 장르의 한계를 넘은 극적인 무대연출을 보여줌으로써 '한국발레의 새로운 지평을 연 도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은 인도 황금제국을 배경으로 힌두사원의 아름다운 무희 니키야와 라자왕의 비호를 받는 용맹한 전사 솔로르, 솔로르를 사랑한 공주 감자티와 니키야를 향해 욕망을 품는 최고 승려 브라민까지, 엄격한 신분제도 속 주인공들의 사랑과 배신, 복수와 용서가 대서사시로 그려지며 프티파의 작품 중 가장 비극적인 작품으로 간주된다.
화려함의 극치, <라 바야데르>의 매력 大공개!
무희 니키야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랑과 배신, 구원의 드라마발레 <라 바야데르>는 전체 3막 5장 동안 무용수들의 숨쉴 틈 없는 춤의 향연이 펼쳐진다. 또한 다른 작품에 비해 판토마임이 많아 무용수의 섬세한 감정선과 연기력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클래식 발레 중에서도 드라마가 강한 <라 바야데르>는 1막, 2막, 3막이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그 중에서도 니키야는 다양한 감정선을 넘나드는 팔색조 매력을 과시하며 장면마다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과 몰입으로 관객을 이끌어 간다.
문훈숙 단장은 “UBC 창단 40주년을 맞아 발레단에 보내주신 모든 분들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대작 <라 바야데르>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1999년 국내 초연에 이어 2001년 미국 3대 오페라극장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올리며 한국발레를 세계에 각인시킨 바로 그 작품입니다. 예술적으로나 물량적으로 엄청난 대작이기에 40년의 역량을 모아 최고의 무대를 위해 정성을 다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라 바야데르>는 한경arte필하모닉(지휘 지중배)의 협연으로 묵직한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입장권은 인터파크(1544-1555)와 예술의전당 홈페이지(1668-1352)에서 예매 가능하며, 공연문의는 유니버설발레단(070-7124-1734)으로.